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4일부터 18일까지 바르샤바 국제도서전에 참여했다. 주빈국이 한국이라 한국 작가님들이 대거 초청받았다. 나는 SF 분야에서 오랫동안 같이 활동해온 김보영 작가, 전혜진 작가와 함께 내가 사랑하는 폴란드에 갈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다. 도서전은 성황이었고, 유달리 날씨가 나빴는데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그리고 나는 전부터 가고 싶었던 바르샤바 퀴어박물관에 갈 수 있었다. 김보영 작가와 전혜진 작가도 내가 퀴어박물관에 간다니까 흔쾌히 같이 따라나섰다.바르샤바 퀴어박물관은 작은 공간이었고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서너 시간만 문을 연다. 상설 전시는 ‘퀴어의 역사’였다. 박물관 내부 벽을 빙 둘러 글과 사진으로 12세기부터 시작해 현대까지 유럽 사회가 퀴어를 탄압한 역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삶을 지키며 살았던 사례들을 보여주었다. 나는 12세기 유럽에 “형제 맺기” 혹은 “자매 맺기”라는 방식으로 동성혼이 사...
제78회 칸국제영화제 학생영화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라 시네프·La Cinef)에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품 <첫여름>이 초청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허가영 감독(29)은 왈칵 눈물이 났다고 한다. 외할머니가 모티브였던 작품이었기에 가짜 같이 찍고 싶지 않았던 진심을 누군가 알아봐 준 듯한 마음, 그리고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보답을 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1등상 수상이라는 영광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부뉴엘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 초청작 16작품 중 3등상을 에스토니아와 일본 작품이, 2등상을 중국 작품이 수상하면서 허 감독은 마음을 비웠다고 한다. “설마 한중일이 다 상을 받겠나” 싶은 마음에서다. 하지만 ‘설마’는 현실이 됐다. 1등상에 <첫여름>이 호명됐다. 이 부문에서 한국 작품이 1등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앞으로도 인간과 소수자에 대한, 삶과 가까이 있는 영화를 멈추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