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개인회생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2일(현지시간)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회의 첫날 정상 선언이 채택됐다. 일반적으로 정상 선언은 폐회일인 회의 둘째 날 채택되지만 의장국 남아공은 회의를 보이콧한 미국을 겨냥해 이런 방침을 밀어붙였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우리는 어떤 것도 최초의 아프리카 G20 의장국의 가치, 위상, 영향력을 떨어뜨리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바로 지금 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회의장에서 기자들에게 “회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컨센서스로 정상 선언이 채택됐다”며 “정상 선언을 첫 번째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122개 항으로 구성된 ‘G20 남아공 정상선언’에서 정상들은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적응 필요성, 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야심 찬 목표, 빈국들이 겪는 가혹한 수준의 부채 상환 부담 등도 언급했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기후 변화 대응이나 재생 에너지 확대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반대해 온 의제다. ‘일방적인 무역 관행’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외교부 장관은 현지 공영 SABC방송에 “이번 G20은 미국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모두 G20의 동등한 회원국이다. 여기 있는 우리는 이것이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남아공이 아프리카너(17세기 남아공에 정착한 네덜란드인의 후손) 백인을 박해한다고 주장하며 G20 의제 등을 두고 남아공과 대립한 끝에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이후 현지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 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공식 전달했고, 자국이 성명 내용에 합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한 의장 성명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이날 “남아공이 미국의 일관되고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G20 정상 선언 발표를 강행했다”며 “남아공은 G20의 정신을 훼손하기 위해 G20 의장국 지위를 무기화했다”고 반발했다.
내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미국은 남아공이 “빈 의자”에 의사봉을 넘기겠다고 한 것에도 항의했다. 남아공은 G20 의장직 이양식에 미국이 주남아공 대사대리를 보내겠다고 하자 이같이 맞섰다. 이후 남아공은 의장직 이양식에 대사대리와 같은 직급의 외교관을 보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1999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미국·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하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 열렸다. 중국은 리창 국무원 총리가, 러시아는 막심 오레시킨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열렸으며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회복력 있는 세계’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 등 3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회의는 23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전쟁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온 우크라이나인이 일본스모협회가 여는 프로 스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다. 그의 극적인 성공 뒤에는 입국과 훈련을 도운 일본인 코치의 배려가 자리해 있었다.
24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출신 아오니시키 아라타(우크라이나 이름 다닐로 야브후시신·21)가 전날 후쿠오카국제센터에서 열린 일본스모협회 주최 공식 대회 결승전에서 스모 최고 등급 장사(요코즈나)인 호쇼류 도모카쓰(26)를 꺾고 우승했다.
일본 프로 스모 대회에서는 이미 몽골 등 외국 출신 선수가 많이 활약 중이다. 다만 아오니시키는 스모 대회에서 우승한 첫 우크라이나 출신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스모 차상위 등급 선수 목록에 ‘역대급’ 빠른 속도로 오른 것도 이목이 쏠리는 요인이다.
아오니시키가 일본에 온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기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해 초 가족과 함께 독일로 피난해 있던 아오니시키에게 일본 간사이대 스모부 코치 야마나카 아라타가 “거긴 괜찮냐”고 연락을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오니시키가 야마나카 코치에게 “일본으로 피난을 갈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앞서 두 사람은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 주니어 선수권 대회 때 인연을 맺었다. 야마나카 코치가 먼저 복도에서 “몇 살이냐”고 말을 걸었다. 그는 경기 중 아오니시키의 강한 다리와 허리,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 인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고등학생도 출전하는 세계 대회에서 중학생 나이였던 아오니시키가 거둔 성적은 세계 3위였다. 이후 야마나카 코치가 먼저 SNS로 연락했고, 아오니시키가 스모 종주국 코치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면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이후 2022년 봄 야마나카 코치의 지원 덕에 일본을 찾은 아오니시키는 간사이대 스모부에서 실력을 키워 갔다. 야마나카 코치의 부모가 아오니시키의 신원 보증을 서고 비자 취득을 도왔다. 야마나카 코치는 아오니시키에게 스승이자 형제 같은 존재였다. 아오니시키가 스모 선수로서 경기장에서 쓰는 예명인 시코나 뒷부분 ‘아라타’는 야마가타 코치의 이름을 따라 지었다.
그렇게 일본에서 3년 반 시간이 흘러, 아오니시키는 공식 스모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 쥐었다. 아오니시키는 우승 당일 기자회견에서 “우승하고는 싶었지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았다”면서 기쁨을 표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아오니시키의 우승을 기뻐하는 반응이 속속 나왔다. 스모 팬인 올렉산드르 카시야넨코는 “전쟁 중 승리의 의미는 아무리 평가해도 부족하다”며 “아오니시키는 우리에게 기쁨과 웃음을 줬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아오니시키가 우승하는 순간을 TV로 지켜 본 야마나카 코치는 긴장과 불안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배낭과 캐리어 가방을 든 채 간사이 국제공항에 내렸던 소년 아오니시키의 모습이 화면에 겹쳤다고 산케이신문에 말했다.
야마나카 코치는 “(아오니시키로부터) 전쟁 때문에 대학에 다닐 수 없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꿈을 좇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일본에 왔지만, 종종 쓸쓸한 얼굴을 했다”며 아오니시키와 전쟁 이야기는 특별히 한 적이 없다고 아사히에 회상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때(2022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