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가를 출판합니다지크프리트 운젤트 지음 | 한미희 옮김유유 | 616쪽 | 3만3000원
주르캄프는 헤르만 헤세, 베르톨트 브레히트, 발터 베냐민 등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와 사상가들을 발굴한 유명 출판사다. 시대정신을 담은 책들을 펴내며 독일 지성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저자인 지크프리트 운젤트는 설립자인 페터 주르캄프에 이어 1959~2002년 주르캄프를 이끌었다.
출판인은 역할 갈등을 겪는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훌륭한 작가를 찾아내고 그들의 책을 펴내는 건 공적 역할에 가깝지만, 출판사 역시 하나의 기업이므로 ‘이게 돈이 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우리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자 한다”고 말한다.
브레히트의 말을 빌려 책은 ‘신성한 상품’인 점을 강조한다. 책은 판매돼야 하는 상품인 동시에 작가의 창의성을 담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책은 6부로 구성되는데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 1부에선 문학 출판인의 과제를, 2~5부에선 각각 헤세·브레히트·라이너 마리아 릴케·로베르트 발저와 출판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6부는 직업으로서의 출판인에 관한 내용이다.
아직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저서를 남긴 작가들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출판인과 교류했다. 헤세는 출판인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으나 고집을 꺾지 않았고, 브레히트는 이미 출간된 작품도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책이 아니라 작가를 출판한다’는 건 저자의 출판 철학이었다. 집요하게 작가를 설득하고, 때론 냉정하게 작품을 판단하며, 직원들의 경제적 운명을 책임지기도 한 저자의 이야기는 곧 주르캄프의 역사이기도 하다.
책은 출판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책 표지 하단의 출판사 이름을 한번 더 눈여겨보게 한다. 헤세는 저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같이 적었다. “출판인은 시대와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시류를 따라가면 안 되고, 시류가 품위가 없는 경우 시류에 저항할 수도 있어야 한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자 주요 상권에선 문을 활짝 열고 냉방하는 ‘개문냉방’이 성행하고 있다. 상인들은 영업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 들어 서울에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의류매장 세 곳은 모두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켠 채 영업 중이었다. 바깥에서 옷을 고르던 김모씨(26)는 “문이 열려 있으면 냉기가 느껴지니 더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한 오락실은 열린 문 앞에 서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한 시민은 일행에게 “여기 엄청 시원하다”며 오락실로 인도했다. 꽃집·안경점·문구점 등 업종을 불문하고 열린 문으로 냉기가 흘러나왔다.
개문냉방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규제가 쉽지 않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수급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될 때 ‘에너지 사용 제한’을 고시해야 단속할 수 있다. 상인들은 영업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한복대여점 골목에는 가게 6곳 중 5곳이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 중이었다. 직원 A씨는 “본사 방침”이라며 “문이 닫혀 있으면 고객이 안 온다”고 했다. 서울 명동에서 식품매장을 하는 B씨(45)도 “문을 여는 것과 열지 않는 것은 100% 차이가 난다”며 “우리도 덥고 전기세(료)도 많이 나와 힘들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전기료 부담을 감내하면서라도 어쩔 수 없이 개문냉방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인들 입장도 같이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인들의 ‘냉방 경쟁’을 막으려면 규제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는 “동일한 규제하에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상인들도 개문냉방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도 “상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개문냉방을 억제하든, 산업부가 개문냉방을 제대로 규제하든 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인들의 영업 자유 문제도 있고 국민 불편도 수반되는 조치인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전력수요가 정점을 찍는 8월 혹서기에 개문냉방을 단속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부가 8일 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 노력에 납북자가족모임이 공감하고 이에 호응한 것에 대해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납북자 문제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앞으로 납북자 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는 이날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한반도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 2층 야외 쉼터에서 파주시와 함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선언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납북자 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를 건네면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합회는 지난달 24일 김남중 통일부 차관의 위로 전화를 받은 뒤부터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검토해왔다. 같은 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도 통화했다.
연합회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공개 살포 행사를 진행했지만,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접경지역 주민 등에게 가로막혀 중단됐다. 지난 5월8일 강원 철원군, 6월2일 파주 접경지 등에서 대북전단을 띄웠다.
너무 늦은 시간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쓴 작가의 소설집. 25년 전 데뷔작을 통해 발표한 단편부터 가장 최근에 쓰인 단편까지 국내에는 모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로, 모두 여자들과 남자들의 뒤틀린 관계에 대한 증언으로 묶여 있다. 클레어 키건 지음. 다산책방. 1만6800원
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검게 변한 해변이 사람들의 피부를 녹이는 등 기후재난 시대가 불러온 위험과 불평등 앞에서 생존을 감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 소설집이다. 작가는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서윤빈 지음. 열림원. 1만7000원
집중호우 사이
가수 정태춘의 동명 앨범에 수록된 10곡의 가사들과 미발표 가사 20여편, 노래를 만들지 않던 시기에 썼던 시와 붓글의 텍스트들을 시기별로 엮은 책이다. 작가가 직접 작품에 대한 해설이나 소회를 담은 솔직하고도 일상적인 에세이도 실었다. 정태춘 지음. 호밀밭. 2만2000원
너에게 묻는다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책은 영유아동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한 인간에게 어떻게 새겨지고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응시하며 여리고 약한 당사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정용준 지음. 안온북스. 1만7800원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세계적인 문학상을 다수 수상하며 한국 시의 최전에 있다고 평가받는 김혜순 시인의 죽음 3부작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를 한 권으로 묶은 시집이다. 미발표 작품으로 산문 ‘죽음의 엄마’도 함께 실었다. 김혜순 지음. 문학과지성사. 3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