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전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항소3-2부(재판장 허일승)는 21일 최씨가 안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항간에 도는 의혹이나 제삼자 발언을 인용하고도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직접 조사한 것처럼 말해 원고에 대한 비난 수위가 거세지는 데 일조했다”며 “원고에 대한 수사가 모두 마무리된 지금까지도 발언 내용과 원고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2021년 4월 최씨는 안 전 의원이 2016~2017년 최씨의 은닉 재산 문제를 제기하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해 피해를 봤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안 전 의원은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제기되던 2016년 12월부터 수년간 언론 등을 통해 최씨의 은닉 재산 의혹을 제기했다. 2017년 7월에는 최씨의 해외 은닉 재산을 찾겠다며 유럽 5개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안 전 의원은 은닉 재산 추정치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자금 규모가 당시 돈으로 8조9000억원, 지금 돈으로 300조가 넘는 돈이므로 그 돈으로부터 최순실 일가 재산의 시작점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의원 측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재판을 변론 없이 종결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이 항소해 2심으로 이어졌고 2심 재판부는 안 전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공익성이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안 전 의원의 일부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스위스 비밀 계좌에 들어온 A 회사 돈이 최씨와 연관돼 있다’, ‘최씨가 미국 방산 업체 회장과 만났고, 이익을 취했다’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봤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여전히, 질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가 중요함은 물론이지만 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그 사람에 알맞은 답변을 각기 다르게 줄 수 있는 지혜를 지니기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를 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공자(孔子)다.
숭덕(崇德)과 변혹(辨惑)의 방법을 물었을 때도 공자는 제자마다 다른 대답을 해주었다. 훌륭한 인품을 갖춰가는 것이 숭덕이고, 그 길에서 미혹을 분별하는 것이 변혹이다. ‘내가 할 일을 먼저 하고 그로 인해 얻게 될 것은 나중에 생각하기’ ‘충신(忠信)을 주로 삼고 의(義)로 옮겨가기’. 각각 번지와 자장에게 답한 숭덕의 방법이다. 번지에겐 실천적 자세를 강조한 데 비해, 자장에겐 진심과 믿음을 다함으로써 인격을 완성해 가는 수양을 제시했다. 제자들과 오랜 관계를 맺으며 수준과 성향을 깊이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른 대답을 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
분별해야 할 미혹에 대해 공자는 ‘일시적인 분노로 자신을 잊어 부모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하는 것’ ‘좋아할 때는 살기를 바라다가 미워지면 죽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수준의 고하를 막론하고 숭덕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분노와 미움 같은 감정임을 보여준다. 어떻게 한때 좋아하던 사람이 죽기를 바랄 만큼 싫어지게 될까? 아무리 고상해 보이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고 애정이 깊을수록 실망으로 인한 미움도 극대화될 수 있다. 지고한 인품을 향해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일순간 삐끗하여 떨어지면 산산조각 나버릴 수 있는 참으로 연약한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공자는 미혹을 분별하는 방법은 따로 답해주지 않고 그 폐해만 극단적으로 강조했다. 분별의 방법이 숭덕 말고 따로 없기 때문이다. 분노와 미움은 대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내가 할 일에 충실하고, 온 마음을 다하며 무엇이 의로운지 끊임없이 고민할 때, 잘못의 원인 역시 남이 아닌 나에게서 찾게 된다. 마음의 균형이 깨지려는 순간, 잠시 집착을 놓고 자신을 다시 돌아볼 일이다. 참으로 쉽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