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음주운전변호사 ‘공부에 왕도가 없다’는 건 낡은 교훈이다. 적어도 한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엔 해당되지 않는다. 지름길을 찾지 않고 정도만 걷다보면 수능의 높은 성취는 신기루가 되고 만다. 권위 있는 철학교수조차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고난도 문항들이 빚어내는 역설이다.
‘칸트 수능’이라 할 만큼, 유독 칸트의 난해한 철학 개념들이 곳곳에 출몰해 수험생들을 고통스럽게 한 올해 수능도 예외는 아니다. 이충형 포항공대 철학과 교수가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 “수능 국어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는 글을 올렸다. 칸트 등 철학자들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견해를 해독하는 문제로 학원가와 수험생들이 모두 최고난도로 꼽았던 그 문항이다. 유명 독해·논리 강사조차 “면밀히 검토”한 후에야 이 교수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니, 오답 여부 판단부터 능력 밖의 난제가 될 판이다.
“저 역시 지문을 이해하는 데만 20분이 걸렸다.” 이 교수가 정작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던 핵심은 이런 수능의 모순성일 게다. 1교시 국어는 문학·독서 각 17문항, 선택과목 11문항까지 모두 45문항을 80분에 풀어야 한다. 애초 불가능의 영역에 가깝다. 이해와 추론은 부차적으로 된다. 지도처럼 만들어진 지문과 선지의 길을 해독하고 풀이 공식을 적용하는 ‘기술’이 중요해진다. 논란의 17번 문항에서 제시문 속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된다. 그게 문제를 풀 키워드라는 것만 알면 된다.
실제 ‘사회와 문화’ 과목에서 자연현상과 사회문화현상 구분 문제를 풀려면 내용을 살피기 전 주어·술어부터 확실하게 찾아야 함정을 피할 수 있다. ‘화학’ 단골 킬러 소재인 전자배치 문제를 풀려면 언뜻 의미 없어 보이는 ‘10123210’ 같은 공식도 달달 외워야 한다. 2·3주기 원소들의 홑전자수다. 개념 이해도 필요하지만, 속도를 붙이지 않으면 수능을 잘 보긴 어렵다. 그러다보니 ‘1타 강사’ 능력치는 ‘노하우 공식’의 질과 수에 비례한다.
수험생들이 얼마나 ‘멘붕’이었을지 눈에 선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의신청 심사를 거쳐 25일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 문제풀이 기계를 강요하는 수능의 한계를 안다면 오답 여부에 조금은 관대해도 괜찮지 않을까.
강원 강릉시는 시민 건강 보호와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슬레이트 건축물 철거 지원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슬레이트는 인체에 해로운 석면을 10∼15%가량 포함하고 있어 2009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설치된 지 오래된 슬레이트가 야외에 그대로 방치되면서 석면 가루가 공기 중으로 퍼져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석면이 포함된 주택, 창고, 축사 등 슬레이트 건축물 6075동 가운데 45%인 2714동을 철거했다.
올해에만 주택 79동과 창고·축사 9동의 슬레이트를 철거해 처리했다.
또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거주하는 6동의 슬레이트를 철거한 후 지붕개량 공사를 마무리했다.
슬레이트로 지붕과 벽체가 이뤄진 건축물의 소유자는 건축물대장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건축물이라도 해당 건축물에 대한 슬레이트 철거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다.
올해부터 처리 지침이 개정돼 지원 대상이 노인·어린이 시설까지 확대됐다.
주택 철거는 동당 최대 400만 원, 창고·축사 등의 철거는 500만 원,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은 1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강릉시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를 비롯해 차상위계층, 다자녀 가구 등 기타 취약계층 순으로 우선 지원 가구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원 희망자는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청서를 작성·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강릉시청 누리집의 공고문을 참고하거나 관련 부서(033-640-4532)에 문의하면 된다.
김동관 강릉시 자원순환과장은 “슬레이트에 포함된 석면 섬유가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오는 2026년에도 4억4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슬레이트 처리 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국토교통부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기한을 기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결정한 재입찰 방침에 대해 “자기모순에 빠진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1일 오후 국토부가 밝힌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 방침을 밝힌 직후 브리핑을 열어 이같이 말하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박 시장은 “국토부는 2023년 전문가 토론과 충분한 검증을 거쳐 84개월로 공사 기간을 정했다”며 “그런데도 공기 연장에 대한 과학적, 실증적 근거조차 결여된 채로 106개월로 결정한 것은 건설업계 수용성의 벽을 넘지 못한 자기모순에 빠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일각이 여삼추인 부산시민 입장에서도 국토부 결정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국토부가 남은 행정절차라도 최대한 신속히 추진해 조속한 시일 내 착공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현시점에서 정부의 남은 과제는 하루빨리 가덕도신공항을 착공해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것”이라며 “이제 모든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미래를 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 개항은 2030년 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명분으로 2029년 말로 계획됐다. 그러나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지난 4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포기로 입찰 진행이 중단돼 7개월째 공전을 거듭했다. 이번에 국토부의 공사 기한을 연장한 재입찰 방침으로 6년여 지난 2035년 이후에야 개항이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