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튀르키예와 레바논을 방문하며 첫 해외 순방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즉위한 교황이 첫 순방지로 두 국가를 선택한 것은 중동 역내 평화에 관한 의지를 드러내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황청은 26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이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튀르키예와 레바논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순방 첫날인 27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영묘 아느트크비르를 방문한 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하며 순방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튿날에는 이즈니크를 방문해 ‘니케아(현 이즈니크) 공의회’ 17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니케아 공의회는 325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소집한 최초의 세계적 종교 회의로 예수 그리스도가 성부와 일체라는 교리가 공식 인정돼 기독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 중 하나로 꼽힌다.
교황의 공의회 기념행사 참석은 다른 기독교 교파와 화합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레오 14세 교황은 서한에서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맞아 교회들이 존재 이유를 잃은 신학적 논쟁을 뒤로하고 대화를 통한 화해를 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30일 레바논으로 이동한 후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화학물질 폭발 사고 현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이후 기독교 공동체 지도자 중 일부, 이슬람교도 및 이슬람 소수 분파인 드루즈족 지도자 등과 비공개 회동 일정이 이어진다.
레바논은 중동에서 가장 기독교 신자 비율이 높은 국가다. 또한 교황의 권위를 인정하는 기독교 마론파가 국민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레바논 방문 중 기독교 마론파 성인인 샤르벨 마클루프의 무덤 등을 찾을 예정이다.
교황의 레바논 방문은 2012년 베네딕토 16세 이후 처음이다. 레오 14세 교황이 레바논을 찾는 것은 최근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의 휴전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중재로 헤즈볼라와 휴전에 합의했으나 최근 레바논을 향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3일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의 2인자 하이탐 알리 타바타바이 등 5명을 살해하면서 휴전 지속에 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바티칸을 주로 취재해온 전문가 크리스토퍼 화이트는 “튀르키예와 레바논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평화 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이라며 “이번이 레오 14세 교황의 첫 해외 순방인 만큼 일정을 꼼꼼히 따르는 세계 지도자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