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불법촬영변호사 지난 4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1년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순방 때 사용했던 의전 차량인 ‘포프모빌’(지붕 없는 교황 전용 행사 차량)이 가자지구 어린이를 위한 이동식 소아과 의원으로 변신했다.
가톨릭교회 자선 기구인 국제 카리타스는 25일(현지시간) 베들레헴에서 개조 작업을 마친 이 차량을 공개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편지를 통해 “이 차량이 분쟁 지역, 특히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에게 치료와 위안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가자지구 인근 베들레헴을 방문했을 당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이 선물한 이 차를 타고 주민들과 만났다.
이후 베들레헴에 ‘평화의 상징’으로 남겨졌던 이 차량은 선종 직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허락을 받아 카리타스 예루살렘 지부가 가자지구 어린이를 위한 이동식 진료소로 개조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희망의 차량’이라는 이름의 이동식 진료소는 하루 200명의 어린이를 치료할 수 있다. 진료소는 감염병 신속 검사 키트, 봉합 키트, 주사기, 산소 공급 장치, 백신 등 진단·검사·치료에 필요한 장비를 구비했다.
다만 이 차량이 언제 가자지구로 들어가 어린이 치료 임무에 투입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달 10일 미국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지만, 휴전 발효 이후에만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67명의 어린이가 숨진 것으로 유니세프는 집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자주 가자지구 분쟁 문제를 언급했으며, 특히 이 지역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해 “부끄럽다”고 질타한 바 있다.
초봄부터 앞다퉈 얼굴을 들이밀던 수많은 꽃이 찬 바람과 함께 모두 움츠러들었다. 이럴 때 슬그머니 명함을 내미는 꽃이 국화다. 최근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국화 축제가 열렸다. 하나의 꽃을 주제로 거의 동시에 전국적으로 열리는 축제는 드문데, 꽃이 귀한 가을철이라 국화의 진가가 드러난다. 겨울이 다가올 때까지 꽃을 피우지 않고 기다리는 국화의 속내는 무엇일까.
국화의 진심을 알려준 사람은 신경준이다. 여암(旅庵)이라는 호가 말해주듯, 그는 전국의 유명한 산을 몇달씩 유람하고, 산에 오르면 반드시 정상에 올라 굽이도는 산천을 감상했다. 그 경험으로 한반도의 산과 강을 분류한 <산수고>, 전국 도로망을 총망라해 정리한 <도로고> 등을 저술했으며, 훈민정음의 음운을 도해한 <훈민정음운해>를 편찬했다. 그는 또한 백두대간을 체계화한 <산경표>의 저자로도 추정된다.
그의 할아버지 신선영은 낙향해 순창 읍내에 정자를 짓고 연못을 만들며 온갖 꽃을 심어 정원을 꾸몄다. 전국을 떠돌던 신경준이 중년에 고향 순창에 돌아와 할아버지가 꾸민 정원의 꽃에 관해 쓴 글이 <순원화훼잡설>이다. 30여종의 식물이 등장하는데, 꽃 속의 숨은 뜻을 밝혀내는 시선이 새삼스럽다. 그중 국화에 대한 다음 대목이 마음을 잡는다.
“내가 보기에 국화는 겸양에 가깝다. 봄여름 온갖 꽃이 색색으로 활짝 피어 서로 다투므로 봄바람을 일컬어 꽃의 시샘이라 한다. 국화는 조용히 물러나 있다가 여러 꽃이 지고 난 후에야 피어 바람과 서리에 꺾이는 것을 괴롭게 여기지 않으니 양보하는 정신에 가깝지 않은가.”(<여암유고> 제10권, 잡저4)
이른 봄부터 여러 꽃들이 사방에서 법석을 떨지만, 국화는 지긋이 바라만 보며 순서를 양보한다. 꽃을 피우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그래도 느긋하게 참고 기다리며 ‘당신 먼저’라는 마음으로 다른 꽃을 앞세운다. 후원자인 듯, 뒷배가 되어주는 국화는 너른 품 어른이다.
빌딩 현관문 앞에서나 버스를 탈 때, 또는 식당 앞 긴 줄에서 ‘먼저 하시죠’라며 양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로 눈을 부릅뜨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세상이 각박해지다 보니 국화보다 인품이 모자란 사람들이 많아졌다. 배려와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는 국화를 보고 옛사람들이 군자라고 한 뜻을 이제야 알 듯하다. 아직도 악다구니를 벗어나지 못한 나는 군자 되기는 멀었나 보다. 국화 축제라도 다녀오면 좀 나아지려나.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운명이 시계제로(0) 상태로 돌아갔다.
26일 홈플러스 등에 따르면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홈플러스 인수 본입찰이 이날 오후 3시 마감됐다.
앞서 홈플러스 인수의향서(LOI)는 인공지능(AI) 플랫폼 전문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개발업체인 스노마드 2개 업체가 제출한 바 있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입찰 참여 기업의 제출 서류를 검토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 뒤 서울회생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이날 최종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만큼 홈플러스의 인수·합병은 원점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