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박물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이 다음 달 28일로 끝난다. 3차 수사기한 연장을 하면서 한 달 남짓 수사기간을 다시 벌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은 산적해 있다. 향후 수사는 각종 의혹에서 ‘김 여사의 연관성’을 찾는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현재까지 김 여사 관련 의혹 사건들을 수사해 총 15명을 구속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대부분 김 여사가 받은 각종 금품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 기존에 의혹이 제기됐던 사건들을 풀어낸 것이다.
이제 남은 기간은 한 달 남짓. 특검이 수사 중인 마지막 과제들은 아직도 ‘첩첩’이다.
그중에서도 경기 양평고속도로 종점부 변경 의혹 및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윗선’ 수사가 최근 들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공흥지구 개발 인허가 등을 맡았던 당시 양평군수인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오는 26일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특검 조사 후 사망한 양평군청 공무원 정모씨가 숨지기 전 김 의원의 측근을 만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 의원이 회유를 시도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의 핵심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예상된다.
‘명태균 게이트’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특검의 처분에 시선이 몰린다. 특검은 지난 8일 오 시장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를 대질 조사했다. 오는 25일엔 오 시장 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를 각각 불러 조사한다. 이후 오 시장 혐의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명씨에게 지난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하게 했다는 혐의 등을 받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명품 전달 의혹은 새롭게 나온 사건이다. 김 여사 사저를 압수수색하면서 로저비비에 클러치백 등이 발견됐는데, 이를 김 의원 부인이 김 여사에게 줬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최근 로저비비에 한국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의원의 부인에 대해선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입건해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특검은 이 명품이 김 여사가 통일교인을 동원해 2022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개입한 대가로 건너간 게 아닌지 의심한다.
수사 후반부에 속도를 냈던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도 숙제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금거북이 매관매직’ 의혹, ‘바쉐론 시계 청탁’ 의혹, 종묘 차담회 의혹, 대통령실 비서관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 해군함정 술파티 의혹 등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관련자들이 기소됐지만 김 여사나 윤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은 규명되지 못한 사건들도 적지 않다. 삼부토건·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사건이나 특검의 인지 수사 대상이었던 ‘집사 게이트’ 의혹이 대표적이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연관성이 의심돼 수사가 시작됐으나 아직 의혹 수준에 머물러있다. 김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를 통해 유수의 대기업들로부터 보험성 투자를 유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들의 투자 배경에 김 여사의 영향력이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다음 달 17일 조사할 계획이다.
아직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못한 사건들도 남아있다. 코바나콘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이나 대통령실 관저 이전 개입 의혹, 감사원 관저 이전 관련 부실 감사 의혹 등이 꼽힌다.
특검은 수사 중인 사건이 완료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마지막 기한 연장을 했다고 한다. 특검이 정해진 기한 내에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넘어가게 된다.
지난해부터 미수금 청구소송까지 대리…누적 수행 건수 57건 달해전국 최초 노동권리보호관 도입…상담·교육·소송 ‘원스톱’ 진행
전화기 벨소리가 울리자 서울노동권익센터 비상근 노무사 A씨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는 경력 12년 차 베테랑 노무사다. 전화를 건 사람은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한 노동자였다. 통화는 17분가량 이어졌다. 그는 “상담 과정에서 법률구제가 필요하다 판단되면 권리구제 지원 절차도 안내한다”고 말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는 상근 노무사 1명·비상근 노무사 1명이 매일 온라인 법률상담을 진행한다. 올해 지난 25일까지 온라인·전화 등 법률상담만 4900여건을 진행했다. 상담은 전화통화뿐만 아니라 화상통화, 온라인 게시물 상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면상담도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주된 업무인 법률상담을 비롯해 노동자와 관련한 모든 업무가 이뤄진다. 취약 노동자 지원사업부터 심리치유사업, 찾아가는 노동교육을 비롯해 최근 큰 주목을 받는 서울 프리랜서 안심결제 사업도 이곳에서 담당한다. 혹서기·혹한기에 특히 힘든 이동노동자를 위한 ‘휴서울이동노동자쉼터’ 지원사업도 이곳의 상시사업 중 하나다.
가장 특화된 분야는 상담에서부터 소송 수행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서울시 노동권리보호관 제도’다. 노동분야에 특화된 일종의 ‘국선 노무사·변호인’ 제도로,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 중이다. 현재 공인노무사 71명·변호사 10명 등 81명이 노동권리보호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기호 법률지원팀장은 “상담 과정에서 권리구제가 필요한 사안이 있으면 센터 차원에서 권리구제 요건이 되는지 파악한 뒤 보호관들에게 사건 매칭을 해준다”며 “보호관이 진정서 및 이유서 작성, 소송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의 노동권익 침해사건 심층 지원 건수는 연평균 약 150건에 달한다.
노동권리보호관 제도는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프리랜서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 팀장은 “플랫폼 프리랜서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임금이 아닌 대금을 받아내야 한다”며 “하지만 실제 노동형태를 살펴보면 임금의 성격이 짙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 센터는 이를 임금으로 보고 실질적인 권리구제 절차를 밟는다”고 말했다.
권리구제 절차에 들어가면 노동권리보호관(변호사)은 플랫폼 노동자 등을 대신해 전자소송 및 전자가압류 등을 수행한다. 지난해 처음 지원을 시작한 플랫폼 프리랜서 미수금 청구소송 수행 건수는 누적 57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 팀장은 “전국의 노동권익센터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에게 민사소송을 지원하는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상담도 권익센터의 주요 지원사업 중 하나다. 직장 내 괴롭힘도 권리구제가 필요하면 보호관 연계 및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진정 절차까지 모두 수행한다. 센터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예방활동도 적극 추진 중이다. 올해 지난 10월까지 105개 중소사업장을 찾아 노무관리 무료 컨설팅을 진행했다.
임승운 서울노동권익센터장은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서울시민 누구나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기반”이라며 “취약 노동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보·서비스 개선에도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