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철거가 시작된 서울 마지막 달동네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을 찾았다. 1960년대 후반 서울 도심 개발로 밀려난 철거민들이 ‘산 104번지’에 집단 이주하면서 형성돼 백사마을로 불린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아이들이 금세라도 대문을 박차고 나와 골목길 곳곳을 뛰어다닐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람의 체온이 빠져나간 집은 맥없이 허물어져 있었다. 지붕과 담벼락은 내려앉고 가재도구만 나뒹굴었다.비좁은 골목을 나와 ‘삼거리식당’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휘어진 양철 지붕을 철제 구조물이 간신히 받쳐주고 있었다. 목이 좋아 한때는 값싸고 손맛 낸 음식으로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을 법한 곳이다. 팍팍한 일과를 마친 서민들이 허기를 채우고 삶의 애환을 쓴 소주로 달래던 그때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마을을 나서는데 집을 허무는 굴착기의 굉음이 들려왔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백사마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가진 것 없어 도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