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부장검사출신변호사 A씨(75)는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러 예금·카드 내역 등을 확인하려면 여러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 은행 창구에서 모든 금융계좌를 조회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은행 계좌에서 이체도 가능해졌다. 예컨대 신한은행에서 자신의 하나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우리은행에 이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여러 은행에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를 한 번에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오프라인 영업점까지 확대된다.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과 영업점 폐쇄지역 거주자들의 불편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19일부터 전국 11개 은행(농협·신한·우리·국민·하나·기업·아이엠·부산·광주·전북·경남)에서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농협·신한·우리·국민·하나·기업·광주·전북 등 8개 은행에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오픈뱅킹은 소비자들이 하나의 은행에서 다른 여러 은행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본인의 금융정보를 한곳에 모아 투자·증권·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는 그간 웹·모바일 등 온라인 방식으로만 이용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이번 채널 확대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편의성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영업점 폐쇄로 인해 금융 서비스 이용이 힘들었던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주지 인근에 있던 주거래 은행 영업점이 사라진 고객들의 경우 그간 먼 거리를 이동해 주거래 은행의 업무를 봐야 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서비스가 포용적 금융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금융위도 시행 이후 제반 사항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19일 “신산업 분야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 과정에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부족할 경우, 금산분리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 방안을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게 진행되고 ‘죽느냐 사느냐’의 엄중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국가 발전을 위해 범죄가 아니면 조금 열어놓고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번 발언은 정부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경계를 지금보다 다소 완화하거나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촉진을 위해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산분리는 대기업 집단이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법과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규제다.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외부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라며 재계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이날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관리하는 제도를 조정하고 기업 활동을 뒷받침할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한편 구 부총리는 “자본시장에 오래 있거나 개별 주식에 장기 투자한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확실히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줄지는 아직 검토 중이며, 세부 내용을 확정해 내년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논의 중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과 관련해서는 “여러 법안 가운데 정부안(35%)보다 높게 하자는 이야기는 없고 낮게 하자고 논의 중”이라며 “자본시장 밸류업(가치 제고)을 위해 최대한 그렇게 가는(낮추는) 방향으로 정부도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