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강간변호사 다시 고개를 든 인공지능(AI) 거품론에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8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가 21일 3850대로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96.15포인트(2.40%) 내린 3908.70으로 출발해 하락폭을 키웠다. 전날 코스피는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로 사흘 만에 4000선을 다시 탈환했지만 하루 만에 4000선을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조8289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액은 2021년 2월26일(2조8300억원)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였다. 다만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2929억원, 4955억원 순매수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AI 거품론이 다시 불거지면서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 리사 쿡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자산가격 급락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불안심리를 키웠다.
엔비디아가 3.15% 하락하면서 반도체주 중심으로 외국인 매물이 쏟아졌다. SK하이닉스(-8.76%)는 52만원대로 밀려났고, 삼성전자(-5.77%)도 ‘10만 전자’를 탈환한 지 하루 만에 9만원대로 다시 떨어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929개 종목 중 78%에 해당하는 721개 종목이 내렸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27.99포인트(3.14%) 내린 863.95에 장을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발언으로 AI 거품 우려가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AI 기업들의 회계 이슈와 부실, 재무구조 불안 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외환시장도 AI 거품론의 영향을 받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오른 1475.6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인상 이슈가 불거졌던 지난 4월9일(1484.1원) 이후 7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조8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사흘째 100선을 웃돌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대미 투자액을 1조달러(약 1470조원)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런 투자에 활용되는 사우디 국부펀드는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전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고 대미 투자액을 기존 6000억달러(약 882원)에서 1조달러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빈살만 왕세자는 1조달러 투자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이 내용은 백악관이 회담 이후 발표한 팩트시트(설명자료)에도 없었다.
NYT는 사우디 국부펀드 현직 직원과 이사회 임원, 투자자 등 11명을 인터뷰해 국부펀드가 재정적으로 취약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쏟아부은 탓에 새로운 투자에 쓸 현금이 고갈된 상태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우디 북부에 조성 중인 미래 신도시 ‘네옴’이다.
네옴은 로봇 노동자, 스키 리조트, 대리석 가루로 만든 해변을 갖춘 ‘유토피아 도시’ 조성을 목표로 했지만 프로젝트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국부펀드가 보유한 자산 상당수가 시장가치 평가가 어려워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은 유동성 위기를 가중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국부펀드 내부에서는 빈살만 왕세자가 직접 지휘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살만 왕세자는 네옴 프로젝트 책임자 등을 해임했으며, 홍해 고급 리조트를 포함한 다양한 투자에 대한 내부 수익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사우디가 매년 주최하며 전 세계 금융·산업계 거물 수천명이 참석하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도 재정 부족 신호가 포착됐다. 국부펀드 측은 이 자리에서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바뀐 투자 조건을 통보했다. 이 행사에서 ‘돈 보따리’를 안고 돌아가던 시대가 끝났다는 말도 돌았다고 NYT는 전했다.
사우디는 석유 부국이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저유가 등으로 인해 석유 생산 및 수익 창출에 제한을 받고 있다. NYT 보도에 대해 마르완 바크랄리 국부펀드 대변인은 보유 현금 및 유사 금융 자산이 600억달러(약 88조원) 규모라며 “지역 기준으로 매우 높은 유동성”이라고 주장했다.
국부펀드 이사회는 앞으로 상장 주식과 채권에 더 많이 투자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자산 규모를 2조달러(약 2940조원)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자금이 투자 수익에서 나올지 정부의 추가 재정 투입으로 나올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