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음주운전변호사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가해 수사결과를 바꿨다는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이명현 특별검사는 윤 전 대통령의 질책에 따라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수사결과를 바꿨고, 이에 반발하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는 보복을 가했다고 봤다. 특검은 이 과정에 관여한 당시 군·안보라인 관계자 11명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 12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채 상병이 수색 작업 중 순직한 사건 수사결과를 강제로 바꾼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순직에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격노’했고, 이 전 장관을 압박해 수사 결과를 뒤바꿨다고 보고 있다.
특검 조사결과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고, 이 전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군에서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말단 하급자부터 고위 지휘관까지 줄줄이 엮어서 처벌하면 어떻게 되느냐”, “내가 누차 여러 번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대통령의 불호령에 국방부 간부들은 이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며 조직적으로 수사 결과를 뒤집는 작업에 착수했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에게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는 방향으로 수사 결과를 바꾸라고 지시했다. 박 대령이 반대하고 사건을 경찰에 넘기려 하자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은 이첩 중단을 명령했다.
박 대령이 이를 거부하고 사건을 경찰에 넘기자 유 전 관리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준장)은 사건을 군으로 회수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에 따르면 이들은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다시 맡기고,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주도해 결국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사 결과를 변경했다.
이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국방부 조직을 동원해 초동 수사를 맡은 박 대령을 보복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사령관은 박 대령을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했고, 김 단장은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입건,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김 단장 등이 박 대령을 수사할 때 불필요하게 체포를 시도하는 등 의도적으로 그를 압박하기 위한 불법 수사를 자행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박 대령이 항명 혐의로 재판받는 과정에서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허태근 전 국방부 정책실장, 박진희 전 보좌관 등이 출석해 박 대령 유죄 선고를 할 목적으로 거짓 증언을 했다고도 봤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이처럼 수사에 개입하는 과정이 국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난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대통령의 수사 기관 지휘·감독 권한은 법치주의와 적법 절차 원칙에 따른 수사권 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의 일반적·선언적 차원에 한정된다”며 “특정 사건에 개별적·구체적 지시는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의적인 수사·법집행으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법한 지시”라고 밝혔다.
정민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단순히 수사 결과에 본인 의견을 낸 것이 아니라 국방부 장관까지 이견 없이 결재한 사건에 대해 격노하고 적법하게 이첩된 기록을 회수하라고 지시했다”며 “(박 대령을) 항명으로 수사하고 보복성으로 (보직에서) 방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국군 통수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재량의 한계는 완전히 넘어섰다”고 말했다.
다만 특검은 수사 결과 변경 및 사건 회수 등 위법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에 대해서는 이들이 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범죄사실을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특검이 이날 윤 전 대통령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2년3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약 1년여가량 이 사건을 수사하다 지난 6월 특검에 사건을 이첩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주거지와 국방부 검찰단 등을 압수수색한 뒤 피의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지난 11일 구속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도 불러 조사했다.
다만 내란 특검에 의해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을 빼면 채상병 수사 외압 피고인 11명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지난달 20일 이 전 장관과 유재은 전 관리관, 박 전 보좌관, 김 단장, 김 전 사령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포스코가 잇단 안전사고로 노동자들이 숨지거나 다친 포항제철소 소장을 전격 경질했다.
21일 포스코는 전날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해 이동렬 포항제철소장을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1991년 입사한 이 소장은 포스코엠텍 대표와 광양제철소장을 거쳐 지난 1월2일 포항제철소장에 취임했다.
포스코는 후임을 새로 선임하지 않고, 이희근 포스코 사장이 포항제철소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앞서 전날 오후 1시30분쯤 경북 포항시 송내동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STS) 4제강공장 외부 설비 주변에서 찌꺼기 청소를 하던 하도급 업체 노동자 2명이 가스를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으로 간 포스코 직원 1명과 내부 소방대 소속 방재직원 3명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등 부상을 당했다. 현재 노동자 2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다.
포항제철소에서는 전날 사고를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3건의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3월과 지난 5일에도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광양제철소·포스코이앤씨 등 포스코그룹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올해 산재 사망자는 7명으로 늘어난다. 지난 7월 장인화 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안전진단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또다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포스코 측은 “인명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