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검찰 개혁 핵심으로 꼽히는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고 7일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첫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 같이 밝히며 “국민적 관점에서 경찰의 수사 시스템을 정비하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기능이 분리되면 경찰 수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수사력을 높이는 방안을 임기 중에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 본부장은 이어 “범죄에 강한 경찰이 되어야 한다”며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각종 피싱 범죄와 마약 문제 대응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관련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단계”라며 “내부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수사 개시 단계에서부터 투명성을 보강하는 작업을 하는 등 개시·진행·종결 등 각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보완할 점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수사 인력 양성과 팀 단위 수사 체계의 고도화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도 했다.
그는 “수사 인력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처우 개선을 통해 수사관들이 수사부서에 근무하는 것에 자긍심을 갖도록 할 것”이라며 “과오가 있는 직원들을 퇴출하는 것도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국무총리직에서 사퇴한 한덕수 전 총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박 본부장은 “광주경찰청으로 배당됐다”며 “관련자 조사가 시작됐고, 절차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3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인 뒤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는 “(사망한 피의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부검을 마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피의자가 사망했지만 사건의 동기나 경위를 밝히기 위해 계속 수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LG그룹이 차세대 정밀 의료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헬스케어 AI 전쟁’에 뛰어들었다.
LG AI연구원은 암 조기 진단 등에 특화한 AI 모델 ‘엑사원 패스’(EXAONE Path) 2.0’을 9일 공개했다.
엑사원 패스 2.0은 핵, 세포질 등을 분석 대상으로 하는 조직 병리 이미지 처리 특화 모델이다. 암 등 질병의 조기 진단과 예후 예측, 신약 개발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8월 공개한 1.0 모델보다 고품질의 데이터를 학습해 분석력과 정밀도를 높였다.
연구원에 따르면 엑사원 패스 2.0의 유전자 변이 예측 정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78.4%에 달한다. 또 값비싼 유전체 검사 없이도 이미지 분석만으로 유전자 활성 여부를 예측할 수도 있다.
박용민 LG AI연구원 AI비즈니스팀 리더는 “엑사원 패스 2.0을 활용하면 기존 2주 이상의 유전자 검사 소요 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해 암 환자의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엑사원 2.0으로 암 환자의 조직 표본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를 빠르게 확인하고 이에 맞는 표적 치료제를 식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LG AI 연구원은 이와 함께 폐암, 대장암 등 특정 질병 특화 모델도 공개했다. 특화 모델을 통해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표적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군을 조기 선별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의료 AI는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 분야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MS는 최근 인간 의사보다 4배 높은 정확도로 질병을 진단하는 의료 AI 모델을 공개했고,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바이오 산업 전문가와 잇따라 회동하며 바이오테크와 AI 기술의 결합을 꾀하고 있다. LG 역시 엑사원 패스 2.0 개발로 차세대 먹거리인 의료 AI 시장 내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LG AI연구원은 또 미국 내 최상위 의료 연구기관인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센터의 황태현 교수 연구팀과 세계 최고 수준의 멀티모달 의료 AI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다고도 밝혔다. 황 교수는 미 정부가 이끄는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문샷’의 위암 프로젝트를 이끄는 한국인 석학이다.
LG AI연구원과 황 교수 연구팀은 임상 시험에 참여 중인 암 환자들의 실제 조직 표본과 병리 조직 이미지, 치료 과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시대를 여는 멀티모달 의료 AI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고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시아를 거쳐 우회 수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지난 5월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1년 전보다 43%(150억달러·약 20조5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반면 중국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중국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 대한 수출은 15% 늘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도 12% 올라 중국의 전체 수출은 1년 만에 4.8% 증가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아시아 경제학자는 “2018년 첫 번째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미국의 대중국 수입은 감소했지만 베트남과 멕시코로부터의 수입은 증가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중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이미 베트남 제조업이 활성화됐으며 최근 부과한 관세 또한 베트남 제조업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지표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자문 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5월 약 34억달러(약 4조6400억원)어치의 중국산 상품이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재수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1년 전보다 30% 늘어난 금액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인쇄회로기판, 전화기 부품, 평면 디스플레이 모듈 등 전자기기 부품의 대베트남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 달 인도네시아를 통한 우회 수출 추정 물량은 8억달러(약 1조900억원)로, 1년 전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은 남아시아와 중동 등 대미 관세율이 낮으면서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다른 나라를 통해서도 수출을 우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리서치 회사인 ‘글로벌 트레이드 리서치 이니셔티브’ 설립자 아자이 스리바스타바는 인도의 대미 수출이 5월에 전년 대비 17% 급증했지만 중국(홍콩 포함)산 수입은 22.4% 늘었다면서 “인도의 전자기기 수입 급증과 미국으로의 수출 증가는 글로벌 공급망이 (새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FT에 말했다.
같은 기간 아랍에미리트(UAE)의 중국산 수입은 20% 늘어났다. 주요 수입 품목은 스마트폰, 노트북, 일회용 전자담배 등이었다.
미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을 이미 예상하고 이를 제한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일 베트남산 제품에 20% 관세를 부과하되 제3국에서 만들어져 베트남을 통해 수입되는 ‘환적 제품’에는 4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조항을 넣어 베트남과 최종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전라남도 영산강 유역 마한 토착 세력의 사회·문화를 보여주는 고분 유적이 사적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영암 시종 고분군’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7일 밝혔다. 5세기 중후엽에서 6세기 초 조성된 이 고분군은 ‘옥야리 장동 방대형 고분’과 ‘내동리 쌍무덤’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종면 일대는 서해를 통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해양 교통로의 거점이자 내륙으로 확산시키는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정학적 이점을 바탕으로 마한 소국의 하나였던 이 지역 토착세력이 독창적인 문화를 창출하고 백제 중앙 세력과의 관계 속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영암군에 있는 49곳의 고대 고분 중 시종면에만 28곳이 있는데, 이번에 사적으로 지정된 고분들은 영산강 유역 마한 전통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고분 축조기술 등을 통해 잘 보여준다.
5세기 중엽 ‘옥야리 장동 방대형 고분’을 시작으로 영산강 유역에 등장한 고총고분(高塚古墳·흙과 돌을 사용하여 일정한 묘역을 설정하고, 분구를 높게 쌓아 올린 고분)은 ‘내동리 쌍무덤’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통해 마한 고유의 전통적 옹관묘에서 벗어나 거대한 방대형 분구의 석곽·석실묘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출토 유물로는 당시 영산강 유역에서 성행했던 양식의 토기와, 이 지역이 백제와 정치·사회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었음을 보여주는 금동관 세움 장식이 확인되었다. 봉분 외곽 장식으로 쓰인 원통형 토기와 동물형상 토제품도 출토되었는데, 이들 유물은 외래 유물을 현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이 여러 주변국과의 교류 과정 속에서도 독립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했음을 시사한다. 그 외 중국 청자잔과 동남아시아산 유리구슬도 출토되었다.
국가유산청은 “‘영암 시종 고분군’은 마한의 전통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백제·가야·중국·왜 등 다양한 요소를 수용하여 현지화한 고분으로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지닌 유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