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촉법소년변호사 27일 발사된 4번째 누리호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오전 1시13분 지상을 떠났다. 1~3차 발사 때에는 없던 일이다. 누리호 야간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누리호의 주탑재체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반드시 이 시각에 이륙해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까다로운 손님’이기 때문이다.
이날 4번째 누리호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오전 1시13분 발사됐다. 이런 새벽 발사는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1~3차 발사된 누리호가 이륙한 시점은 모두 낮이거나 해가 남아 있는 이른 저녁이었다.
1차 발사(2021년 10월21일)는 오후 5시, 2차 발사(2022년 6월21일)는 오후 4시, 3차 발사(2023년 5월25일)는 오후 6시24분이었다.
그런데 유독 4차 발사만 한밤중에 시행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의 임무 때문이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에는 오로라 관측 카메라 ‘로키츠(ROKITS)’, 우주 플라스마·자기장 측정기 ‘아이엠맵(IAMMAP)’이 실렸다. 로키츠와 아이엠맵 모두 극지방 근처 높은 고도를 관측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 두 장비를 실은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극지방 근처 하늘이면서 동시에 고도가 약 600㎞에 이르는 곳, 즉 ‘태양동기궤도’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지구 자전과 한국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할 때 태양동기궤도에 위성을 넣으려면 꼭 0시54분부터 오전 1시14분 사이에 발사체를 쏴야 한다. 이번 4번째 누리호가 오전 1시13분 지상을 떠난 이유다.
누리호 1~3차 발사 때 실렸던 실제 위성 또는 위성 모사체(위성과 중량이 같은 금속 덩어리)의 목표 궤도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달랐다. 이 때문에 발사 시간 역시 누리호 4차 발사처럼 한밤중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편 우려됐던 누리호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충돌 가능성은 기우에 그쳤다. 당초에는 오전 1시12분 이후 누리호를 쏠 경우 길이가 108m에 이르는 ISS와의 거리가 200㎞보다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00㎞는 항공우주연구원 지침상 발사체와 유인 우주물체의 최소 안전거리다.
이날 발사 종료 뒤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최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ISS가 근접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발사를 오전 1시13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 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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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의 측근들을 둘러싼 부패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정부가 내세운 부패 척결 공약이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안와르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전날 뇌물 수수 의혹이 제기된 샴술 이스칸다르 모드 아킨 정치 비서관의 사임을 수락했다. 그는 “정부는 투명성과 청렴이라는 원칙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며 반부패위원회에 “외압 없는 즉각적 수사”를 지시했다.
앞서 현지 매체 말레이시아키니는 샴술 비서관이 ‘사바주 광산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최근 사바주는 광산 채굴 허가를 두고 고위 관료와 사업가 간 대가성 뇌물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온 사업가 앨버트 테이의 주장에 따르면, 샴술 비서관은 허가 취득에 든 비용을 돌려받도록 도와주겠다며 인테리어 공사비, 가죽 소파·세탁기·건조기·안마의자 등 물품과 35만링깃(약 1억2400만원)의 현금을 요구했다. 테이는 샴술 비서관이 요구한 물품을 정리한 문건이 약 300쪽에 달한다고 했다. 보도 직후 샴술 비서관은 사임을 발표했다.
이 의혹은 안와르 총리의 또 다른 정치 비서가 부패 의혹에 휩싸인 지 수 일 만에 불거졌다. 아마드 파들리 샤리 국민연합 의원은 안와르 총리의 정치 비서 중 한 명이 지난해 병원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계약업체 명단이 적힌 서한을 보건부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SCMP는 서한에 포함된 6개 업체 중 4곳이 자격 미달 업체였다고 전했다.
총리 측근을 둘러싼 부패 의혹이 잇따르자 정치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다. 집권 인민정의당(PKR)의 웡 첸 의원은 샴술 비서관을 겨냥한 듯 “나는 세탁기도 건조기도 내가 직접 샀다. 가구도 내 돈으로 마련했고, 집수리비도 내가 냈다”며 “안마의자도 없다”고 밝혔다. 타키유딘 하산 야당 원내총무는 “부패·권력 남용·정치자금 비리를 근절하겠다던 정부의 모든 공약이 무너질 수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2022년 말 취임한 안와르 총리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최상층 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성역으로 여겨졌던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총리 일가와 측근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지난 5월 그의 딸인 누룰 이자 안와르가 PKR 부대표로 선출되며 ‘연줄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와르 총리 역시 과거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제임스 친 호주 태즈매니아대 아시아학 교수는 “말레이시아 중산층 상당수는 부패를 정치의 ‘상수’로 여긴다”면서도 “총리 최측근이 연루된 이상 안와르 총리가 어떻게 방어할지 모르겠다”고 SCM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