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정치 기사에서 ‘배신’ ‘배신자’라는 말을 즐겨 쓴다. 정치권에서 워낙 많이 사용하니까 ‘따옴표 저널리즘’에 익숙한 언론으로선 어쩔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몇년 전 나는 전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관련 언론 기사들을 비판한 적이 있다. 언론이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의 주범은 아닐망정 공범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했다.미국에서 1950년대 전반기에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상습적으로 무책임한 ‘빨갱이 타령’을 해대자 일부 언론은 매카시의 발언 다음에 괄호를 넣어 분석하거나 해석하는 말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예컨대, 매카시의 어떤 주장에 대해 국무부는 이를 부인했다는 식의 추가 정보를 삽입하거나, 매카시의 주장 중 틀린 부분을 바로잡는 식이었다. 우리 언론도 ‘배신 타령’을 하는 정치인의 말을 소개하더라도 넓은 의미의 팩트체크 차원에서 괄호 속에 “공사 구분을 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따위의 해설을 달아주면 좋겠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