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성범죄변호사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노래를 집회에서 불렀다는 이유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전직 중학교 교사 백금렬씨(53)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무원의 정책·권력 비판을 정당 활동으로 확대 해석해 온 기존 흐름을 뒤집은 판단이다.
광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배은창)는 26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백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정치적 목적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원심 전부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행위 판단 기준을 좁게 설정하며 공무원의 표현행위를 정당 활동으로 확대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백씨는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2022년 4월과 9월, 11월 서울 여의도와 서울시청, 광주 충장로 등에서 열린 ‘검찰 정상화 촉구’ 집회에 참여해 윤석열 정권을 비판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천공은 좋겠네, 건진은 좋겠네” “윤석열이가 말 잘 들어서 무당들 좋겠네” “윤석열, 김건희 교도소 가자” 등 가사의 노래 직접 지어 무대에서 불렀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이 발언 등을 근거로 “공무원 신분인 백씨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정치적 목적으로 시위에 참가했다”며 2023년 8월 그를 기소했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해당 집회에 참석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집회의 정치적 성격은 분명하다”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시위를 주최한 단체가 특정 정당과 협력하거나 정당 의사에 따라 집회를 기획했다는 자료가 없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집회 명칭과 의제도 검찰·대통령·행정부 관련 사안에 집중돼 있으며 특정 정당 지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씨가 집회에서 언급한 내용 역시 대체로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등 행정부 인사에 대한 의혹 제기와 정책 비판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정치적 목적’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공무원의 일반적 정치적 표현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자 개별 정치 성향이나 집회 구성원의 다양성 등 외부 요소만으로 공무원의 목적을 단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백씨가 과거 유사 사안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검찰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전력을 이유로 현재 행위의 정치적 목적을 추단한다면 국가공무원법 위반 전력이 있는 공무원은 사실상 어떠한 정치적 표현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백씨는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성인이 된 제자들에게 특정 정당 투표를 권유한 혐의로 지난해 징역 6개월에 선고유예, 자격정지 1년을 확정받아 교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정치적 목적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백씨가 청구한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4항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무죄 결론과 관계없이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며 각하했다.
선고 직후 백씨 측 변호인은 “이 사안을 국가공무원법의 틀 안에서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판결”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런 일로 불이익을 받는 마지막 사례가 됐으면 한다”며 “좋은 소식을 주변에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 공무원법 개정 논의에도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사건 공익 변호를 맡은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성명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교원도 업무시간 외 사적 생활에서는 시민과 동일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다소 거친 표현이라도 그 안에 담긴 시민의 문제의식을 포용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최근 법정소란을 일으켜 재판부로부터 감치명령을 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대리인 이하상·권우현 변호사에 대해 직권으로 징계조사를 하기로 했다.
변협은 26일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법 제97조에 의거해 절차에 따라 김정욱 협회장 직권으로 이하상·권우현 변호사에 대한 징계조사 절차에 착수헸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변협은 이미 국민신문고를 통해 두 변호인의 법정 소란 사실을 인지하고 징계절차를 검토 중이었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직권으로도 징계조사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1일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이·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사유를 통보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지난 25일 법정 소란으로 감치를 선고받은 뒤 재판부에 원색적 비난을 한 이·권 변호사를 법정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