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제조업의 40% 수준에 불과하고 코로나19 이후 크게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3일 발표한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평가 및 정책적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서비스 산업은 그간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생산성·효율성 측면에서의 개선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민간 서비스업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4%, 취업자 수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으나 1인당 노동생산성(실질부가가치/취업자 수)은 20여 년째 제조업의 4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더 나빠졌다. 금융·정보통신·전문과학기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은 비대면 수요 확대, 디지털 전환 등에 힘입어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급등했지만 2022년 이후 하락 전환했다. 최근에는 팬데믹 이전 장기추세를 약 10% 밑돌고 있다. 도소매·숙박음식·운수창고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은 팬데믹 이후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뒤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 추세를 약 7% 밑돌고 있다.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해온 요인이다. 팬데믹 전후(2014~2019년과 2020~2024년) 산업별 연평균 성장기여도를 보면 제조업은 0.7~0.8%포인트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지만 민간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는 1.7%포인트에서 1.1%포인트로 크게 하락했다.
한은은 서비스업이 제조업 생산·수출을 지원하는 보완적 역할(물류·운송·금융 등)에 그치면서 독립적 수요 기반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기준 서비스업은 총산출의 약 32%가 상품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을 정도다.
또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에선 내수·공공 부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에선 영세 자영업자들의 진입·퇴출이 반복적으로 이뤄져 생산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정선영 한은 거시분석팀 차장은 “서비스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을 경제성장을 위한 전략산업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법·제도적 기반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관세 부과와 제조업 부진 등으로 5월 생산이 2개월 연속 줄었다. 투자도 석 달째 감소했고, 소비도 석 달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도 대외 불확실성에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2차 추경을 신속히 집행해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 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2.5(2020년=100)로 전월 대비 1.1% 감소했다. 지난 4월(-0.8%)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 1월(-1.6%) 이후 감소폭도 제일 크다.
제조업 생산이 3% 감소하면서 광공업 분야에서 생산이 한 달 전보다 2.9%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자동차와 건설업 분야 부진으로 금속 가공분야 생산이 전월 대비 6.9% 줄었다.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자동차(-2%) 분야 생산도 2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제조업 평균 공장 가동률은 4월부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정보통신(-3.6%), 운수·창고(-2.4%) 분야에서 생산이 감소하면서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0.1%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2개월째 감소했다.
투자 지표는 더욱 악화됐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4.7% 급감했다.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가 전월보다 6.9% 줄어든 여파다. 설비투자는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가 3개월째 줄어든 것은 2023년 5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건설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도 건축(-4.6%)과 토목(-2.0%) 분야에서 모두 실적이 줄면서 전월 대비 3.9% 감소했다. 1년 전보다는 공사 실적이 20.8% 줄었다. 정부의 부양책에도 건설업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 지표도 부진했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세를 기록했다. 3월(-1.0%)·4월(-0.9%)보다 감소폭은 줄었지만 플러스 전환에는 실패했다.
컴퓨터, 자동차 등 내구재(1.2%)와 의복 등 준내구재(0.7%)에서 소비가 늘었지만 화장품 등 비내구재(-0.7%)에서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소매판매가 0.2% 줄었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 순환변동치도 0.4포인트 하락했다.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5월부터 추경 집행에 나섰지만 경기 심리가 여전히 위축돼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경기 반등을 위해 2차 추경 집행을 신속히 추진키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관세정책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크니까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기가 어려운 점들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춘식씨가 정부의 ‘제3자 변제안’ 배상금을 수령할 당시 제출했던 자필서명 서류가 자녀들에 의해 위조됐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광주서부경찰서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로 이씨의 자녀 A씨와 B씨를 지난 25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1월 105세로 사망한 이씨는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배상금 수령을 위한 자필서명 신청서류를 전달했다. 재단은 이 서류를 바탕으로 이씨에게 3억원 상당을 지급했다. 경찰은 이씨가 배상금 수령을 위해 낸 자필서명 문서가 자녀들에 의해 위조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서류 제출 당시 알츠하이머 증상 등을 보이며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A·B씨는 요양병원에 찾아가 배상금 수령을 위한 서류를 ‘병원 관련 서류’라고 속여 서명하도록 했다. 이렇게 위조된 서류는 요양병원에서 기다리던 재단 관계자에게 전달됐다. 경찰 조사에서 자녀 중 한 명은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인정했다.
광주 광산구에서 태어난 이씨는 1943년 1월 일본 이와테현에 있는 일본제철 가마이시 제철소로 끌려가 임금을 받지 못하고 고된 노역에 시달렸다. 2005년 2월 일본제철 후신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2018년 10월30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금을 한국 기업의 출연금으로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는 “제3자 변제안 수용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만큼 그동안 당사자들의 의사가 제대로 확인됐는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이라는 핑계로 성과를 위해 밀어붙인 것은 아닌지 관련자들에 대한 직무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