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카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에 따른 대의원제 보완 방안에 대해 “이미 만들었다”며 그간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밝혔다. 1인 1표제를 강행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인 1표제 도입과 관련해 “(당내에) 당원주권TF(태스크포스)도 만들어서 장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해서 수개월 동안 논의하고 숙의했다”며 “당원주권특별위원회에서 의결도 했고 최고위와 전국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취약·전략지역 위원장들이 이런저런 보완책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이미 만들어 (당헌 개정)안에 올려져 있다”며 “그런 내용이 충분히 (논의) 과정이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1인 1표제를 골자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 논의가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개정 작업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대의원제 약화에 대한 보완 방안이 더 필요하다며 일방적 처리에 반대해왔다.
정 대표는 “큰 물줄기는 잡혔다”며 1인 1표제 도입은 거스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 때 공약한 1인 1표제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민주당의 가장 큰 의사결정 기구인 전당대회에서 이미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 바뀌었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제게 1인 1표제에 반대한다고 말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다만 정 대표는 “민주주의는 문제 제기가 있으면 수용하고 토론해서 좋은 의견을 도출하는 과정”이라며 추가 의견 수렴을 위해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할 중앙위원회 개최를 1주일 미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대표가 좀 더 폭넓게 받아들이고 토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부족한 부분은 더 보완해 중앙위에 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승래 사무총장이 이끄는 ‘대의원 및 전략지역 역할 재정립’ TF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대의원제 보완 방안을 논의한다. 당 안팎에서 우려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강득구·윤종군 의원과 친이재명계 외곽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측 김문수 의원 등도 TF에 합류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첫 회의를 내일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음주 초에 의견 수렴 토론회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의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이언주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모습도 연출됐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최고위원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고 하더라도 큰 방향에 이견이 있는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인 1표제는 전국 정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초석이 돼야 한다”며 대의원제 보완 방안으로 지구당 부활을 제안했다. 김영배 의원도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지구당을 통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지역 저변에 있는 권리당원들의 참여를 확대한다면 대의원이 특정 세력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지구당 부활을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정 대표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지구당 부활 등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가 정개특위 논의를 야당과 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김건희 여사의 사법리스크를 계엄 선포의 동기로 지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해 수사 의지를 보이는 검찰 지휘부를 교체하라’고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부탁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 여사가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 의혹’ 검찰 수사 내용 등도 실시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휴대전화 사용 기록을 파악하기 위해 각 휴대전화를 확보한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내란 특검은 25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전날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을 압수수색했다.
내란 특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장관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가 지난해 5월15일 김 여사,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 여사 수사와 관련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 휴대전화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두 특검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 휴대전화를, 채상병 특검은 윤 전 대통령 휴대전화를 각각 압수해 보관 중이다.
당시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은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자 이에 대한 항의성으로 김 여사 신속 수사를 지시했고, 결국 수사팀 지휘부가 교체됐다’는 내용이 담긴 지라시(정보지)를 박 전 장관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장은 지난해 5월2일 서울중앙지검에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는데, 12일 뒤 이를 담당하던 송경호 당시 중앙지검장과 김창진 중앙지검 1차장검사, 고형곤 4차장검사가 갑작스럽게 교체됐다.
특검은 이런 연락이 오간 것으로 미뤄볼 때 박 전 장관이 당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례적인 검찰 인사를 단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박 전 장관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탁금지법은 사건의 수사·재판 등을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거나 승진·전보 등 공직자 인사에 관한 법령을 위반해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일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은 내란 특검의 수사 범위가 아니지만, 특검은 ‘김 여사 사법리스크 해소’를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 동기 중 하나로 지목하고 내란 관련 사건으로 박 전 장관을 추가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특검법은 12·3 불법 계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건을 인지할 경우 수사할 수 있다고 정한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사건 역시 당시 검찰 수사팀으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받아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검찰의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 수사’ 상황을 법무부 실무자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받은 정황도 확인했다. 김 여사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도 박 전 장관이 김 여사에게 공천개입 사건 검찰 수사보고서 등을 전달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두 차례 법원에서 기각당한 특검은 수사 종료를 앞두고 그에 대한 추가 수사를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불법 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이날 대검찰청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관계나 수사를 통해서 확인된 자료에 비춰서 다시 한번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