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조회수 구매 우승 프리미엄을 뛰어넘는 별이 나올 수 있을까.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 투표가 지난 24일 시작됐다. 기자단(40%), 감독(30%), 주장(30%)이 참여하는 이번 투표에선 K리그1(1부)과 K리그2(2부) 최우수선수(MVP)와 감독상, 영플레이어, 베스트11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1부리그 MVP다. 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MVP 최종 후보에는 박진섭(30·전북), 싸박(28·수원FC), 이동경(28·울산)이 이름을 올렸다.
전북 주장인 박진섭은 지난해 강등권에 허덕이던 전북을 올해 우승으로 이끈 공로로 MVP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 지난 5년간 MVP 수상자는 모두 우승팀에서 나왔다. 팀 성적이 큰 기준이 된다. 공격 포인트가 높지 않은 선수도 팀의 주장이나 핵심 선수로 제 몫을 해냈다면 MVP로 인정받았다. 박진섭도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오가며 전북 입단 이래 가장 많은 35경기(3골 2도움)에 출전해 우승컵을 들었다. 박진섭과 MVP를 다투는 싸박과 이동경은 소속팀의 강등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축구 전문가들은 개인 기록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격수 싸박은 올해 17골로 사실상 득점왕을 결정지었다. 미드필더 이동경도 13골 12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1위다. 이동경은 도움 부문에서도 대구FC의 세징야와 공동 1위라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선수의 다양한 활약상을 종합해 산출하는 K리그판 파워랭킹인 ‘아디다스 포인트’를 살펴봐도 이동경과 싸박은 각각 5만7770점과 5만3361점으로 1·2위를 달리고 있다. 박진섭은 12위(3만9572점)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이동경은 공격 포인트뿐 아니라 페널티지역 안으로 성공한 패스(77개), 페널티지역 안으로 들어간 크로스의 수(238개), 슈팅으로 이어진 키패스(74개), 전체 슈팅(121개) 등 공격 세부 지표에서도 단연 1위라는 점에서 선수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싸박 혹은 이동경이 수상한다면 비우승팀에서 6년 만의 MVP 배출이다. 2019년 준우승팀 울산 소속 김보경이 MVP를 받은 바 있다. 다만 당시 울산은 우승이 유력했지만 최종전에서 전북에 밀려 역전 우승을 내줬다. 2018년 말컹(당시 경남FC)도 26골이라는 압도적 활약을 펼쳐 준우승팀 선수로서 MVP를 따냈다. 말컹은 마지막 외국인 선수 MVP이기도 하다.
싸박과 이동경의 소속팀은 우승 경쟁 근처에 가지 못하고 파이널B로 물러났다. 그러나 2016년 8위였던 광주FC의 정조국이 MVP를 수상한 사례도 있다.
MVP 투표는 K리그1 최종전이 열리는 30일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수상자는 12월1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공개된다.
“샤오첸의 젓가락이 큰 접시로 향했다. 첫 번째 완자부터 시작해 투명한 완자, 고기 피 완자, 양념에 재운 완자, 아삭한 완자, 토란 완자 순서로 먹었다. (중략) 탕을 마시고 무절임을 먹었다. 그런 뒤 같은 순서로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중략) 나는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거침없이 내뱉었다. ‘우리 함께 타이완을 구석구석 돌면서 미식을 즐겨요!’”
<1938 타이완 여행기>는 타이완 미식 체험을 하는 여행기 형식의 소설이다. 이야기의 얼개는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식민지 타이완에서 1년을 보내게 된 일본 여성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통역을 맡은 타이완 여성 왕첸허(샤오첸)의 도움으로 타이완 곳곳을 여행하며 갖가지 풍경과 음식을 경험하는 내용이다. ‘군침 도는’ 문장이 술술 읽힌다. 하지만 식민주의, 젠더, 정체성, 역사의 해석 등 이야기의 겹을 층층이 쌓아 올린 깊이가 결코 간단치 않다.
소설은 길거리 간식부터 각 지역의 토속 요리, 연회 음식까지 다채로운 식재료와 맛의 묘사로 지면을 채운다. 이를테면 캅아 국수라는 음식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 “돼지고기 다짐육을 다진 파와 함께 볶고, 바지락과 말린 생선가루를 넣어서 국물을 만들죠. 국물이 끓으면 넙적한 면을 넣어서 익히고요. 그릇에 국수를 담은 뒤 볶은 고기 고명을 그 위에 얹어요. 흰 후추가루도 살짝 뿌리고요. 바지락과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맛있는 국물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을 생각하면 두 그릇은 먹고 싶어진답니다.” 둘의 만남의 계기가 되는 과쯔(짭짤한 씨앗 볶음)로부터 시작해 열두 장에 걸친 요리들로 옛 타이완의 문화와 풍속 그리고 식민지 내 권력 관계에 대한 통찰까지 엮어낸다.
중일전쟁 중 타이완 미식여행 하는일본인 작가·타이완인 통역 이야기식민주의·젠더 겹겹이 쌓아 올리며제국의 문제적 시선·경계에 질문
이러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틀이 여성 간의 로맨스나 연애를 다루는 장르인 ‘백합 소설’이라는 점도 무척 흥미로운 지점이다. 미묘한 긴장이 깔려 있는 두 여성의 ‘밀당’을 통해 식민자-피식민자, 고용주-고용인, 가문의 후계자-서녀라는 경계를 흔들고 의문시하는 것이다. 첸허는 여러 언어에 능통한 재원이지만 첩실의 딸이라는 한계 때문에 가문의 뜻을 따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치즈코는 그런 그에게 호감과 연민을 느껴 보호를 베풀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치즈코의 ‘악의 없는’ 시선이 문제적이다. 그는 제국의 강경한 방식을 비판하지만, 본섬(일본-내지와 타이완을 구별하는 표현)을 ‘개발(실제로는 타이완 고유의 것을 파괴)하는’ 제국은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드러낸다. 샤오첸이 그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던 이 식민자의 시선을 미시마라는 인물은 신랄하게 지적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본섬의 맛이라는 건 사실 진짜 맛있는 맛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것보다는 희귀하고 기이한 짐승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지요. (중략) 제국이 본섬에 아름다운 걸 더해줬다고요? 아오야마 선생님의 말씀은 본섬과 본섬 사람을 우롱하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멋진 것들은 그저 내지인에게나 그러할 뿐이지요.” 알 수 없는 샤오첸의 속마음을 탐구하는 과정은 치즈코가 식민지를 대상화하던 자신의 맹목을 깨닫고, 진짜 타이완의 모습을 발견하는 여정이 된다.
이 소설은 실제 기록이 아닌 ‘발견된 여행기’처럼 작가가 구성한 메타픽션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일본인 치즈코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국어판 번역자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한 작가에게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의 타이완을 알려면 반드시 일본어로 된 기록을 읽어야 하는데, 이는 제국의 언어로 작성된 것이기에 왜곡되고 생략된 역사일 수밖에 없다. 번역된 행간에서 역사적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는 스스로를 번역자로 설정하고, 각주를 통해 끊임없이 소설 속 오류를 지적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단순히 식민 역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식민주의 관찰 자체를 문제화하는 것이다. 다채로운 재료들로 솜씨 좋게 요리한 음식이 미각을 깨우듯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소설이다.
양솽쯔(41·楊子)는 작가가 쌍둥이 동생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면서 쌍둥이라는 뜻의 일본어 ‘子’를 공동 필명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2015년 동생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홀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권위 있는 도서상인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을 타이완 최초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