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성범죄전문변호사 2021년, 독일 베를린 시민들은 주택 임대 기업들이 소유한 24만호의 주택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자는 주민투표를 성사시켰다. 당시 베를린의 월세는 10년간 2배나 치솟았고, 집은 소수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대다수 시민의 안전과 평안을 위협하는 구조에 분노한 베를린 시민들은 “집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다시 확인했다. 집값 폭등과 주거불안이 일상이 되면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린다. 부업과 투자에 뛰어들고, 대출을 짊어지고, 불안을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리며 버틴다. 그러나 이 풍경은 도시의 주거정책이 얼마나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치적인 증거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열린 도시를 위해 공공성을 확장하자.
그러나 서울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공공의 땅을 민간에 매각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그중 핵심은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이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약 50만㎡ 규모의 이 땅은 코레일·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정부부처가 소유한 공공자산이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자산 매각 중단’을 긴급 지시했다. 윤석열 내란정권하에서 기획재정부가 자산 효율화를 명목으로 공공자산 헐값 매각을 추진하며 불거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오는 27일 이 일대에서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한 기공식을 강행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부지 매각을 목표로 한 조성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서울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가 가구보다 무주택 가구가 더 많은 도시다. 특히 용산구는 주민의 66%가 무주택자이며, 월세 거주 비율도 서울 평균을 웃돈다. 한때 대통령 관저가 있던 고급 주택가가 있는 한편,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촌이 자리한 자치구이기도 하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지하·옥탑 거주 가구를 포함한 주거빈곤 가구 비율은 전체의 18.7%에 달한다. 그럼에도 용산구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서울시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보다 명확한 주거불평등의 단면이 있을까. 그동안의 탐욕적 부동산 정치는 월세 부담과 퇴거 위협에 놓인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 열악한 거처에서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다.
“공공주택이 우리의 대안”이라 말하는 베를린 시민들의 선택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제 도시 개발과 주택정책의 화살표를 소수의 독점과 투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를 향하게 하자. 용산정비창 부지 민간 매각을 중단하고, 모두의 땅으로 남겨두는 것. 나아가 공공임대주택의 무대로 삼는 것. 그것이 서울이 더 이상 불안의 도시가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도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당초 일정을 하루 넘겨 막을 내렸다. 50여시간에 걸친 철야 협상에도 기대를 모았던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합의에는 실패했다. 주요 외신이 “석유 생산국들의 승리”라고 혹평할 만큼 실망스러운 결과다. 탄소 배출에 책임이 큰 주요 국가들의 퇴행적 행보가 원인이었다. 기후의 위협에 맞서 인류의 연대와 행동을 끌어낼 글로벌 리더십 복원이 절실하다.
외신에 따르면 COP30 참가국들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이라는 파리협정 정책 주기를 올해부터 본격 운영하고, 2035년까지 기후위기 취약국가들의 적응 재원을 3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그나마 COP30의 성과로 꼽히는 합의들이다. 하지만 2년 전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COP28에서 합의한 ‘에너지시스템의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의 구체적 이행 방안 마련은 80여개국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무산됐다. 미국이 불참하고, 중국이 소극적으로 침묵하는 사이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강력 반대한 결과였다. 기후위기 대응 책무를 외면한 글로벌 리더십의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달 발간한 ‘온실가스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온실가스 농도는 사상 최고치였다. 특히 화석연료 배출과 잦아진 산불로 ‘탄소 배출-온난화-자정능력 저하-탄소 폭증’의 한계상황에 들어섰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극단적인 폭염·홍수·산불·혹한으로 인류는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도 입었다. 기후는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데 선진국들 발뺌 속에 탄소감축 대오가 급속히 무너지는 현실을 보면 개탄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올해 초 석탄 생산 확대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파리협정에서도 탈퇴했다. EU도 석탄 발전을 늘렸다. 이번 COP30에서도 인도 등 70개국 이상이 NDC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COP30은 ‘국제적 기후 리더십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인류에게 던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경제전쟁 여파로 기후 대응 노력이 뒷걸음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시가 급하다. 참가국들은 각국의 기후행동 촉진을 위한 전 지구적 이행 플랫폼을 출범키로 했다. 탄소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과 산유국들, 나아가 인류가 각성해 글로벌 기후 리더십을 복원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