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단체들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종교환경회의, 핵발전소지역대책위협의회 등 탈핵단체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헌법소원 청구인을 28일부터 오는 12월14일까지 모집한다고 이날 밝혔다.
단체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법은 방사능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거나 사용후핵연료 대량 저장 시설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대한 검토 없이 원자력발전소 가동의 편의성만을 고려한 법”이라며 “핵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명권, 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 행복추구권, 평등권, 건강권 등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면 사용후핵연료라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 열과 방사능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의 반감기(방사성 물질의 방사능이 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는 평균 10만년에 달한다.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 등이 필요하지만 한국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48년 동안 원전을 가동했다.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부지를 선정한 적도 있으나, 강한 주민 반발에 부딪혀 9번의 부지 선정 시도가 모두 무산됐다. 2만t에 가까운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원전 내 임시저장수조에 보관 중이다. 임시저장시설은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26일 시행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법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고 처분하기 위한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 등의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를 규정했다.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은 2060년까지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간저장시설을 구축하기 전까지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해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 내용도 담겼다. 건식저장시설 구축에 대한 의견은 설치 지점으로 5㎞ 이내에서 수렴하기로 했다.
탈핵단체들은 “부지 내 저장시설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능 위험은 적어도 30㎞ 반경인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지만 현행법은 주민 의견 수렴 범위를 5㎞ 이내 거주 주민으로 한정해 나머지 주민들을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원래 한국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원전 반경 8~10㎞였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30㎞ 반경에서도 방사선 누출 피해가 확인되면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30㎞까지 넓어졌다.
오하라 츠나키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활동가는 “지금까지의 부지 선정이 수월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2050년과 2060년까지도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부지 선정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임시 건식저장시설의 사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원전 30㎞ 이내 거주 주민뿐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헌법소원 청구인을 모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