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이혼전문변호사 천장에 매달린 구슬이 정육면체를 이룬다.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작가 박은선(60)이 선보인 ‘정육면체’(2025)는 296개의 구로 반듯하게 짜인 정육면체의 형상을 띄고 있다. 높이가 2.5m에 이르는 대형 조형물은 박은선의 예술 세계가 집약돼 있다. 구와 사각형, 그가 조각으로 선보이길 원했던 순수함과 맞닿은 요소들이다.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했던 박은선의 이번 개인전 ‘치유의 공간’은 그를 대표하는 기둥 조각을 비롯한 조각 22점과 회화 19점을 공개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이탈리아와 유럽 곳곳의 전시장에서, 국내 건물의 공공예술품으로 자리해 오고 있다. 다만 국내 전시공간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조각 최신 작품부터,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회화가 이번에 선보이고 있다.
전시 개막 하루 전인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난 박은선은 “제가 갖고 있는 재료로 욕심부리지 않고, 순수성을 갖고, 단순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구와 사각형, 기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살면서 사회를 버티다 보니 순수해지지 못했다. 아이들을 보며 그 순수함이 부러웠다”며 “그런 순수함을 갈망하면서 작업을 했다”고도 말했다. 그가 화강석이나 대리석 등 자연의 재료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드러나게끔 조각을 하는 것도 순수함을 표현하려는 시도다.
‘정육면체’는 그 순수함에 ‘소리’를 더했다. 천장에 매달린 정육면체는 속이 빈 대리석 구로 만들어졌다. 두께가 8㎜, 무게가 1㎏인 구는 슬쩍 밀면 서로 부딪혀 소리를 낸다. 박은선은 “세게 부딪히면 깨질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며 “돌을 보기만 하는 데서 그칠 수 없었다. 만져보고, 눈으로 느껴보고, 귀로 들어보고 싶었다. (보는 이들도) 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접근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빛’을 더한 것은 ‘무한기둥-확산’ 연작(2025)이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대 초, 박은선이 머물던 이탈리아는 확산세가 심한 대표적인 나라였다. 그는 코로나19로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작업에 몰두하다 함께 하는 가족을 보며 그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1993년부터 이탈리아로 건너가 활동했던 박은선은 “나를 도와주고, 나를 존재하게 만든 이탈리아의 친구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다”며 “‘희망을 줄 수 있는 작업을 해보자’고 생각하다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돌을 깎아 만든 구 안에서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LED 조명은 자연석을 거쳐 밖으로 투과되며 따뜻한 느낌을 낸다.
이번 전시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박은선은 수직 기둥 형태의 조각을 주로 선보였다. 하단부도 가늘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을 하지만 박은선은 위태로워 보이도록 했을 뿐 무너지지 않게끔 작품을 만들었다. 해외에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가도, 작품을 사들이겠다는 누군가가 나타나 다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던 자신의 위태로움을 조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 어려운 시기를 겪는 동안 느낀 고마움이, 작가가 추구하던 작품에 ‘빛’을 더한 것이다.
조각에 집중했던 박은선은 이번 전시에서 회화도 선보인다. 박은선은 “전시 공간의 여백을 조각으로 채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빈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그림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조각할 때의 행위를 그림에 담았을 뿐, 어디 가서 저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고 말한 적은 없다”며 “조각을 사진으로 옮겨 놓은 느낌을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1월25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의 적법성을 심리 중인 연방대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릴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관세 수단을 준비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정부가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상호관세를 대체할 수 있는 ‘플랜B’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법원이 지난 5일 진행한 첫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권한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패소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비상 관세 권한을 적법하게 행사했으며, 행정부는 대법원에서 최종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면서도 “행정부는 미국의 오랜 상품 무역적자를 해결하고, 국가·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기 위한 새 방안을 항상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런 대응을 준비하는 것을 두고 대법원에서 패소하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는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를 대체할 수단으로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와 122조, 과세법 338조 등이 거론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품목의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과한다. 이를 토대로 현재 자동차·철강·반도체 등에 품목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트럼프 정부가 항소심에서 패소했을 때부터 품목 관세를 더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에 광범위한 보복 조처 등으로 대응하는 수단이며, 122조는 미국의 심각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최대 15% 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다. 관세법 338조는 미국과의 상거래에서 차별한 나라의 수입품에 대통령이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런 대안들은 기존 정책보다 속도가 느리거나 범위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예컨대 무역법 122조를 적용할 경우 관세를 동시에 부과할 수 있는지, 150일 시한을 기준으로 재차 부과할 수 있는지, 현 체제에서 징수한 관세 환급을 피하기 위해 소급 적용할 수 있는지 등 복잡한 법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세법 338조의 경우 여태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어 또 다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