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경북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 인근에 설치된 불법 시설물에 대해 지자체가 행정대집행에 나서 일부 시설에 대한 철거가 이뤄졌다. 당초 우려됐던 사드 반대 단체와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성주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성주읍 초전면 소성리에 있는 사드 반대단체 소유의 불법 시설물 철거를 시도했다.
하지만 반대 단체와 주민 등의 저항으로 행정대집행이 여의치 않았고, 공무원들은 이날 정오쯤 잠시 물러났다.
이후 성주군측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집회 인력이 현장에서 빠지자 집행을 재개해 1시간 뒤쯤 마쳤다.
성주군은 이날 컨테이너 1동과 간이화장실 1동 철거에 성공했다. 진밭평화교당으로 활용돼 온 몽골텐트 1동과 조립식 창고 1동 등은 사드 반대 단체의 완강한 반대로 행정대집행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자체측은 밝혔다.
성주군 관계자는 “오늘(21일)은 일단 컨테이너 등 2개 시설물에 대해서만 행정대집행을 하고 물러났다”면서 “반대 단체의 저항이 심해 충돌이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화교당이 위치한 진밭교는 성주 사드 기지로 향하는 유일한 길목이다. 이 곳은 정부가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이를 반대해 온 주민 등의 집회 공간 중 한 곳으로 활용 중이다. 불법 시설물은 2017년쯤 설치됐다.
성주군은 해당 시설물이 국·공유지에 불법 설치돼 있어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성주군은 지난해 11월 사드 반대단체 측에 시설물 철거명령을 통보하는 등 수차례 자진 철거를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성주군은 21일 1차 행정대집행에 공무원 약 100명을 투입했다.
이에 사드를 반대하는 단체 6개로 구성된 ‘사드철회평화회의’ 등 80여명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기도회를 여는 등 행정대집행을 막았다. 이들은 시설물 앞을 막고 행정당국과 대치했다.
이들 단체는 “국가 폭력으로 평화를 짓밟는 행정대집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사드 배치 과정에서 반복된 국가 폭력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이번 행정대집행을 중단시키기 위해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 4개 기동대, 약 300명을 배치했다.
성주군이 예고한 행정대집행 기간은 오는 28일까지다. 군은 남은 기간 동안 경찰 등과 협의해 나머지 시설물 철거를 시도할 계획이다.
다만 반대단체측이 평화교당으로 활용돼 온 몽골텐트를 끝까지 사수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충돌 가능성은 남은 상태다.
성주군 관계자는 “12·3 불법계엄 등으로 행정대집행이 미뤄져 왔다. 장기간 방치된 불법 구조물이어서 철거가 불가피하다”면서 “안전 확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무리한 행정적 시도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건한 미사 시간. 신부가 건네는 하얗고 동글납작한 무언가를 신자들이 받아 조심스럽게 먹는 장면은 비신자라도 한번쯤은 보았음직하다. 이 하얀 물체의 이름은 ‘제병’이다. 말 그대로 제사에 사용하는 떡(혹은 빵)이다. 밀가루에 물만 섞어 반죽한 뒤 납작하게 구워낸 소박한 이 밀떡은 미사에서 사제의 축성을 통해 ‘성체’, 즉 예수의 몸이 된다. 이 때문에 아무 재료로 아무렇게나 만들어 사용할 수 없다.
전국 최대 곡창지대인 전북 김제. 지난 13일 부량면에선 이색적인 예식이 거행됐다. 제병을 만드는데 사용될 전용 밀을 파종하고 이를 기념하며 축복하는 ‘밀밭 축복식’. 직접 농사를 짓는 한마음 영농조합 장수용 대표와 도정·제분 등 제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전담하는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 심상준 대표 등 1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였다.
흰색 제의인 ‘카파’(cappa) 차림의 유정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전주교구 농촌사목 담당)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룰 밀알을 심는 귀한 시간”이라며 축복식을 집전했다. 인사와 전구(다른 사람을 위해 대신 청하는 기도), 축복 등의 순서에 이어 유 신부는 밀 씨앗이 뿌려진 잿빛 밭을 꼼꼼히 돌며 성수를 뿌렸다. 주님의 기도와 강복(성직자가 전례 안에서 축복하는 것)으로 축복식이 마무리됐고 곧바로 트랙터로 골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넓은 들판에서 20분 가량 이뤄진 축복식은 마치 초현실적인 영화의 한 장면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엄숙하고 진지한 식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농담을 던졌다. “농사가 잘 안되면 신부님 탓인거죠?”.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부량면 일대 3만평의 부지는 제병 전용 밀 재배단지다. 지난해 전용 단지가 조성된 뒤 올 6월 이곳에서 첫 수확을 했다. 파종된 밀의 품종은 과자를 굽는데 사용되는 박력분 ‘고소밀’이다. 이번에 심은 밀이 내년 6월 수확되면 도정과 제분을 거쳐 전국 7곳의 가르멜수도원에서 제병으로 만들어진다. 가르멜수도원은 외부와의 접촉이 엄격히 제한된 봉쇄관상수도원으로, 미사에 사용되는 제병을 전담생산해 전국의 성당에 공급한다.
한국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제병은 우리밀살리기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1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 발족한 뒤 천주교도 이 운동에 동참했다. 미사에 사용하는 제병을 우리밀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고 고 김수환 추기경이 앞장서 힘을 보탰다.
하지만 당시 생산되던 우리밀 품종은 금강, 백강 등 주로 강력분이 많아 제병으로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점성이 강해 반죽이 제작판에 쉽게 달라붙어 제대로 된 모양을 만들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투입된 밀가루 대비 완성품의 비율이 20% 수준에 불과했다. 가공성이 뛰어난 수입밀을 사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고 값도 쌌지만 우직한 고집은 이어졌다. 애초 천주교가 우리밀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것은 ‘수입밀 대신 우리밀을 사용하는 것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존해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지켜갈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2010년 농촌진흥청에서 고소밀을 개발하면서 상황은 호전됐다. 심상준 대표는 “그전엔 수녀님들이 제병을 만들면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셨는데 고소밀을 제분해 가져다 드렸더니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제병을 만들 고소밀 전용 재배단지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해 전용 단지 조성이 본격화됐다. 3만평 규모에서 생산되는 밀의 양은 연간 50t정도. 연간 필요량은 200t 규모라 앞으로 전용단지 확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사에 사용하는 제병은 밀가루와 물 외에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면 안된다. 무미건조한 맛의 딱딱한 과자에 가깝다. 누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부풀려 폭신한 식감을 낼 수 없다. 누룩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최후의 만찬이 유월절 만찬이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유월절은 유대교의 대표적 절기로, 이 시기에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는 것이 관습이었다. 반면 정교회는 최후의 만찬 식탁에 누룩이 들어간 빵이 올랐다고 해석하며 누룩이 들어간 빵을 성찬식에 사용한다. 개신교는 성찬에 사용하는 빵의 누룩 유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