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인천공항에 4개월여 구금된 채 지내는 이집트 국적 인권변호사 A씨가 정식 난민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내 법률가들은 A씨가 ‘이집트의 조영래 변호사’라며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하기도 했다.
26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A씨 판결문을 보면, 인천지법 행정1단독 임진수 판사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 7월11일 A씨에 대해 내린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지난 25일 취소했다. 출입국청이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경우 명백히 난민 사유가 없을 때는 정식 난민 심사에 부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적용한 것을 뒤집고 정식 난민 심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6월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7월7일 난민 신청을 했다. A씨는 자신이 이집트 정부가 금지한 단체에 가입하거나, 금서를 보유했다는 등 이유로 국가안보국이 이집트인들을 체포한 사건을 변호하는 등 활동을 했다가 탄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출국 때마다 국가안보국의 감시를 받고, 매달 여러차례 소환당해 폭행당하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이집트에서는 다수 인권변호사가 탄압을 받고 있어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적도 있다.
출입국청은 지난 7월11일 A씨에 대해 “명백히 난민이 아니다”라고 판단해, 난민 심사에 부치지 않았다. 난민인정 신청서의 내용과 면담 조사에서의 내용이 일부 다른 점, 다수 해외 국가로 출국한 적이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내고 이날까지 4개월 이상 인천공항에 구금돼 있다.
임 판사는 출입국청이 A씨를 난민 인정 심사에 넘기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임 판사는 A씨가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고, 통역의 한계 등으로 일부 답변이 달랐을 수도 있다고 봤다. A씨의 난민 사유가 없다는 출입국청 주장에 대해선 “출입국청이 사실관계를 조사해 밝혔어야 한다”며 “주요 사실에 관한 주장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자료와 현저히 배치될 정도로 명백해야 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임 판사는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 절차에 대해 “난민 심사 절차를 간이로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라며 “출입국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으며 난민인정 신청을 하는 외국인의 난민법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배제되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집트 출신 인권 변호사 A씨 석방 촉구 법률가 서명운동’에 참여한 120명의 의견을 담은 준비서면이 제출됐다. 참여 법률가들은 A씨를 ‘이집트의 조영래’에 비유하며 “변호사의 사명은 ‘기본적 인권 보호’”라며 “그를 외면하는 것은 스스로 (우리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래 변호사는 1980년대 노동·여성·환경 관련 사건의 변론을 맡은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다.
출입국청이 항소하지 않으면 A씨는 2주 이내에 석방돼 정식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다. A씨를 대리한 이상현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한국 사회도 독재 정권에 맞섰던 인권 변호사의 헌신 위에서 민주화를 이뤘던 만큼, 난민 신청을 한 인권 변호사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업체가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장려금 정산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표준거래계약서가 개정됐다. 최근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판매장려금 부당수취 경험률이 꾸준히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대금지급의 투명성을 높이고 납품업자의 권익 보호 강화를 위해 유통분야 표준거래계약서 3종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면세점·온라인쇼핑몰 등 대형유통업체가 판매장려금 등을 공제하고 대금을 지급할 때 납품업자가 공제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사전통지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기존 표준계약서에도 사전통지 조항이 있지만 사전통지의 내용과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 통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 대금 지급일 당일에 통지돼 납품업자가 구체적인 공제 사유를 알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공제 내용별 사전통지의 내용과 시기를 구체화한 양식표를 신설했다. 통지 항목은 공제항목 및 공제금액, 관련 상품명, 관련 점포 수, 상품별 행사 판매 수량 등이다.
공제 내용 통지는 대금지급일 기준 최소 1영업일 전에 하도록 했다. 사전통지 내용이 불충분할 경우 납품업자가 유통업체에 자료 보완을 요청할 수도 있다.
공정위는 유통업체의 업무부담 경감을 위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제내용을 게시하는 것으로 통지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만들었다.
이번 개정은 최근 직매입 거래 분야에서 납품업자의 판매장려금 부당 수취 경험률이 꾸준히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온라인쇼핑몰의 경우 판매장려금 부당수취 경험률은 2022년 2.0%에서 지난해 6.8%로 급증했다. 대형마트(1.2%→1.8%)과 편의점(1.8%→5.0%)도 같은 기간 부당수취 경험률이 크게 올랐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의 ‘깜깜이‘ 대금 공제 관행이 차단돼 거래 관계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납품업체 대금 관련 권익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2년 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1인당 연구비가 지난해 24%까지 줄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R&D 예산 감소의 충격이 출연연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23개 출연연의 지난해 R&D 총예산은 8238억원으로 2023년보다 24.4%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가 R&D 예산 총감소율은 14.6%였다. 출연연은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기술의 안정적 연구 수행을 위해 정부가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앞서 2023년 9월 윤석열 정부는 이듬해 국가 R&D 예산을 그해(31조1000억원)보다 5조2000억원 줄어든 25조9000억원(전년 대비 16.6% 감소)으로 책정한 예산안을 마련했다. 이어 국회에서 다소 증액되며 29조6000억원(전년 대비 14.6% 감소)이 최종 편성됐다.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대폭 삭감은 핵심 연구과제 중단 사태로 번졌고 국내 연구 생태계 위축 우려로 이어졌다.
R&D 예산 삭감 사태 당시 출연연 연구현장의 타격은 ‘1인당 연구비’ 추이로도 확인된다. 전체 출연연 R&D 예산을 연구자 수로 나눈 ‘1인당 연구비’는 2023년 7420만원이었다가 2024년 563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전년도보다 24.1% 줄었다.
출연연 연구비 축소 충격은 인력 이탈로 이어졌다. 2020~2023년까지 4년간 출연연 연구인력은 매해 평균 194명씩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신규 채용보다 이직·퇴직자가 더 많아 20명 순감했다.
출연연의 R&D 예산은 올해에는 9990억원으로 지난해(8238억원)보다 1752억원 늘었으나 삭감 전인 2023년(1조903억원)에는 못 미친다.
김우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국가 연구기관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취급했다”며 “출연연 예산을 최소한 삭감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국가 전략·기초·원천 연구에 대한 안정적 투자와 인력 이탈 방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