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에비뉴원 정부가 계획한 총연장 3855㎞ 규모의 국가기간전력망이 전북지역 일대를 관통하게 되면서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계획으로 전북 전역이 345㎸ 초고압 송전선로의 직·간접 영향권에 포함된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범야권 정치인들과 지역주민들은 “수도권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해 지방이 반복적으로 희생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야6당(기본소득당·녹색당·사회민주당·정의당·조국혁신당·진보당) 전북도당은 20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중심 전력 공급 구조를 유지한 채 송전망만 확충하는 방식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에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2단계 사업의 입지와 관련해서도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 중심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 6당은 앞서 송전탑건설백지화 전북대책위 제안을 받아 지난 11일 공동대응기구를 꾸렸다.
정도상 조국혁신당 전북도당 위원장은 “전력·산업 정책은 국민 안전과 지역 균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대규모 산업 전력을 장거리 송전망으로 충당하려는 방식은 지역 격차와 에너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RE100 산업단지 체계가 에너지 정의와 균형성장의 핵심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전권희 진보당 전북도당 위원장도 “용인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을 위해 비수도권에 장거리 송전망을 강제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지역 주민과 농민·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송전선로 건설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쓰는 분산형 전력 체계와 지역형 RE100 산업단지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가가 전력 정책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지역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 6당은 또 전북도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전북도는 현재 주민 간담회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송전탑건설백지화 전북대책위와 야 6당은 정부 계획이 현행대로 추진될 경우 전북의 농업·생태계·주거지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국가전력망 계획 전면 재검토, 송전탑 건설 중단 및 분산형 에너지 체계 논의 착수, 반도체 산단 2단계 사업의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 이전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전력은 수도권에서 소비하고 피해는 지방이 감당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며 “전북은 이미 송전선로가 전국에서 가장 밀집한 지역인데 신규 노선까지 추진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이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북 각 시·군 대책위는 “설명회는 형식적이고 핵심 자료는 비공개이며 의사 결정 과정은 비민주적”이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추진 절차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달 1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차 국가기간전력망확충위원회에서 345㎸ 초고압 송전선 70개 노선과 변전소 29곳 등 총 99개 사업을 국가 기간계획으로 확정했다.
호남에서 충청을 거쳐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송전망 신설 구상이 포함된 이번 계획은 2036년까지 추진되는 전력 인프라 확충의 핵심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전력 공급을 목표로 마련된 구상을 현 정부가 사실상 재검토 없이 계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확정된 노선에 따르면 고창·부안·정읍·완주·임실·진안·장수·남원·무주 등 전북 대부분 시·군을 관통한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생활권 단절과 농업·생태계 훼손이 이미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정현 송전탑건설백지화 전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지방 희생을 전제로 한 전력 정책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분산형 에너지 체계 전환을 위한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타실에서 딴짓을 하느라 276명이 타고 있던 대형 여객선을 좌초시킨 항해사가 섬에 충돌하기 13초 전에야 변침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관제 소홀 의혹이 제기된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는 21일 “중과실치상 혐의로 퀸제누비아2호 일등항해사 40대 A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40대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수동으로 항해해야 하는 폭이 좁은 항로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한 채 배를 몰아 여객선이 섬에 충돌하게 해 승객 30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4시45분쯤 제주에서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을 태우고 목포를 향해 출항하 퀸제누비아2호는 이날 오후 8시17분쯤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인 족도에 좌초했다.
2만6546t급 여객선인 퀸제누비아2호는 충돌 직전까지 22~23.4노트로 운항 중이었다. 시속으로는 40~43㎞로 정상 운항 속도였다.
평소라면 족도 남쪽 1.6㎞전에서 변침을 해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꿔야 했지만 당시 여객선은 변침 하지 못했다. A씨는 해경 조사에서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다가 수동 운항으로 전환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해경의 항해데이터 기록장치(VDR) 분석결과 A씨는 여객선이 좌초되기 13초 전에야 배 앞에 나타난 족도를 인지하고 조타수에게 타각 변경을 지시하는 음성이 확인됐다.
평소대로라면 3분 전에 변침을 했어야 한다. 해경은 이때는 배를 멈추거나 방향을 변경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조타수 B씨는 해경조사에서 “전방 주시는 항해사의 업무이고 (타각 변경)지시를 받았을 때는 섬이 눈앞에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해경은 선장 등 선원 7명을 대상으로 평소 당직 근무 수칙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관제부실 의혹이 불거진 목포광역VTS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운항 중인 배들을 관제하는 목포VTS는 사고 당시 퀸제누비아2호가 제때 변침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목포VTS는 당시 관제사가 같은 협수로를 항해하는 다른 선박이 항로를 벗어나 이 선박을 집중 모니터링하느라 여객선에 집중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고 밝혔다.
또 관제사가 여객선의 대각도 변침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지점은 족도로부터 700∼800m 지점으로 여객선이 1분 이내에 충돌하게 돼 교신 시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관제의 실익이 없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목포해경은 이날 목포VTS로부터 당시 관제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받아 분석하고 있다. 해경은 “관제사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는지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는지에 중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