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성추행변호사 사업가에게 수천만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핵심 물증과 진술 증거를 대부분 배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26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노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사업가 박모씨는 노 전 의원과는 무관한 별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1년 5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노 전 의원은 2020년 2~12월 사업가 박씨로부터 5차례에 걸쳐 6000만원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23년 3월 기소됐다. 검찰은 박씨가 발전소 납품사업 및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편의제공, 물류센터 인허가 및 인사 알선, 선거자금 등 명목으로 자신의 아내 조모씨를 통해 노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줬다고 봤다.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는 조씨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문자 메시지였다. 검찰은 박씨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간 알선수재 혐의 사건으로 조씨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 전 의원의 뇌물 수수 관련 혐의도 포착했다.
이 증거는 2022년 12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노 전 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언급하면서 논란이 됐다. 한 전 장관은 “(노 전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됐다”고 주장해 피의사실 공표 시비를 불렀다. 국회 체포동의안은 부결됐고 검찰은 2023년 3월 노 전 의원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검찰이 조씨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전자정보가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조씨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전자정보에 여러 사건과 관련한 내용이 혼재돼 있었는데, 검찰이 별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임의로 확보한 게 법리에 어긋난나는 취지다. 박 부장판사는 “이 사건 전자정보는 모두 위법수집증거이므로 증거 배제 결정했다”며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 능력이 없는 증거들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 사실을 인정할 만큼의 증명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를 취득하지 않았다면 수사가 제대로 안 됐을 거로 보인다”며 “증거 취득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은 영장주의와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그 위반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노 전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검찰의 조작 사건은 3년 열흘 만에 명백한 허구임이 밝혀졌다”며 “정치검찰의 공권력을 빙자한 부당한 수사와 자의적 기소로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국가공무원 당직제도가 도입 76년 만에 개편된다. 집에서 당직을 서는 재택근무와 기관 간 통합 당직이 대폭 확대되고, 야간과 휴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민원 응대 시스템이 도입된다. 인사혁신처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공무원 복무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사처에 따르면 당직제도를 운영하는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등 중앙행정기관은 1171개(약 57만명)다. 인사처는 “당직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공무원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국민에게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1949년) 이후 처음으로 전면 개편한다”고 했다.
약 3개월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재택당직 또는 통합당직을 확대하거나 24시간 상황실을 통해 당직근무를 하게 된다. 무인 전자경비장치나 유인 경비시스템, 통신연락체계 등을 갖춘 곳은 재택당직 도입이 가능해진다. 인사처는 “대부분 중앙행정기관이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와 법무부 등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는 기관은 일반당직실을 없애고 상황실에서 당직업무를 병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기관 특성상 당직업무가 과중한 경우에는 상황실 인원을 조정하거나 인력을 보강하도록 했다.
여건에 따라 기관 통합으로 당직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예컨대 정부대전청사처럼 8개 기관이 모여 있는 경우 기존 기관별 1명씩 총 8명이 당직근무를 했다면, 앞으로 전체 3명의 당직근무자가 8개 기관을 통합 대응하는 식이다.
기관별 민원 수요에 따라 야간과 휴일에 AI 당직 민원 응대 시스템도 도입된다. AI 시스템의 경우 일반 민원은 국민신문고로, 화재·범죄는 119·112 신고로 각각 전환하는 등 민원의 성격에 맞춰 연계한다. 중요하고 긴급한 사항은 당직자에게 직접 연락되도록 해 연락 지연 등을 방지할 계획이다.
인사처는 이번 개편에 따라 당직비가 감축돼 연간 169억∼178억원의 예산이 절감되고, 연간 약 356만 근무시간이 확보돼 공무원의 대국민 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천지윤 인사처 윤리복무국장은 “기관 간 비상 연락체계를 유지해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전파하고, 업무가 차질 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