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불법촬영변호사 경찰이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수사받던 공무원을 승진 시켜 논란을 빚은 전북 남원시에 대해 재차 강제수사에 나섰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6일 남원시장실을 포함한 4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3일 1차 압수수색 이후 166일 만이다. 경찰은 승진 인사 과정 전반에 대한 추가 자료 확보에 주력했으며 압수수색 영장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은 지난해 5월 31일 광주대구고속도로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6급 공무원 A씨가 다음 달 정기 인사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불거졌다. 수사 대상자였던 A씨의 승진에 비판이 제기되자 남원시는 뒤늦게 인사위원회를 열어 승진을 취소했다.
경찰은 지난 6월 행정지원과·감사실 등 5곳을 압수수색하고 최경식 남원시장과 인사 담당 과장 등을 입건해 조사해왔다.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윗선 개입이나 청탁 여부 등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압수물을 분석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제 상영 막바지에 들어선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다. 스크린 속 해피엔딩을 보며,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기적’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 속 40대 후반 가장(이병헌)은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생계가 벼랑 끝에 몰린다. 치위생기공 자격을 가진 아내(손예진)가 파트타임으로 다시 일하기 시작하지만, 경매 위기 직전의 집, 재취업의 난관, 장애 특성을 지닌 딸의 고액 레슨비 부담까지 삶 전체가 흔들린다. 그러다 살인과 우연이 맞물린 기묘한 사건을 계기로 새 일자리를 얻고 가족의 웃음을 되찾는 결말을 맞는다. 그러나 그런 구원은 스크린 속에서나 가능하다.
지난 9월 개봉 첫날, 송파구의 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다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남편 사망 후 식당일로 생계를 책임지던 60세 어머니, 지병을 앓던 큰딸, 신용불량 상태에서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던 작은딸. 어느 날 어머니가 넘어져 일을 그만두자 가정은 순식간에 수입원을 잃었고, 결국 세 모녀는 함께 생을 마감했다. 이는 한 가정의 비극이 아니라, 가장의 부재가 곧 가족의 몰락으로 직결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10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년 가장의 실직·사고·질병·갑작스러운 사망은 여전히 가정 전체를 뒤흔든다. 배우자의 안정적 직장이나 충분한 자산이 있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소득의 단절은 곧바로 위기로 이어진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쉰일곱의 아버지인 나 또한 같은 불안을 품고 산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이 불안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정리해고 소문이 돌자 평소 형제처럼 지내던 동료들 사이에 경쟁과 의심이 번진다. 실직 이후의 삶이 얼마나 가혹한지 알수록 연대는 약해진다. 이 장면들은 한국 중년층의 삶이 얼마나 충격에 취약한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를 그대로 비춘다.
그럼에도 복지체계는 오랫동안 노인·아동 중심의 취약계층 보호에 머물러 있었고, 중장년층의 ‘추락 위험’은 제도 설계의 주요 대상으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가장의 실직이나 사고가 곧바로 가정 해체로 이어지는 지금의 구조는 그 선언이 현실에서 지켜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계 단절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의 약한 고리임에도, 지원은 대부분 위기가 이미 발생한 뒤에야 시작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후 처방이 아니라 선제적 안전망이다. 첫째, 건강검진처럼 가구의 생계 위험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리스크 점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고용 형태·보험·대출 위험을 종합해 일정 수준 이상의 위험이 감지되면 국가가 먼저 연락해 지원을 연동하는 체계다. 둘째, 지역·연령·직군 단위로 ‘중년 생계 추락 리스크 맵’을 구축해 위험을 시각화해야 한다. 위험도가 높은 집단을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관리하고, 주거·일자리·상담·긴급생활비가 자동 연계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실직소득보장·긴급 주거안정·장애 급여 등 핵심 제도를 재설계해, 소득 중단이 한순간에 가정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우리 앞에 있다. “가난 때문에, 또는 가장의 실직 때문에 한 가족의 삶이 무너져도 괜찮은가?” 영화 속 해피엔딩은 허구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비극만큼은 결코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시민의 삶이 한순간에 추락하지 않도록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먼저 움직여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선택이다. 그것이 또 다른 세 모녀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