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릴리지구입 임기 만료를 1년 앞둔 지방의회 의원들의 국외 출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출장 전·후 관리가 강화되고, 출장을 지원하는 의회 직원들에 대한 ‘갑질 방지’ 등 처우 개선 방안도 마련된다.
행정안전부는 26일 이런 내용의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 개정안’을 마련해 전국 지방의회에 권고했다. 내년 6월 지방의회의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단순 외유성 해외 출장이 증가하는 것을 막지 위한 조치다.
행안부는 일부 의회의 임기 말 외유성 해외 연수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올 1월 ‘1일 1기관 방문, 출장계획서 사전공개, 출장 후 심사위원회 심의’ 등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규칙 표준안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권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감소했던 임기 말 국외 출장이 증가하는 등 비슷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표준안은 국외 출장 시 사전검토 절차를 한층 강화했다. 의원 임기가 1년 이하로 남은 경우 국외 출장은 외국정부 초청, 국제행사 참석, 자매결연 체결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했다.
일반 국외 출장은 긴급성, 인원 최소성, 출장 결과 활용 가능성 등 요건이 충족하는지를 의장이 판단하되, 출장 허가 검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국외 출장을 심의·의결하는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에는 외부전문가와 주민뿐 아니라 시민단체 대표나 임원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출장 후 사후관리 방안도 엄격해졌다. 징계처분을 받은 의원은 일정 기간 국외 출장이 제한된다. 심사위원회가 출장을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면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등 외부기관이나 자체 감사기구에 감사를 의뢰하도록 했다. 감사·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의뢰나 자체 내부징계 등의 처분 조치를 할 수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출장을 지원하는 의회 직원들에 대한 보호도 강화된다. 표준안은 특정 여행업체 알선이나 출장 강요, 회계 법령 위반 요구 등 의원의 위법·부당한 지시를 직원이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토록 했다.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인사나 평가에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하고, 출장 중 공동비용 갹출이나 사적 심부름 지시, 회식 강요 같은 ‘갑질 행위’도 금지했다.
행안부는 규칙 개정 권고 이후에도 위법·부당한 국외 출장이 있을 경우 지방의회에 대해 지방교부세·국외여비 감액 등 재정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와 협의해 청렴도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아울러 내년 제정 예정인 지방의회법에 위법·부당한 공무국외출장을 억제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마련할 방침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전국 243개 광역·기초의회가 최근 3년간 국외 출장을 다녀온 건수는 총 915건으로, 약 355억원을 들여 1만524명이 총 61개 국가를 방문했다. 이 중 항공권 비용을 실제보다 부풀려 청구한 사례가 405건이었다. 또 차량·시설임차 등 허위로 문서를 꾸며 비용을 과다 청구한 사례(368건)와 출장 셀프심사(79건) 등 다수의 비위·불법 행위가 적발됐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권고 수준의 표준안이 강제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중앙행정기관인 행안부가 ‘이걸 반드시 하라, 하지 말라’고 (강제)하는 것은 지방자치 취지와 다소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사전에 시도·시군구 의장협의회 등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 표준안을 만든 만큼 지방의회에서도 (조례나) 시행규칙을 개정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정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을 걸었다가 이를 금지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은 뒤 문구를 바꾼 유사한 현수막을 다시 게시했다면 별개의 범죄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명예훼손과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에 대해 ‘이중 기소’라며 검찰 공소를 기각한 1,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18년 4월~2019년 6월 서을 서초구에 있는 A회사 사옥 앞에서 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기소됐다. 그런데 김씨는 2017년 12월~2018년 1월에도 같은 곳에서 A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을 걸었고 2021년 10월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확정받았다. 김씨는 앞선 현수막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중에 유사한 다른 현수막을 걸어 다시 기소됐다.
2021년 8월 1심은 이 사건과 앞선 사건의 공소사실을 ‘포괄일죄’로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포괄일죄는 범행이 수차례 있었어도 범죄의도가 단일하고 시간·장소가 연관성이 있으며, 범행 방법에도 동일성이 인정되면 하나의 죄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선 사건의 1심 선고는 2020년 8월에 있었는데, 검사가 이 사건 기소일인 2019년 11월 별도 기소할 게 아니라 앞선 재판 중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해야 했다는 게 1심 판단이었다. 검사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맞는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선행 사건과 이 사건 공소사실은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며 두 번째 기소는 ‘이중 기소’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유사 범행이 장기간 계속된 경우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을 판단할 때는 “개별 범행의 방법과 태양(행태·양상), 동기, 각 범행 사이의 시간적 간격, 범의의 단절이나 갱신이 있는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범행 전인 2018년 3월 가처분 결정으로 김씨에게 새로운 범행의도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앞선 현수막을 철거하고 표현이 수정된 새로운 현수막을 게시했는데, 이는 별개 범행이라고 설명한다.
대법원은 “가처분 결정에 따라 피고인이 선행 현수막을 수거함으로써 범행이 일시나마 중단됐다”며 “가처분 결정에 따른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행 현수막의 표현과는 다소 다른 내용의 이 사건 현수막을 새로 게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