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이혼전문변호사 소설을 사흘 앞둔 19일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에서 민속촌 관계자들이 초가지붕에 올릴 용마름과 이엉 잇기 작업을 하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독일 베를린 시민들은 주택 임대 기업들이 소유한 24만호의 주택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자는 주민투표를 성사시켰다. 당시 베를린의 월세는 10년간 2배나 치솟았고, 집은 소수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대다수 시민의 안전과 평안을 위협하는 구조에 분노한 베를린 시민들은 “집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다시 확인했다. 집값 폭등과 주거불안이 일상이 되면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린다. 부업과 투자에 뛰어들고, 대출을 짊어지고, 불안을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리며 버틴다. 그러나 이 풍경은 도시의 주거정책이 얼마나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치적인 증거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열린 도시를 위해 공공성을 확장하자.
그러나 서울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공공의 땅을 민간에 매각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그중 핵심은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이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약 50만㎡ 규모의 이 땅은 코레일·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정부부처가 소유한 공공자산이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자산 매각 중단’을 긴급 지시했다. 윤석열 내란정권하에서 기획재정부가 자산 효율화를 명목으로 공공자산 헐값 매각을 추진하며 불거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오는 27일 이 일대에서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한 기공식을 강행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부지 매각을 목표로 한 조성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서울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가 가구보다 무주택 가구가 더 많은 도시다. 특히 용산구는 주민의 66%가 무주택자이며, 월세 거주 비율도 서울 평균을 웃돈다. 한때 대통령 관저가 있던 고급 주택가가 있는 한편,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촌이 자리한 자치구이기도 하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지하·옥탑 거주 가구를 포함한 주거빈곤 가구 비율은 전체의 18.7%에 달한다. 그럼에도 용산구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서울시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보다 명확한 주거불평등의 단면이 있을까. 그동안의 탐욕적 부동산 정치는 월세 부담과 퇴거 위협에 놓인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 열악한 거처에서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다.
“공공주택이 우리의 대안”이라 말하는 베를린 시민들의 선택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제 도시 개발과 주택정책의 화살표를 소수의 독점과 투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를 향하게 하자. 용산정비창 부지 민간 매각을 중단하고, 모두의 땅으로 남겨두는 것. 나아가 공공임대주택의 무대로 삼는 것. 그것이 서울이 더 이상 불안의 도시가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도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