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아이들만큼은 가난 때문에 배움의 길을 포기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평생 폐지와 깡통을 주워 번 돈을 장학금으로 내온 박순덕 할머니(89)가 고향 전북 정읍 학생들을 위해 또다시 4000만원을 기탁했다.
정읍시는 8일 “칠보면 출신 박순덕 할머니가 인재육성 장학금 4000만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박 할머니는 지난달 ‘희망 2025 캠페인’ 유공자로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표창을 받은 뒤 “기쁨을 고향과 나누고 싶다”며 성금을 보탰다.
박 할머니는 정읍시 칠보면 수청리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지만, 가난 탓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여덟 살 무렵 또래 아이들이 책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모습을 보며 길거리에서 연필과 종이를 주워 글을 가르쳐 달라고 울부짖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나 결혼했지만, 배움에 대해 아쉬움은 평생 가슴에 남았다. 2017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새벽마다 손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 하루 많아야 6만원 남짓 벌이는 폐지 줍는 일이었지만, “내가 밥을 굶더라도 고향 아이들 공부를 도와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묵묵히 길을 걸었다. 기초생활수급비 100만원으로 생활하며 모은 돈은 장학금으로 고스란히 적립됐다.
박 할머니는 2021년부터 해마다 장학금을 내기 시작해, 올해까지 칠보면에 전달한 기부금은 1억9650만원에 달한다. 이번 4000만원까지 더하면 누적 기부금은 2억3650만원. 그 덕분에 5년간 칠보면 학생 168명이 학업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박 할머니는 “작은 정성이지만 후배들이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박순덕 할머니의 따뜻한 기부가 지역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희망이 될 것”이라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란 국영TV는 5일(현지시간) 하메네이가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이맘(무슬림 예배를 인도하는 성직자) 호메이니 모스크’에서 열린 종교행사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도 엑스에 “오늘 밤 아슈라 전야 애도식이 이맘 하메네이가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행사는 시아파 최대 기념일 아슈라를 하루 앞두고 거행된 애도식이었다. 아슈라는 1400년 전 이맘 후세인의 비극적 순교를 기리는 날이다.
이란 국영TV가 공개한 영상 속 하메네이는 검은 옷을 입고 미소를 띠며 대중에 손을 흔들었다. 참석자들은 주먹을 치켜들고, 시아파의 전투 구호이자 사자를 뜻하는 “헤이다르”를 연호했다. 이날 애도식에는 부통령, 법무부 장관, 국회의장 등도 참석했다.
호자톨레슬람 마수드 알리 시아파 성직자는 “하메네이가 이끄는 이란은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이 이끄는 거짓 전선에 맞서는 전 세계적 저항의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절대 거짓 전선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행사에서 직접 발언하지는 않았다. 다만 추도사 낭독자인 마흐무드 카리미는 추도사 시작에 앞서 “최고지도자께서 내게 이 말을 낭송하라고 했다. 오 조국이여, 당신은 내 영혼과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하메네이가 카리미를 불러 그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하메네이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처음이다. 하메네이는 전쟁 기간 두 차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모두 녹화 영상을 통해 전했다. 휴전 이틀 만인 지난달 26일에도 짧은 녹화 영상으로 승리 선언 메시지를 전했다. 이로 인해 그의 신변과 건강에 관한 이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전쟁 기간 내내 외부 통신이 차단된 지하 벙커에 머물렀다.
미국 외교정책 전문기관 던의 이란 전문가인 오미드 메마리안은 “대중의 시선에서 몇 주간 부재하던 하메네이의 등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의 지지기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향후 하메네이가 “미국이나 이스라엘 모두가 이슬람 공화국을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인도 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제14대 달라이 라마가 6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90세 생일을 맞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에서 수천 명의 신도가 모인 가운데 달라이 라마의 생일 축하 행사가 열렸다.
전통적인 붉은색과 노란색 승복을 입은 달라이 라마는 승려와 신도들의 박수를 받으며 사원에 도착한 뒤 무대에 올랐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어로 “이제 90세인데 내 삶을 되돌아보면 조금도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삶을 마칠 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아주 평화롭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늘 다른 중생들을 섬기며 살아왔다”고 덧붙였다.
또 홈페이지에 올린 메시지에서 “물질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한 마음을 기르고 가까운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 미국 대통령, 라이칭더 대만 총통 등도 이날 행사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모디 총리는 엑스에 “달라이 라마 성하는 사랑, 자비, 인내, 도덕적 절제의 영원한 상징”이라고 했다. 또 루비오 장관은 달라이 라마에 대해 “통합·평화·자비의 메시지를 구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계속 영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티베트 고유의 언어·문화·종교적 유산 보존 노력과 종교 지도자를 간섭 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해 “티베트인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베트 불교 신자인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는 “그는 이 세상에 태어난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승려와 신도들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행사에서 티베트 예술가들의 곡 연주 등 문화 공연이 이어졌고 티베트 망명정부 수반인 펜파 체링 총리는 티베트 국가 연주에 맞춰 티베트 국기를 게양했다.
최근 달라이 라마는 앞으로도 환생에 의한 후계자 제도를 이어가겠다며 환생자를 인정할 유일한 권한은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만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1959년 티베트가 중국에 완전히 합병된 뒤 달라이 라마는 인도에서 망명정부를 세우고 티베트의 정신적·정치적 지도자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달라이 라마 사망 이후 후계자(차기 달라이 라마)를 지명할 권한은 중국 중앙정부에 있으며 반드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