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이혼전문변호사 “보이지 않는 터널 같았어요. 언제 끝나나, 이렇게 무너지나 싶었죠.”
경기 일산에서 실사출력 광고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씨(54)는 24일 올해 상반기 맞닥뜨렸던 경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불법계엄 사태에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으로 매출이 30~40% 빠지면서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 이어졌다.
김씨 사업장은 팝업스토어나 매장 행사 조형물 등을 만드는데, 대기업과 광고대행사가 마케팅 비용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 때보다 어려웠다. 올해 상반기에만 2억원을 까먹었다”며 “다행히 7월부터 매출이 계속 올라오면서 올해도 예년만큼은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원 고성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최모씨(51)도 “이제 돈이 조금 도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방앗간은 김장철 고춧가루를 빻고 기름을 짜는 이맘때가 원래 바쁜 시기지만, 사람들 씀씀이가 커졌다고 느끼고 있다.
최씨는 “그전에 1000원을 썼다고 하면 지금은 1500~2000원을 쓰기 시작했다”며 “고추만 빻고 갔던 사람들이 물엿도 사고 미숫가루도 사 간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최씨는 “소비쿠폰 쓰러 왔다가 금액이 조금 넘어도 필요한 물품을 사 가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조금 더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내수 위축에 따른 기저효과와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소비 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지난 10월 소상공인 체감 경기동향지수(BSI)는 79.1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과 비교해도 2.5포인트 오른 수치다.
소상공인 BSI는 소상공인·전통시장 경기 동향 및 전망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가 매달 조사하는 국가 승인 통계다. 중기부 관계자는 “하반기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상생페이백 등 정부의 소비 진작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영향”이라며 “향후에도 소비 촉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소상공인 체감 BSI가 지속해서 오르기 위해서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전북 전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나모씨(72)는 “소비쿠폰을 줘서 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작은 마트들이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는 등 소상공인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내수 기반을 떠받친다는 점에서 소상공인 성장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 성장의 선순환 구조 구축 방향’ 보고서에서 소상공인을 성장형, 내수형, 생계형으로 나눈 뒤 “내수형은 경영 안정에 집중하고 성장형은 수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생계형은 회복력 수준에 따라 재기 또는 재취업을 지원해야 소상공인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전북지역이 지방 소멸의 심각 단계에 진입했다.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곳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지역 사회 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국가데이터처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전북·전남권 인구감소지역 변화상’ 자료를 보면 전북의 지난해 소멸위험지수는 0.38로 ‘위험 진입’ 단계에 해당한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부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8곳이 이미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전북 내에서는 진안(0.14), 무주(0.15), 장수(0.13), 임실(0.13), 순창(0.17), 고창(0.14), 부안(0.15) 등 7곳이 고위험 단계로 나타났다. 이어 정읍(0.23), 남원(0.21), 김제(0.20) 등도 임계치에 근접하며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전주시는 ‘주의’ 단계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는 구조적·장기적 현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전북의 연평균 인구성장률은 –0.80%로 전국 평균(–0.70%)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고위험 지역은 –1.54%에 달하며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심화되면서 인구 구조 불균형도 심각하다.
고위험 지역의 고령화 비율은 지난해 39.3%로 2015년(29.7%)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청년층(15~39세) 비율은 10.3%로 전국 평균(19.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청년층 유출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고위험 지역의 청년 순이동률은 –5.21%로 전북 전체 평균(–2.72%)보다 낮았다. 일자리와 교육 기회 부족이 지속될 경우 소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출생·사망 지표도 우려를 낳는다.
지난해 전북의 조출생률은 3.9명으로 전국 평균(4.7명)보다 낮았고, 고위험 지역은 3.2명에 그쳤다. 조사망률은 16.4명으로 전국 평균(7.0명)의 두 배를 넘었다.
호남지방통계청 관계자는 “전북은 이미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했으며, 인구 감소가 장기화될 경우 교육·복지·산업 전반의 지역 체력이 약화될 우려가 크다”며 “지역 맞춤형 발전 정책과 대응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