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불법촬영변호사 다산 정약용은 열여덟 해 유배 기간 중 강진읍 동문 밖 주막에서 네 해를 머물며 그곳을 ‘사의재(四宜齋)’라 이름 지었다. 생각(思)·용모(容)·말(言)·행동(行)이 어떠해야 하는지 늘 되새기며 자신을 다스리고자 한 것이다. 생각은 깊고 치밀해야 하고, 용모는 단정하고 경건해야 하며, 말은 부드럽고 겸손하되 경솔하거나 거칠어서는 안 된다. 행동은 신중하고 절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억울한 유배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스리며 학문에 전념한 다산의 의지가 드러난다. 용모·말·행동은 모두 밖으로 표현되는 생각이다. 다산은 언행의 정밀함 속에서 품위를 지키고자 했다.
살아가며 가장 힘든 일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붓다가 ‘좋아하는 사람과만 함께할 수 없고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도 마주하고 대화해야 하는 것이 괴로움’이라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감정이 상하고 관계가 어그러지는 주된 원인 또한 얼굴 표정과 언행에 있다.
지난 시월 중순, 지리산 2박3일 종주에서 한 사람의 언행이 지금도 생생하다. 환경운동을 하는 불자들과 함께한 산행이었다. 첫날 밤늦게 대피소에 도착해 식사를 마친 뒤, 일행 중 한 분이 식기를 밀가루로 닦아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때 어떤 분이 큰 소리로 외쳤다. “왜 여기서 설거지를 하느냐, 경고문을 못 봤냐”며 상식이 없다고 꾸짖고, ‘불교환경연대’ 티셔츠를 보며 “환경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지리산을 오염시키느냐”고 거듭 나무랐다.
나는 경고문을 보지 못한 실수를 인정하고 정중히 사과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다른 일행이 같은 실수를 할까 염려되어 주방으로 들어가 알렸는데, 그는 또 뒤에서 언성을 높였다. “상식이 없느냐, 환경운동 하는 사람들이 이러면 되느냐”는 꾸지람이었다.
그때 떠오른 말이 ‘과유불급’이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지나치면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 감정이 상하면 옳고 그름의 판단은 사라지고 불쾌함만 남는다. 만약 그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여기서는 설거지를 하면 안 됩니다”라고 끝냈다면, 우리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다.
종주를 마치고 절로 돌아온 뒤 그 일을 곰곰이 떠올리며 충고와 조언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세네카는 “분노 속의 충고는 늘 처벌처럼 들린다”고 했고, 데일 카네기는 “비판은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들며 변명하게 한다. 진심 어린 칭찬으로 시작하라”고 했다. 이런 말들이 떠오른 것을 보면, 그때의 씁쓸한 감정을 지리산에서 다 털어버리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옳고 그름의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의 에너지가 더 강력하다는 말은 결코 틀리지 않다.
<법구경>의 한 구절도 떠올랐다. “내 허물을 지적하고 꾸짖는 지혜로운 이를 만났거든 그를 따르라. 그는 감추어진 보물을 알려준 고마운 사람이다.” 조언을 듣고 그가 ‘고마운 사람’이라 느껴진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관계가 있을까. 겸허히 듣는 마음과 충고하는 이의 진정성, 품격 있는 대화가 더해질 때 관계는 깊어진다. 다산의 사의(四宜)가 보여주는 태도 역시 그런 마음가짐의 요체다.
붓다 당시 수행공동체에도 언행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듯하다. 붓다는 허물을 지적하는 다섯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사실이어야 하고, 둘째 때를 알아야 하며, 셋째 이치에 맞아야 한다. 넷째 부드럽게 말해야 하고, 다섯째 자비심으로 말해야 한다. 오늘날에도 유효한 원칙이다.
그러나 이렇게 충고해도 상대가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붓다는 “침묵하라”고 답한다. 공자 역시 “성심으로 충고해도 듣지 않으면 그만두어라. 자신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했다. 지나치게 상대방의 개조에 매달리지 말고, 할 일을 다했다면 침묵과 숙려의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로 읽힌다. 또한 ‘옳음’에 집착하다 ‘관계’를 해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조언과 충고의 목적은 승부가 아니라 서로의 성숙과 성장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그리고 정치권의 논평과 논쟁에서 드러나는 거친 언행을 보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아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 상용차박람회 ‘솔루트랜스’에서 중형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가 ‘2026 세계 올해의 밴’에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
세계 올해의 밴(IVOTY)은 유럽 각국의 경상용차 전문 기자단으로 구성된 비영리 기관이 주관·선정하며 경상용차 업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PV5의 수상은 한국 브랜드 최초이자 아시아 전기 경상용차로도 처음이다. PV5는 포드 E-트랜짓 쿠리어, 포드 E-트랜짓, 폭스바겐 크래프터, 파라이즌 SV 등 최종 후보에 오른 경쟁 모델을 제치고 심사위원단 26명의 전원 일치로 세계 올해의 밴에 선정됐다.
잘라스 스위니 IVOTY 위원장은 “기아 PV5는 우수한 성능, 효율적인 전기 플랫폼, 사용자 중심의 설계로 심사위원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PV5가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실용적인 혁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기준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호평했다.
기아는 2023년 EV6 GT(세계 올해의 고성능 자동차), 2024년 EV9(세계 올해의 자동차·세계 올해의 전기차), 2025년 EV3(세계 올해의 자동차) 등으로 매해 글로벌 순수 전기차(EV) 관련 시상식을 석권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이번 수상은 봉고로부터 이어온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 기능성 등을 중시하는 카니발의 DNA가 미래 지향적으로 PV5에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제주 한라산 국립공원 1100고지에 18일 오전 첫눈이 내려 외국인 관광객들이 겨울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