김민석 국무총리가 8일 “취임 첫 30일을 이재명 정부 성공의 기초를 닦기 위해 300일처럼 뛰겠다”며 민생·소통을 강화하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적 대화 플랫폼 ‘K-토론나라’를 운영하고, 정부 부처 다수가 위치한 세종에서 집중적으로 일하는 ‘세종 주간’을 갖는다. 공직사회 일신을 위한 “응원단장”이 되겠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무총리로서 첫 30일간 국정 파악과 업무 시스템 정비에 집중해,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안정되도록 보좌하겠다”며 취임 첫 30일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3일 임명돼 전날 취임했다.
안전·질서·민생이 3대 핵심 국정과제라며 속도감 있게 활발히 소통해 성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사회적 대화 플랫폼 ‘K-토론나라’를 격주 단위로 운영해 국민 참여와 사회적 대화의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정부 위원회 구성 등에서 ‘미래 주도 세대’인 10~40대의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한 발언권을 키우겠다고도 했다.
김 총리는 “무능한 폭군 정치의 상처를 공직사회에서 걷어내겠다”며 불법계엄 여파가 남아 있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공직사회의 기를 살리는 응원단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대부분이 몰려 있는 세종에서 정기적으로 집중 근무하는 ‘세종 주간’ 계획도 밝혔다. 김 총리는 “세종 및 충청 중부권에 국가 행정력이 더 집중되고 균형발전은 더 진전될 미래 국가의 토대를 차근차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임기 초반 30일을 10일씩 나눠 특정 과제에 몰입하는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첫 번째 10일은 대통령께서 강조하고 명하신 대로 폭염·호우 등 자연재난과 산업재해 등 각종 사고 예방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10일간에는 “공직사회의 내란 후유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직사회의 시스템 점검”에 주력한다. 그는 마지막 10일 동안은 “각 부처가 점검하고 국정기획위원회가 기획한 다양한 정책을 현실 정책으로 마감할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전원일치로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8%일 정도로 성장 둔화세가 뚜렷하지만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이라는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에선 경기 둔화를 고려하면 하반기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미국발 관세 충격, 추가경정예산 효과와 함께 수도권 집값 흐름이 기준금리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고 최근 강화된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통화정책 방향을 기준금리 인하로 바꾼 뒤 지난 5월까지 0.25%포인트씩 네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다. 내수 부진, 미국 관세정책 등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유효하다고 하면서도 이날 ‘숨고르기’를 택한 배경에는 주택시장 과열 심리가 깔려 있다.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집값 상승 기대심리는 지난달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으로 인한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에 가깝게 올라 이미 소비·성장을 많이 제약하는 임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부동산 급등이 지난해 8월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지난해 8월보다 빠르다”며 “지난해에는 (금리 인하) ‘실기론’에도 (가계부채 변수를 고려해) 금리 인하를 한번 쉬고 잡혔구나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6·27 대책을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대출 규제로 충분치 않으면 여러 추가 정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금리 동결 결정에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조절, 역대 최대(2.0%포인트)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도 배경으로 꼽힌다. 추경 등 재정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도 봐가며 통화정책을 조율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그러나 추경에도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고 미국이 다음달 1일부터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한다면 한은이 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중 4명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관세는 관세대로 크게 올라가고 가계부채는 잡히는데 부동산 가격은 안 잡히면 금융안정과 성장 중 어디에 무게를 둬서 금리를 결정할지 금통위원들 간에도 의견이 많이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연 1~2회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서울 주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 0.2%, 월간 가계대출 증가 5조원 이하가 모두 충족되어야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하반기 한 차례 인하를 전망했다.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6조5000억원이었다.
한은이 조심스러운 접근을 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새 정부 출범 뒤 통화정책이 떠안았던 경기 부양 부담을 재정정책으로 넘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데다 상반기 중 두 차례 금리 인하 결과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점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신중하게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채 상병 특검팀)이 지난 10일부터 이틀 째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주거지와, 국방부 등 10여 곳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 상병 특검팀은 11일 오전 조 전 원장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채 해병 순직사건이 발생할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지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사건의 초동조사결과를 보고 받은 뒤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2023년 7월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검팀은 국방부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도 나선 상태다. 이날 추가 압수수색 대상에는 국방부 장관 보좌관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특검팀은 전날 국방부 대변인실과 국방정책관실, 군사보좌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첫 착수한 바 있다.
특검팀은 전날 국가안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착수했다. 안보실 소속이었던 임기훈 국방대 총장(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비서관)도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다. 특검팀은 임 총장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3시에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불러 조사한다. 김 전 차장도 2023년 7월31일 회의의 참석자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에게 당시 회의 석상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뭐라 발언했는지, 채 상병 순직사건 초동조사 결과와 관련해 격노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캐물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함세웅 신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시민사회 원로들을 만나 국정 전반에 대한 조언을 듣고 “초심을 잃지 않고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두 원로를 만나 오찬을 함께하며 국민통합, 남북관계, 인문정책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고 전성환 경청통합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특히 두 원로는 최근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 전략에 대해 지지를 보내면서도 “AI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키우는 ‘인문 강국’도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샹바오 독일 막스 플랑크 사회인류학연구소 소장의 말을 인용해 “사람들이 이미 AI처럼 행동해 왔고 이제는 AI가 ‘사람 노릇’을 하는 시대가 됐다”며 “정부가 민간과 함께 인간 고유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두 원로는 또 “계엄 사태 당시 국민과 양심적 군인의 저항으로 국난을 이겨냈다”며 “국민이 겪은 고통만큼, 그 뜻을 일관되게 받드는 국정운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스스로 강조한 국민통합을 위해, 가짜 보수들에 실망한 진정한 보수와 대화에 나서주고, 남북관계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풀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초심을 강조하며 조언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전 수석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