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민들레 솜털처럼
수도자로 60년, 시인으로 5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이해인 수녀가 인터뷰와 미공개 대담 중 남기고자 하는 말들을 시와 함께 엮은 산문집. 시 쓰기와 글짓기에 관한 노하우, 종교와 영성에 관한 생각, 일상의 소박한 일화, 개인사까지 따스한 목소리로 전한다. 마음산책. 1만6800원
죄, 만 년을 사랑하다
영화 <국보>의 원작자인 일본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사립 탐정이 정체불명의 보석을 찾는 기행을 하는 은퇴한 부호의 생일 파티에 초대된다. 고립된 섬에서 노인은 사라지며 암호 같은 유언만 남기고, 그와 연관된 인물들이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이영미 옮김. 은행나무. 1만8000원
작별 너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프랑스 작가 다비드 디옵의 세 번째 소설. 식물학자 미셸 아당송이라는 인물과 그의 딸에 얽힌 실화에 바탕했다. 세네갈과 프랑스를 오가며 펼쳐지는 모험담과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교차시켜 식민주의, 노예무역을 비판한다. 목수정 옮김. 희담. 2만4500원
자개장의 용도
젊은작가상 등을 받은 함윤이의 첫 번째 소설집. 뚜렷한 색채와 감각적인 표현으로 존재감을 구축한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는 ‘강가/Ganga’, ‘자개장의 용도’ 등 일곱 단편을 묶었다. 제 안에 들어온 자를 닿고자 하는 곳으로 순간이동시켜주는 사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문학과지성사. 1만7000원
나는 반딧불
사랑받은 가요 ‘나는 반딧불’의 노랫말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낸 그림책. 반딧불 이야기를 따뜻한 색채와 부드러운 선으로 풀어냈다. 홀로 기타 연습을 하던 사내가 친구들을 만나 합주를 완성하고, ‘함께일 때 더 큰 빛이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정중식 지음. 해랑혜란 그림. 책고래. 1만8000원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이 2018년 대비 278% 급증했다. 국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전체 커피 판매의 10~20%가 디카페인 커피일 정도로 카페인을 기피하는 소비 트렌드가 뚜렷하다.
하지만 디카페인 커피가 카페인 기피자에게 만능은 아니라는 것을 자주 느낀다. 디카페인 커피는 제로카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는데 잠이 안 오고 두근거렸다'는 불만도 간혹 듣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는 카페인 함량이 10% 미만이면 디카페인으로 표시할 수 있다. 카페인 0.1% 이하를 요구하는 외국과 비교하면 무려 100배 느슨한 기준이다.
풍미의 손실도 크다. 카페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커피 고유의 풍미 화합물도 함께 손실된다. 아무리 좋은 원두를 사용해도 디카페인 처리를 거치면 평범한 맛으로 평준화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가격 프리미엄도 크다.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와 비교해 20~40% 비싸다.
이러한 커피 시장의 건강 지향 소비를 충족시키면서도 디카페인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내 한 푸드테크 기업인 아머드프레시가 완전히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바로 보리를 커피 원두로 만들려는 시도다. 보리 원두는 디카페인 커피와 달리 애초에 카페인이 없는 새로운 종류의 원두다.
사실 보리로 커피를 만드는 시도 자체는 유럽에서 오래된 전통이다. 이탈리아의 오르조(Orzo) 커피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머드프레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오르조가 인스턴트 형태인 반면 아머드프레시는 핵심 기술인 ‘보리 원두화’를 통해 보리를 아라비카, 로부스타와 같은 커피 원두로 만들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실시간 추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유럽의 인스턴트 보리 커피인 오르조와 결정적 차이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아머드프레시의 마곡 플래그십 스토어 맨해튼로스트앤코를 방문해 보리커피를 테스트했다. 100% 보리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중강배전 수준의 바디감과 크레마를 형성했으며 일반 커피로 착각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더치커피와 스페셜티 블렌드는 감탄할 만큼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완전한 제로카페인, 그리고 온전한 커피의 풍미, 합리적인 가격을 고려했을 때 보리커피는 디카페인의 한계를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리 원두의 경제적 의미는 크다. 보리 원두는 연간 약 30만 명의 임산부•수유부는 물론 카페인 민감 소비자, 어린이 등 기존에 배제된 소비층을 끌어들인다. 특히 가족이 함께 마시는 커피라는 새로운 소비 시나리오도 가능하게 한다. 원가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도 뛰어나다. 보리는 물 사용량이 90% 적고 재배 주기가 짧다. 기후 위기로 커피 원두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리스크 헤지 수단이 된다. 로스터 입장에서는 스페셜티 원두와 블렌딩해 바디감과 단맛을 조절하는 새로운 레시피 개발도 가능하다.
여기에 보리 원두가 커피 산업에서 갖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사실 전 세계가 커피를 사랑하고 카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에스프레소라는 강력한 추출 원액이 머신의 발명과 함께 표준화됐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원액은 그 자체로 우수한 재료가 됐고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새로운 메뉴들이 탄생하며 커피 시장은 끝없이 확장됐다. 스페셜티 커피의 본질 역시 단순히 점수•품질•비싼 원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스페셜티의 정의는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그것에 공감할 수 있느냐에 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새로운 경험을 느끼고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이 바로 스페셜티다.
이제 보리 원두는 우리가 익숙하게 누려온 커피 경험을 한 단계 넘어 새로운 유저 익스피리언스를 제시할 수 있다. 카페 시장은 단순히 카페인을 줄이는 문제를 넘어, 제로카페인이라는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와 함께 또 하나의 패러다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시도가 커피 산업의 경계를 확장하는 의미 있는 실험이라고 본다. 디카페인 시대를 넘어 제로카페인 시대가 오고 있다. 커피 소비 세계 1위인 대한민국에서 세상에 없던 K-커피인 보리 원두가 한국시장을 넘어 글로벌 커피 산업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