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예로부터 탱자나무는 산울타리로 많이 심어 키웠다. 그러나 정원 한가운데에 조경수로 키우는 특별한 경우도 있다. 경북 문경 대하리, 장수황씨 종택 앞마당의 탱자나무가 그런 나무다.
1593년쯤 이 집을 처음 지은 황시간(1558~1642)은 마당 한쪽에 연못을 파고 그 둘레에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었다. 그로부터 400년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나무들은 모두 스러지고 탱자나무만 홀로 살아남았다. 종택의 후손들은 이 탱자나무를 가문의 상징으로 여기며 대를 이어 정성껏 지켜왔다.
한눈에도 생김새가 범상치 않은 이 나무는 높이가 6m를 넘고, 사방으로 펼친 나뭇가지는 10m를 훌쩍 넘는다. 천연기념물인 부여 석성동헌 탱자나무와 강화도의 두 그루 탱자나무가 모두 나무 높이 4m 남짓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실로 압도적인 규모다.
놀라운 것은 완벽한 한 그루처럼 보이는 이 나무가 두 그루라는 사실이다. 얼핏 보면 누구라도 한 그루로 착각하기 쉽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줄기 쪽을 살피면 바짝 붙어서 자란 두 그루가 서로를 배려하며 자란 특별한 형상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동쪽에 서 있는 나무는 동쪽으로만, 서쪽의 나무는 서쪽으로만 가지를 뻗으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고, 나뭇가지가 맞닿는 안쪽 가지는 하늘로 솟구쳐 올렸다. 상대에게 자신의 공간 일부를 내어주며 더 크고 완벽한 하나를 이룬 것이다.
나무들에게 ‘거리’는 곧 생명이다. 두 나무가 바짝 붙어 자란다면, 서로를 밀어내다 공멸하거나 한쪽이 도태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바로 경쟁의 원리다. 하지만 이 한 쌍의 탱자나무는 경쟁 대신 ‘협동’을 택했다.
함께 살겠다는 특별한 생존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현해 낸 이 탱자나무는 결국 2019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서로에게 가시를 세우기보다 빈틈을 채워주며 400년을 해로한 탱자나무 한 쌍. ‘공존’이야말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생존 전략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큰 나무다.
청산 위기에 놓인 홈플러스가 폐점을 보류해온 전국 15개 점포 중 5곳을 대상으로 영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일 자료를 내고 “주요 거래처 거래조건 복구, 납품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유동성 이슈가 더 가중되고 납품물량 축소로 판매물량이 줄어 정상적인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정비는 계속 발생하고 있어 현금 흐름과 영업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며 “지급 불능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폐점이 보류된 점포 중 적자 규모가 큰 일부 점포의 영업 중단을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점포는 가양, 장림, 일산, 원천, 울산북구점 등 5곳이다. 이들 점포는 상품 부족으로 연말 영업을 중단할 예정으로 사실상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8월 유동성 악화와 납품물량 축소에 따른 영업 차질 등을 이유로 15개 점포를 폐점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요 거래처 거래조건이 기업회생 이전 수준으로 복구하는 등 유동성 이슈 해소와 납품물량 정상화를 전제로 폐점을 보류하고 기업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최근까지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신규 인력 채용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유출이 이어지면서 기본적인 업무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홈플러스는 “해당 점포 직원들은 인력 부족으로 운영이 어려운 다른 점포로 전환배치 함으로써 100% 고용을 보장한다”며 “이를 통해 필수인력 부족으로 인해 점포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업 정상화와 기업회생 절차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현재 회생절차 중으로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M&A를 시도 중이지만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6일이 기한이었던 본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도부 3명은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 개입을 촉구하며 지난달 8일부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