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 상수원보호구역 개발규제의 근거가 된 수도법과 시행령이 위헌이라며 주민들이 낸 헌법소원이 헌재의 아무런 판단도 받아보지 못하고 5년만에 각하됐다.
헌법재판소는 27일 경기 남양주시와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이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은 주민의 기본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결정을 내렸다.
남양주시와 주민들은 이번 결정에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27일 남양주시와 조안면 주민들이 ‘상수원보호구역의 지정과 행위 허가기준’을 정한 수도법 제7조 6항과 수도법 시행령 제13조 1항1호에 대해 제기한 위헌확인 청구를 재판관 9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정부는 지난 1975년 7월 9일 수도권 시민 2500만 명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한다는 이유로 한강 상류인 북한강과 접한 경기 남양주, 광주, 양평, 하남 등 4개 시·군 158.8㎢를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따라 남양주시 조안면은 전체 면적의 84%가 팔당 상수원 규제 지역에 포함됐다. 건축물이나 공작물 설치가 엄격히 제한되고 음식점과 펜션 운영 등도 불가능하다. 재배한 농산물로 주스나 아이스크림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남양주시와 조안면 주민들은 2020년 10월 상수원 보호 규제가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내 주민들과 남양주시가 규제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과 청구 기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헌재는 남양주시의 심판청구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할 수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수도법과 시행령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서도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해당 조항에 따라 발생한 것이 아니다”며 직접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남양주시와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팔당 상수원의 과도한 규제는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 침해”라며 2020년 10월27일 헌법심판을 청구한 지 5년1개월 만에 나왔다.
김기준 조안면 주민통합위원장은 “조안면은 2016년 검찰 상수원보호구역 불법 음식점 단속으로 음식점 84곳이 폐업하고 조안면 주민 4분의 1인 870명이 전과자가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가열하는 음식을 조리해 파는 행위가 금지되고 음식점은 물론 끓는 물을 사용해야 하는 카페조차도 영업이 불가능하고, 과실나무를 심고, 지역 농산물을 가공하면 전과자가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지역 주민들이 기본권과 재산권을 침해받은 사실은 명확한 만큼,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강 사이로 마주한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당시 면 소재지라는 이유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서 제외돼 고층 건물과 식당과 카페 등이 들어서 영업을 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상수원 규제에 대해 위헌 판단을 받아 제도 개선에 나서려 했지만, 이번 각하 결정으로 계획이 무산됐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5년만에 나오는 결정이라 기대했는데 결과를 보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전·현직 의원이 연루된 공공예산 비리 스캔들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쿠데타설까지 등장했다.
25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프란첼 마거레스 파딜라 필리핀군 대변인은 최근 제기된 쿠데타설에 관해 “그리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다”라며 “일부 예비역 군인들이 정국 불안정화 움직임에 관여한 것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군은 어떠한 체제 전복 음모에도 결코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리핀군 내부에 군사정부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판필로 락손 상원 임시의장은 지난 23일 군 내부에서 쿠데타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예비역 군·경찰 출신들에게 민·군 과도정부의 구성원으로 참여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며 “그들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사임뿐 아니라 전체 체제 전복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두고 “위헌적 시도”라면서도 “부패한 체제를 바꾸려는 열망에서 불법적·위헌적 방법을 생각해낸 이를 탓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군부의 개입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런 방식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필리핀에서는 건설사와 고위 관료가 담합해 홍수 방지 사업의 예산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분노를 샀다. 지난 3년간 이 사업에 5450억필리핀페소(약 13조6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일부 시설은 부실 시공되거나 시공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부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사촌인 마틴 로무알데스 전 하원의장도 이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재무부는 이 비리로 최대 1185억필리핀페소(약 3조원)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달 태풍으로 최소 250명이 사망하면서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반부패 시위에는 65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가했다. 오는 29~30일 예고된 대규모 반부패 시위에서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사임과 부패 관료의 체포를 촉구할 계획이다.
파딜라 대변인은 이날 “정권을 흔드는 반헌법적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는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사시 “필리핀군과 기타 기관이 참여하는 비상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