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성범죄변호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인 이하상·권우현 변호사가 ‘법정 질서 위반’으로 지난 19일 감치를 선고받고도 4시간 만에 석방됐다. 법무부는 “구치소가 수용을 거부한 게 아니라 인적 사항 관련 서류 보완을 요청한 것”이라고 했으나, 당사자들이 이미 풀려난 상태라 법원이 다시 감치를 집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다른 법정 질서 위반자들도 제도의 허점을 악용할 우려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지난 1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서 두 변호사에 대해 15일 감치 명령을 내렸다. 김 전 장관이 증인으로 소환됐는데, 두 변호사가 증인에 대한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을 하겠다며 함께 나왔다. 신뢰관계인 동석은 범죄 피해자가 증인인 경우에 가능하다.
재판부는 “증인이 범죄 피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동석을 불허하고, 두 변호사를 향해 “이 법정은 방청권이 있어야 들어올 수 있다. 퇴정하라”고 했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신뢰관계인이 동석할 수 있다”고 맞섰고 재판부는 “감치한다”며 대기 명령을 내렸다. 권 변호사도 “이렇게 하는 게 대한민국 사법부냐”며 따졌고 재판부는 그에 대해서도 “감치하겠다”고 했다.
이후 재판부는 두 변호사에 대한 별도의 감치 재판을 진행해 각각 감치 15일을 선고했다. 이 재판에서 두 변호사는 인적 사항을 묻는 재판장 질문에 진술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확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름과 직업, 용모 등을 감치 재판서에 기재했는데 이를 넘겨받은 서울구치소는 “주민등록번호 등이 누락돼 있다”며 감치를 집행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법원은 집행이 곤란하다고 판단해, 약 4시간 만에 감치 명령을 정지하고 일단 이들의 석방을 명했다. 변호사들은 유튜브에서 “승리했다”며 재판부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법무부는 “집행장을 검토한 결과 신원 확인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가 누락돼 있었다”며 “신원 확인을 위해 필요한 인적 사항 보완을 요청했으나, 해당 재판부에서 어렵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이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고 절차를 밟으면 감치 명령을 다시 집행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이 진술을 거부할 때 법원이 이를 강제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너 왜 거기에 있어?’
해가 없다. 바람이 없다. 의자가 없다. 사람이 없다. 내 앞으로 살과 피가 뜯어 먹히고 뼈만 남겨진 짐승 같은 철 덩어리가 흐른다. 심장 없이, 발 없이, 온기 없이 태어난 철 덩어리에 매달려 나는 2시간째 흘러간다. 내가 인간임을 망각해버릴 것 같은 공포감이 심장을 조여오고, 방광이 터질 것 같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심장을 빼앗기지 않으려, 온기를 빼앗기지 않으려, 손을 빼앗기지 않으려, 눈물을 빼앗기지 않으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흘러갔다. 사람으로 보이려, 사람으로 존재하려.
사람이 사람을 본다. 사람이 사람을 존재하게 한다. 사람 사이에는 사람이 있다.
조립 2공장(한국지엠 부평2공장). 흐르는 컨베이어 라인 위에서 15년이 흘렀다. 노동은 내가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게 해줬다.
모든 인간에게는 선함이 있다고 믿는 나, 노동에 중독되지 않으려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는 나, 노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 나, 진보적 소시민으로 살고 싶은 나.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나, 당연한 건 없으니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고 비틀어보는 걸 진보라 생각하는 나. 그래서 질문하는 나. “네가 말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듯, 내가 말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야. 나는 이렇게 생각해. 네 생각은?”
포디즘(포드사가 처음 도입한 대량 생산·소비 시스템)과 테일러리즘(시간·동작 연구를 통해 작업 동작을 분석하고 표준화하며, 분업을 통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나는 컨베이어 라인 위에서 내 온 뼈와 온 근육과 온 감각으로 이해했다. 라인 위에 선 지 8개월 만에 9㎏이 빠졌다. 낯선 공구를 손에 들고 라인에 실려가며 0.1초 단위로 통제되는(자기 통제권을 상실한) 노동을 어떻게 ‘내것화’할 것인가. ‘라인이 흘러가는 120초, 손가락 구부리는 데 몇초, 기계가 아닌 손… 서류상의 수치…’ 작업 순서를 바꿔 ‘내것화’하자 30초밖에 남지 않던 시간이 50초로 늘어났다. 늘어난 20초 동안에 신문과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단어 몇개. 문장 하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더 겸손해졌다. 학생운동 시절에 교조적으로 받아들이던 이론과 사상을 사유하고 비판하며 ‘내것화’했다. 인간과 가장 친밀한 가구이자 휴식과 내면 성찰의 공간인 의자를 공장 안에 들여놓았다.
안돈(Andon) 줄이라고 부르는 빨간 줄이 있다. 조립 라인 작업자들이 제품 결함이나 사고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고 해결하기 위해 설치한 줄이다. 노동자의 발이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해 앰뷸런스가 공장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단 한 명의 노동자도 빨간 줄은 당기지 못하고 있었다. 공장이 가동된 뒤로 당겨진 적 없는 금기의 줄이던 빨간 줄을 당겼다. 라인이 섰다. 그 뒤로 노동자들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화장실이 급하면 빨간 줄을 당긴다.
2022년 11월에 가동이 중단되며 라인을 떠난 나(현재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지부장). 보수언론이 만든 기득권, 강성 귀족 노조 프레임. 노동조합을 이익집단으로 보는 혐오 어린 시선과 부딪치며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노동자들이 임금의 문제에 천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삶과 직결된 임금의 인상을 요구하는 게 비난받아야 할 것인가? 요구가 지지를 받으려면 노동조합이 우리 노동자의 일자리에만, 우리 공장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사회연대기금을 적립해,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사회 단체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공장 밖에 끊임없이 제안하고,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이어지는 마음, 이어지는 선한 영향력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흐름의 한 줄기로 예술가들(경인콜렉티브)과 연대하러 떠났던 조립 공장에 다시 발을 들여놓았다. 일 자체가 너무 끔찍하고 고통이었던 애증의 장소. 독서를 통해 날 겸손하게 만들어주었으며, 노동운동만큼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 가치와 삶을 가능하게 해주고 균형을 잡아준 곳. 눈물이 터져 나오려 한다. ‘노동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먼저 저 질문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