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전설투표 환경미화원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강원 양양군 공무원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속초경찰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강요 등의 혐의로 양양군 소속 7급 운전직 공무원인 A씨를 입건했다.
A씨는 이른바 ‘계엄령 놀이’를 하며 환경미화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환경미화원을 청소차에 태우지 않고 출발해 달리게 하거나, 특정 색상의 속옷을 입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피해를 본 환경미화원들은 A씨가 투자한 주식의 매매를 강요당했으며, 그가 주식에서 손실을 볼 경우 가위바위보를 통해 진 사람이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경찰은 이날 고소인 조사를 마쳤으며, 조만간 A씨 및 참고인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직권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지방공무원법 위반 여부와 폭행 및 협박, 강요 등 범죄 행위가 있었는지 검토 중이다.
양양군은 A씨를 부서 이동시켜 미화원 관련 업무에서 배제한 상태다.
법의 권한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갑’의 얼굴을 하다가도 진짜 일해야 할 때면 정권 뒤에 숨어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 ‘을’의 얼굴을 하는 조직. 똑똑한 관료일수록 조직 우선주의와 상명하복이 가장 유리한 생존 기술임을 치열하게 터득한 조직. (노한동,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중)
10년차 전직 공무원의 신랄한 고발록이 전하는 한국 공직사회의 현실이다. 책 곳곳엔 가짜 노동, 쓸데없는 규칙, 책임 회피로 둘러싸인 공직의 지옥도가 담겨 있다. 특히 저자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건을 들며 “공직사회는 블랙리스트를 지시받고 실행할 때도 무기력했지만, 처벌과 조사가 끝난 후에도 통렬한 반성은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이 거대한 침묵이 두려웠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더라도 항명하지 못했을 테고, 앞으로도 위법한 지시가 늘 있을 거라는 사실이 두려움의 실체였다.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게 12·3 내란이다. 내란을 공직사회 책임으로 보면, 정부가 ‘복종의 의무’를 방패막이로 두르고 위법한 명령을 이행했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군 장성들이 “왜 국회에 가서 국회의원을 끌어내야 합니까”라고 따져 물었다면, 그 많은 장관들이 윤석열이 주도한 짧은 국무회의에서 사표로 반기를 들었다면 내란의 밤은 피했을지 모른다.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76년 만에 사라진다. 1949년 제정된 국가공무원법(57조)의 ‘복종의 의무’ 표현이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바뀐다. 상관의 지휘·감독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위법한 지휘·감독은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 법 개정안의 골자다. 복종의 의무가 내란을 키운 불씨이자, 공직사회를 짓누른 ‘가짜 노동’임을 인정한 것이다. 공무원의 내란 가담 여부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TF 운영도 공직사회 신뢰 회복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다만 위법과 부역 행위를 가르는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TF의 투서나 휴대전화 제출 명령은 과잉 단죄 논란을 낳게 한다. 과유불급이다. 내란 잔재를 단호하게 청산하되 절제된 방식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진정한 공직 개혁은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꿰뚫어볼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전직 공무원 노한동의 통찰이 무겁게 다가오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