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수납전문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 26명이 20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충돌 사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위반 혐의로 처음 기소돼 전원 유죄를 받은 정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당내에선 재판에 넘겨진 현역 의원 6명이 당선무효형을 받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폭거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한 점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장동혁 대표)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폭력 유죄에도 ‘정치적 항거’라고 자화자찬하는 국민의힘은 부끄럽지도 않으냐”(박수현 수석대변인)고 반응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선진화법을 어겨 재판에 넘겨진 전원이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오명을 떠안으며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의원이 국회에서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을 벌인다는 뜻의 ‘동물국회’ 오명을 벗기 위해 여야 합의로 2012년 만들어졌다.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은 국회선진화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사건으로 평가돼왔다.
다만 당내에선 현역 의원 6명에게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돼 개헌 저지선(101석)이 위협받는 상황은 면했다는 안도감도 읽힌다.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피한 만큼 항소 제기에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항소할 경우 이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을 부각하는 소재로 삼으려는 기류도 엿보인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그날의 항거는 입법 독재와 의회 폭거로부터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지켜내기 위한 소수 야당의 처절한 저항이었다”면서도 “대장동 항소 포기는 이재명을 봐주기 위한 것이 명백하지만 이번 판결은 양형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벌금형을 받은 송언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대장동 범죄 일당의 항소를 포기한 검찰의 본 건 항소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가장 중한 액수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나경원 의원 역시 항소 여부와 관련해 “무죄받는 게 의미 있을 수도 있지만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패스트트랙 사태는 민주당의 악법 강행에서 비롯됐다. 야당의 문제 제기와 저항은 국회의원의 본분이었다”며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면 국회는 더 이상 합의와 토론의 공간일 수 없다”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오늘 법원의 나경원 봐주기 판결에 분노한다”며 “조희대 사법부답다”고 적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불법 폭력이라는 점이 사법부에 의해 명확히 확인됐다”며 “법원 판결은 존중하지만 6년이나 걸린 선고와 구형량보다 현격히 낮은 선고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국민의힘의 사법 리스크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12·3 불법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구속된 권성동 의원의 통일교 뇌물수수 사건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김기현 의원 배우자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한 것도 특검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종묘의 세계유산지정 이유는 종묘 정전의 건축학적 아름다움과 종묘제례악과 같은 콘텐츠, 소프트웨어가 지정 이유이지 건축물 자체는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18일 서울시의회 제333회 정례회에 출석해 이같이 밝히면서 “설사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중요해도 시뮬레이션해 보니 그렇게 압도적으로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를 정도는 아니다. 저희로선 조화를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서울시가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했다. 발언대에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주며 “종묘 정전 앞에 상월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평균 신장의 서울시민이 서서 남쪽의 새로 지은 세운4구역을 보는 시점”이라면서 “정전에 섰을 때 눈을 가리나, 숨이 막히냐, 기가 눌리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앞으로 논의는 지금 보는 이 느낌이 과연 종묘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정전의 건축학적 아름다움과 가치를 떨어트리느냐,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세운4구역 개발은 도시에 필요한 녹지를 확보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녹지가 부족한 사대문 안에 서울광장의 약 8배 너비의 숲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종묘 앞에서 남산까지 평균 폭 80m의 녹지 축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개발이 이뤄지려면 경제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면서 “건축물의 총면적을 확보하면서 녹지를 만들려면 높이를 높여주고, 지상에 녹지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녹지가 종묘 정면에서 남산까지 만들어지면 그 경관이 주는 압도적 의미가 있다. 종묘를 어느 도시도 예우하지 않는 방식으로 녹지공원을 쭉 만들면 시야가 뚫리는 통경축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종묘가 오히려 가치 높아지지 낮아지지 않는다”면서 “문화재의 가치와 도시 계획을 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문화유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조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앙각(올려다본 각도) 기준도 적용해 종묘 경관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유네스코가 권고한 세계유산영향평가는 법적으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하려면 완충구역을 지정해야 하는데 국가유산청이 이를 지정하지 않았고, 영향평가는 주민대표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주민 동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산영향평가는 2~3년의 시간이 걸리고, 그 기간 개발이 늦어지면 개발 참여 주민의 이자 비용이 52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라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조정할 여지는 열어뒀다. 오 시장은 “종묘 정전을 세계유산으로 지키고 싶다면 시끌벅적하게 일을 만들 게 아니라 서울시와 협의했어야 한다”면서 “어느 정도 낮출지 열려있고, 협의하면 될 일인데 갑자기 해괴망측하다며 타협의 여지를 닫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규남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송파1)은 이날 시장과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앙각 규제 삭제를 담은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앙각 규제는 문화유산 경계를 기준으로 27도 앙각을 설정하고 해당 범위까지만 건물 층수를 올리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김 의원은 “43년 전 도입된 앙각 규제를 명시적으로 삭제하고 시가 문화유산 보전과 도시발전을 할 자율적 규제를 마련해야한다. 앙각 규제가 폐지되어도 문화유산영향 검토는 유지되니 문화유산보호는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