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상위노출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6일 윤석열 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의 감사 과정에서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며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 7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유 전 사무총장과 보수 진영은 이재명 정부의 ‘감사 뒤집기’라고 호도하고 반발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감사원이 ‘돌격대장 유병호’를 필두로 윤석열 정권 하명기관으로 전락한 걸 생생하게 목도했다. TF의 고발은 그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잡는 시작이다.
TF의 발표 내용은 충격적이다. 정치적 의도가 짙은 군사기밀 누설의 심각성은 말할 것 없고, 인사·감찰권 남용을 보면 공직사회 기강을 세워야 할 감사원이 어쩌다 1인의 무소불위 전횡에 만신창이가 됐는지 참담하다. 유 전 사무총장은 2022년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감사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허위 보고를 한 뒤 A과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과장 4명 직위를 교수요원으로 발령내는 식으로 박탈하는가 하면, 특정 4급 승진 심사 대상자를 낮게 평가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과장을 좌천시켰다. 2023년 1월엔 임의로 16명의 직무성적평가 등급을 변경시키기도 했다.
역대 정권마다 ‘코드 감사’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최재해·유병호 체제만큼 탈법·전횡이 심했던 경우는 없었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감사원 사무총장이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벌어진 일이다. 오죽하면 감사원 5급 이하 직원 130여명이 6월 지휘부 사퇴를 공개 요구했겠는가. 감사원 독립성을 파괴한 인사들의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 책무다. 그러지 않으면, 제2·제3의 유병호가 나오고 정권이 감사원을 충견으로 부리려는 시도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치 감사 악순환을 막고 싶다면 위법·부당한 감사가 어떻게 왜 이뤄졌는지 밝혀내고 재발방지책을 찾는 게 바른 방향이다. 왜 정권이 바뀌자 감사 결과가 달라지느냐는 양비론식 접근은 사태를 악순환시킬 뿐이다.
감사원은 먼저 전 정부에서의 위법·부실 감사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감사원 내부를 보면 대다수 공복들은 지휘부에 이의도 제기하며 법적 권한 안에서 역할을 다하려 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권력과 결탁한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문제였다. 이들의 책임을 엄히 묻고, 내부 견제가 보다 확고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정치권은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정권 입김을 근본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
고 신해철이 생전 진행했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스테이션>이 AI 기술로 되살아난다. 신해철의 말, 글, 인터뷰, 음악적 철학 등을 아카이브 형태로 분석해 프로그램화 한 ‘AI 신해철’이 등장한다.
1일 넥스트유나이티드는 ‘고스트스테이션’을 재해석한 <고스트스테이션: 더 넥스트>가 오는 14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다고 밝혔다. 넥스트유나이티드는 신해철 관련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업체로 고인의 아내 윤원희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제작진은 “AI 신해철은 고인을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아닌 그가 남긴 질문·사유·가치를 계승해 2025년의 청취자들과 잇는 문화적 실험”이라고 말했다. AI 신해철이 고인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그의 철학적 기반을 참고해 현재 세대를 위한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AI 신해철은 프로그램 회차마다 시작 부분에서 “나는 신해철이 아니다. 나는 그가 남긴 질문과 생각들이 지금을 사는 방식”이라고 말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신해철의 생각을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정치적·사회적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준수했다고 밝혔다.
<고스트스테이션: 더 넥스트>는 신해철이 생전 강조한 ‘음악 생태계 다양성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통해 주류 음악 프로그램에 서기 쉽지 않은 신인 뮤지션을 소개하고, 이들에게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고스트스테이션>은 신해철이 지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심야에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마니아층이 모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01∼2003년 SBS 라디오에서 처음 방송된 후, 2003∼2007년 MBC 라디오에서 <고스트네이션>이란 이름으로 청취자를 만났다. 이후 <고스트스테이션>이란 이름으로 돌아와 인터넷 방송(2007∼2008년), SBS 라디오(2008년), MBC 라디오(2011∼2012년)에서 방송됐다. 제작진은 <고스트스테이션>이 처음 방송된 SBS 측과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국 스위스에서 논의됐던 병역 확대 방안이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AP, AFP통신 등은 스위스 유권자의 84%가 30일(현지시간) 마감한 국민투표에서 남성에만 적용되는 병역 의무를 여성에까지 확대하는 안에 반대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시민 복무 이니셔티브’란 이름의 이 안건은 여성도 남성처럼 군대나 민방위대, 또는 기타 형태의 국가 복무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시민 복부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는 이들은 이 제도가 사회적 결속력을 다질 뿐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에 부응한다”며 “위기에 맞설 수 있는 더 강한 스위스를 위해 모두가 일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제도가 남녀평등 구현 차원에서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스위스는 징병 대상 연령 남성들의 병역이나 민방위대 참여가 의무화돼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병원이나 노인 시설 등에서 대체 복무가 가능하다. 매년 약 3만5000명의 남성이 의무 복무에 참여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군대와 민방위에 이미 충분한 인력이 있으며 필요한 인원 이상을 추가로 모집할 경우 노동 인력이 줄고 막대한 비용도 초래된다며 이 안에 반대해 왔다. 스위스 정부는 여성에 대한 의무 병역을 “성평등을 향한 한 걸음”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자녀와 가족 돌봄, 가사 노동이라는 무급 노동의 상당 부분을 떠안고 있는 많은 여성에게 추가적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위스 정부는 또 “직장과 사회에서의 평등이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에게 시민 의무를 요구하는 건 평등 측면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민투표에서는 이른바 ‘슈퍼 리치’ 과세 안건도 부결됐다. 최종 집계 결과 유권자의 78% 이상이 이 안에 반대했다.
스위스 사회당 청년부가 제안한 이 법안은 기후 대응 자금 조달을 위해 5000만 스위스 프랑(약 914억원) 이상의 재산에 50% 상속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 법안은 약 2500가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됐으며, 법안 발의자들은 이 세금으로 연간 60억스위스프랑(약 10조원)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 김기범 기자 holjjak@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