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내구제 챗GPT, X 등 주요 온라인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3시간 넘게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웹 인프라 기업 ‘클라우드플레어’에서 발생한 오류가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극소수 인프라 업체에 대한 온라인 서비스의 과의존 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이중화를 비롯한 철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정보기술업계에 따르면 전날 생성형 AI 챗GPT와 소셜미디어 X,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등 다수의 글로벌 온라인 서비스에서 동시다발적 접속 장애가 일어났다. 이들 서비스 대부분은 약 3시간 만에 복구됐지만 전 세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 반응이 폭발했다.
전 세계를 마비시킨 대규모 장애는 이들 서비스가 이용 중인 클라우드플레어에서 시작됐다. 클라우드플레어는 글로벌 콘텐츠전송망(CDN), 보안 등 기반을 제공하는 종합 웹 인프라 사업자다. 특히 CDN은 동영상이나 게임 등 대용량 콘텐츠를 다수 이용자에게 빠르게 전송하도록 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글로벌 인터넷 인프라의 핵심으로 꼽힌다. 세계 330개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클라우드플레어는 아카마이, 패스트리 등 소수 업체와 함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클라우드플레어의 매튜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오류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해킹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추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극소수 디지털 인프라 업체에 대한 전 세계 서비스 및 기업의 과도한 의존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실제 업계에선 전 세계 웹사이트의 약 20%가 클라우드플레어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포천 500대 기업’의 35%가 클라우드플레어의 고객이라는 통계도 있다.
인터넷 성능 모니터링 전문 업체 캐치포인트의 메흐디 다우디 CEO는 또 다른 IT 전문 매체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고 있으면서 막상 문제가 생기면 놀란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집권적 인터넷 인프라로 인한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위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장애가 발생해 각국의 공공기관과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불과 열흘 뒤인 같은 달 29일 2위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도 오류를 내 한때 전 세계 서비스 수천개가 마비됐다.
김태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소프트웨어 PM(민간전문가·서울여대 교수)은 “CDN 등은 기본적으로 스케일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소수의 업체에 의존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라면 철저한 이중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불평등과 기후위기, 인공지능(AI) 시대에 함께 대응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각자도생이 뉴노멀이 된 세계 무역·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 회복을 주창하는 한편,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소개하며 국제사회의 연대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핵심 광물의 호혜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국제적 노력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를 위한 공정한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정상회의 제3세션에 참석해 “핵심 광물의 보유국과 수요국이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 ‘G20 핵심 광물 프레임워크’ 논의가 이뤄진 점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 의장국으로서 광물 협력사업을 확대해 왔으며, 또 한-아프리카 핵심광물대화를 통해 상호신뢰에 기반한 협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희토류 공급 문제가 미·중 간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AI 분야에 대해서도 “기술의 발전이 모든 국가와 모든 이들에게 고른 기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런 맥락에서 G20이 ‘아프리카를 위한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며 “대한민국도 모든 인류가 AI 혜택을 고루 향유하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실현을 위해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AI 기본사회는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와 지난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언급한 AI 시대 대응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포용적·지속 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한 제1세션에서 이 대통령은 “WTO의 기능 회복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해서 예측 가능한 무역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이 제한돼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부를 창출하고 부채 비율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로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번 G20 정상회의 첫날 조기 채택된 G20 남아공 정상선언에서 강조한 다자주의 정신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개최된 G20 정상회의의 모든 공식 세션에 참여해 국제협력과 원조를 약속함으로써 이재명 정부 외교 기조인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지평을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의 총칭)로 확장하며 외교 관계를 다각화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 대통령은 ‘회복력 있는 세계’를 주제로 열린 제2세션에서는 한국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국 정부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현재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고속도로를 추진 중”이라며 “해상풍력 클러스터와 분산형 전력망 구축도 확대하고 있으며,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햇빛소득, 바람소득 등 공유 모델도 확산시켜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G20 회의 참석을 계기로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튀르키예· 호주로 구성된 MIKTA 정상회동도 주재했다. 회원국들은 이 회동에서도 다자주의 강화와 국제협력 촉진의 가교 역할을 다시 확인했고, 이를 공동언론발표문에 담았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이날 요하네스버그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실용 외교의 지평을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한국의 아프리카 식량 원조 사업, K-라이스벨트 사업 등을 소개하고 아프리카 여성·청소년을 위해 제공해 온 디지털 교육 사업도 알렸다. 한국 정부는 지난 21일 G20을 계기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에이즈·결핵·말라리아 등 3대 감염병 퇴치를 위한 글로벌펀드에 1억달러를 기여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한국은 3년 뒤인 2028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아 회의를 개최한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G20 출범 20년인 2028년 의장직을 맡는다”면서 “막중한 책임감으로 국제 경제협력 최상위 포럼으로 G20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