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들을 부당하게 사퇴시켰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2심에서 1심과 달리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2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7~8월 임기가 1년가량 남아 있던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산하재단) 이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조 정 장관이 재단 교체방침을 정하고 천해성 당시 차관에게 사표 청구를 지시한 증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이 직접 또는 통일부 소속 공무원에게 사표 청구를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일부 장관의 권한 범위에 있지 않아 직권남용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조 장관의 명시적 승인 내지 묵인 없이 차관이나 국장이 독자적으로 일 처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명시적 승낙이나 동의도 없는데 ‘사직 요구’ ‘조기 사퇴’ 등 문구를 문서에 남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며 “조 전 장관이 명시적으로, 직접적으로 사직을 요구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고 하더라도 인정된 여러 가지 사정을 모아보면 조 전 장관도 손 전 이사장에 대해 사직 요구를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사직 요구는 통일부 장관의 광범위한 지도 감독권과 이사회 구성 관여 권한 등에 비춰 “이사장 해임에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며 직무 권한에 속한다고 봤다. 손 전 이사장의 임기가 3년으로 정해져 있어 해임 사유가 없었던 점 등도 종합해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번 선고가 다른 관련 사건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 등도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홍콩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사망자가 94명으로 집계됐으며 여전히 200여명이 실종 상태다. 향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 실종된 가족을 찾는 이들이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는 중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가족들이 시신의 사진을 확인하고 실종된 가족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마련된 퀑푹 커뮤니티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전했다.
노란색과 흰색 국화 꽃다발이 놓인 퀑푹 커뮤니티홀에는 수십명이 줄을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원 확인을 마친 유족들은 흐느끼며 돌아갔다. 실종된 고모를 찾고 있다는 웡모씨는 “직원들이 사진이 너무 끔찍하다고 경고해서 감히 볼 수가 없다”며 “다른 친척들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실종된 언니를 찾기 위해 왔지만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장모씨는 “아이들의 사진이 너무 많아서 사진들을 훑어볼 때의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종된 가족을 기다리며 화재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모씨(45)는 아파트에 갇힌 아내가 통화 중 연기가 점점 짙어져 기절할 것 같다고 했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아내와 통화한 지 이미 몇 시간이 지났다며 “아마 아내는 기절했을 것 같다. 다시는 전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펑모씨(40)는 어머니와 화장실 안에 숨어있다는 이웃의 연락을 받았지만 26일 자정쯤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탈출했을 가능성은 없냐”는 질문을 받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당국의 부족한 정보 제공에 울분을 터뜨렸다. 경찰이 사상자 신고 핫라인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나 연결이 어려우며 명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천모씨는 “사망자와 부상자 정보를 문의하기 위해 경찰 핫라인에 10번에서 20번 이상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홍콩 온라인 매체 단전매에 말했다. 황모씨는 소방관들이 20층에서 사람을 구조했다는 소식을 뉴스에서만 접했으며 공식적인 정보의 투명성이 부족하다 느꼈다고 말했다.
SNS에는 이번 화재로 실종된 가족과 반려동물에 관한 게시글이 공유되고 있다. 한 여성은 “아직도 딸을 찾지 못했다. 30시간 가까이 지났는데 소방서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희망이 전혀 없는 것 같고 두렵다”고 썼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전날 279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으나 이후 소방당국이 일부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해 200여명이 실종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아직까지 이후 변동 사항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웡 푹 코트 거주자 중 고령자 비율이 높아 대피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 202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웡 푹 코트 주민 4643명 중 36.6%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