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첸 감독(41)이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를 구상한 건,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8월의 더운 여름날이었다. 극장이 전 세계적으로 문을 닫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며 그는 ‘과연 앞으로 내 영화가 설 곳이 있을까’ 우울했다고 한다. 불안은 오히려 원동력이 됐다. 그는 전작들과 아예 다른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다.1년 내내 따뜻한 싱가포르에서 나고 자란 첸 감독은 처음으로 ‘겨울 영화’를 고민했다. 기존에는 시나리오 작업에만 2~3년을 들이고 배우들이 대사 토씨 하나 고치지 못하게 했다면, 이번에는 그 강박을 거뒀다. ‘가장 추운 곳에서 세 명의 청년이 나오는 영화를 찍겠다’는 콘셉트만 가지고 배우들을 섭외했다. “중국의 ‘탕핑(躺平,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층)족’이 느끼는 감정을 포착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만이 명확했다.중국 유일의 조선족 자치주 연길을 배경으로 세 청년의 일주일간의 짧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