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성범죄전문변호사 지난해 사학법인이 운영하는 전국 초중고교 3곳 중 2곳이 법정부담금을 10%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학 법정부담금은 교직원 건강보험료 납부 등에 쓰이는 돈으로 학교가 미납하면 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한다. 사학이 자율성은 누리면서, 재정적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2024년 사립학교 법정부담금 납부 내역’을 보면, 지난해 전국 1715개 사학 중 법정부담금 납부율이 10% 미만인 곳은 1121개교(65.3%)였다. 법정부담금을 100% 납부한 학교는 127개교(7.4%)였다. 지난해 사학법인이 운영하는 초중고교가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 총액은 4266억원이었는데 납부액은 771억원(18%)에 그쳤다.
사학 법정부담금은 교원과 사무직원의 연금, 건강보험료, 계약직 교직원의 4대 보험료 등에 쓰인다. 학교 규모에 따라 한 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8억원 가까이 책정된다.
유명인사와 관련된 사학의 법정부담금 납부율도 높지 않았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일가가 운영하는 홍신학원의 서울 화곡고는 지난해 책정된 법정부담금 3억5000만원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화곡중(1억8100만원), 화곡보건경영고(1억7100만원) 등 홍신학원이 운영하는 다른 학교도 법정부담금 납부율이 0%였다. 해명을 듣기 위해 홍신학원 측에 연락했지만 답이 없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일가의 웅동학원(웅동중)은 1억900만원 중 1000만원(9.2%)만 납부했다. 웅동중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3% 이상만 내면 관계없다고 했다”며 “법인에서 부담할 수 있는 만큼 내왔다”고 했다. 방송인이자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인 백종원씨 일가의 예덕학원(예산고·예산예화여고)은 약 2억1000만원 가운데 30%가량만 냈다. 예산고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법정부담금을 내지 않은 사학법인은 대부분 학생에게 쓰여야 할 교육비에서 법정부담금 부족분을 충당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고 고등학교는 무상교육이라 각 교육청은 한 해 수십억원씩 교육비 명목으로 사학에 지원한다. 교육청이 사학에 지원하는 교육비를 재정결함보조금으로 부르는데 지난해 총 6조500억원이었다.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거두는 대신 교육청 지원을 받지 않는 특수목적고 중에서도 법정부담금 납부율이 10% 미만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서울공연예술고(7%), 선화예고(2.9%), 대원외고(0.6%) 등이 대표 사례다. 이런 학교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법정부담금 부족분을 충당하곤 한다. 서울공연예술고 관계자는 “법인 수익사업이 없는 상황이고 수익은 예금이자뿐”이라고 했다.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학 중에는 학교를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경우도 많다. 서울공연예술고는 전임 교장이 개인적으로 관여한 종교 관련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등 학생 인권을 침해한 행위로 서울시교육청의 대책 마련 권고를 받았다. 지난해 법정부담금 납부율 0%인 운화학원(환일고·환일중)도 교육청 감사에서 학생과 교사를 설립자 묘소 참배에 동원하고 법인 이사장의 손자를 학교 체험학습에 동참시키는 등 학교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가 20일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주도한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감사에 대해 “감사 과정 전반에 걸쳐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내며 실세로 꼽혔던 유 위원이 주도해 감사원이 내부 지침을 어기고 전산 시스템을 조작해 사실상 ‘표적 감사’를 벌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 전반을 점검하는 감사원 운영 쇄신 TF는 이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유 위원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조사 결과를 송부했다.
TF에 따르면 2022년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은 전현희 권익위원장에 대한 제보를 처음 입수해 관련 부서에 전달하며 “감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유 사무총장은 그해 7월 감사실시계획서를 결재할 때 담당 과장에게 권익위 고위 관계자 이름을 알려주며 ‘전 위원장 관련 제보 사항을 들어보라’고 했다.
TF는 감사원이 통상 실시하는 자료 수집 단계 없이 감사 착수 결정부터 한 뒤 ‘감사 거리’를 찾는 일정으로 진행돼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했다. 담당 과장이 앞선 감사 사건을 결재하지 않으면 다음 감사에 착수할 수 없는데도 착수한 점도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전 위원장이 감사원에 “조사 일정을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무시하고 검찰에 수사 요청을 강행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TF에 따르면 2023년 6월 감사원 사무처는 전 위원장 임기 만료를 한 달 남기고 권익위 감사 결과가 담긴 감사보고서를 각 기관에 통지하면서 주심위원인 조은석 감사위원(현 내란 특검)의 결재를 ‘패싱’했다. 당시 사무처는 조 위원을 결재 라인에서 삭제하고 유 사무총장을 최종 결재자로 변경하는 등 전산을 조작한 뒤 유 사무총장과 최재해 감사원장에게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
TF는 사무처가 감사보고서 문안을 수정하면서 전 위원장을 겨냥해 “기관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문구를 임의로 추가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문구는 감사위원회의에 부의된 문안에는 없었다. 감사원은 조은석 위원이 해당 문구를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이 감사 결과 시행 업무방해라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사무처는 감사위원회의에 당초 부의돼 의결된 문안에 해당 문구가 있었다고 수사요청서에 허위로 기재했다. TF는 사무처가 당시 배포한 보도참고자료 17건 중 4건은 거짓이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TF는 일부 핵심 관련자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활동 기간을 기존 11월11일에서 12월5일로 연장했다. 최종 활동 결과는 12월 초순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공수처는 전현희 전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려 특별감사를 벌인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유 위원을 수사하고 있다.
전현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감사원의 뒤늦은 자성은 만시지탄이나 사필귀정”이라며 “유병호 등 불법 표적감사 핵심 주동자들에 대한 엄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는 더이상 늑장부리지 말고 즉각 수사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