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용접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여전히, 질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가 중요함은 물론이지만 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그 사람에 알맞은 답변을 각기 다르게 줄 수 있는 지혜를 지니기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를 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공자(孔子)다.
숭덕(崇德)과 변혹(辨惑)의 방법을 물었을 때도 공자는 제자마다 다른 대답을 해주었다. 훌륭한 인품을 갖춰가는 것이 숭덕이고, 그 길에서 미혹을 분별하는 것이 변혹이다. ‘내가 할 일을 먼저 하고 그로 인해 얻게 될 것은 나중에 생각하기’ ‘충신(忠信)을 주로 삼고 의(義)로 옮겨가기’. 각각 번지와 자장에게 답한 숭덕의 방법이다. 번지에겐 실천적 자세를 강조한 데 비해, 자장에겐 진심과 믿음을 다함으로써 인격을 완성해 가는 수양을 제시했다. 제자들과 오랜 관계를 맺으며 수준과 성향을 깊이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른 대답을 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
분별해야 할 미혹에 대해 공자는 ‘일시적인 분노로 자신을 잊어 부모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하는 것’ ‘좋아할 때는 살기를 바라다가 미워지면 죽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수준의 고하를 막론하고 숭덕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분노와 미움 같은 감정임을 보여준다. 어떻게 한때 좋아하던 사람이 죽기를 바랄 만큼 싫어지게 될까? 아무리 고상해 보이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고 애정이 깊을수록 실망으로 인한 미움도 극대화될 수 있다. 지고한 인품을 향해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일순간 삐끗하여 떨어지면 산산조각 나버릴 수 있는 참으로 연약한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공자는 미혹을 분별하는 방법은 따로 답해주지 않고 그 폐해만 극단적으로 강조했다. 분별의 방법이 숭덕 말고 따로 없기 때문이다. 분노와 미움은 대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내가 할 일에 충실하고, 온 마음을 다하며 무엇이 의로운지 끊임없이 고민할 때, 잘못의 원인 역시 남이 아닌 나에게서 찾게 된다. 마음의 균형이 깨지려는 순간, 잠시 집착을 놓고 자신을 다시 돌아볼 일이다. 참으로 쉽지 않더라도.
올해 청룡의 선택, ‘어쩔수가없다’?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KBS2 오후 8시30분) = 올 한 해 한국 영화를 빛낸 영화인들이 모여 성취를 기념하는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생중계된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들이 각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최우수작품상 후보로는 <어쩔수가없다> <얼굴> <좀비딸> <파과> <하얼빈> 총 5편이 선정됐다. 지난해에 이어 배우 한지민과 이제훈이 공동 MC를 맡아 진행한다.
질주 끝나도 말의 삶은 계속된다
PD로그(EBS1 오후 10시45분) = 제주의 울창한 숲속에는 버려진 말들의 안식처인 ‘말 보호센터’가 있다. 말의 평균수명은 30년 내외지만 경주마의 은퇴 시기는 평균 네다섯 살 때다. 은퇴한 말들은 대개 온종일 사람을 끄는 역마가 되거나 사료용으로 도축된다. 말 보호센터의 운영자 김남훈씨는 버려진 말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말과 사람이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법을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