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상담 햇빛으로 얻은 열을 모으고 환기와 통기를 이용해 집 밖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도록 집을 짓는 기술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대적 흐름에 딱 들어맞는 건축 방식이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은 이 같은 건축 방식의 특징과 요소를 갖추고 있다. 대체로 남향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또 지붕에 연결된 처마는 비가 오더라도 창문을 열어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정원을 꾸밀 때도 뒤뜰엔 주로 나무를 심고, 앞마당은 널찍하게 비운다. 이 구조를 통해 뒤뜰로부터 대청을 거쳐 안마당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김치나 장류를 보관해온 옹기는 ‘숨 쉬는’ 그릇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옹기에 물을 붓고 금붕어를 넣은 뒤 입구를 랩으로 씌워도 금붕어는 거뜬하게 살아간다. 진흙을 빚어 구운 옹기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산소가 통하는 수많은 구멍이 있다. 통기성과 견고성, 방부성, 경제성까지 갖춘 옹기 덕분에 우리나라는 발효식품의 종주국 지위를 지켜올 수 있었다. 집이나 옹기를 비롯해 먹고 자고 입고 생활하는 일상의 살림들에는 삶의 지혜와 과학적 의미가 스며 있다. 수백년간 전해지며 널리 사용되어왔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저자는 이 살림들을 통해 그 지혜와 의미를 살핀다. 이 책의 부제처럼 ‘과학자가 풀어주는 전통문화의 멋과 지혜’ 이야기다.
미생물학자이자 전통문화 탐색가인 저자가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소반부터 베갯모, 반닫이, 맷돌, 병풍 등 일상에서 만나는 전통적 살림살이를 들여다봤다. 과학적 설명들이 꽤 나오는데 건조하지 않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서술해 쉽게 읽힌다. 각각의 살림살이에 대한 최신 연구나 논문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호가를 넘어선, 학자적 호기심과 집념도 보인다. 집, 부엌, 안방, 대청, 사랑, 마당 등 삶의 공간을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살피는 과정은 그 공간에 머무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세계중년회의
“일본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아온 작가의 대표작을 모은 시선집. 표제작 ‘세계중년회의’는 중년이라는 생의 한 국면을 통해 동시대의 초상을 그려냈다. ‘그彼’ 등에서는 일본의 현재를 응시한다. 요쓰모토 야스히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4000원
리듬 난바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30대 농부 을주와 마을에 정착한 비밀스러운 외지인 둘희, 그리고 둘희가 사랑하는 영화감독 기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설. 2024년 7월부터 12월까지 약 6개월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글을 개고해 냈다. 김멜라 지음. 문학동네. 2만1000원
바닥을 때리고
부모님을 속이고 마트에서 일하는 장기 취준생 예리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싱글맘 진희가 구민 체육센터의 농구 수업에서 만나 풀어가는 이야기. 각자의 이유로 농구를 찾아온 이들은 서로 가까워지며 삶을 대하는 자신만의 태도를 찾아간다. 권혁일 지음. 나무옆의자. 1만6800원
전방 100미터에 캥거루족이 등장했습니다
33년째 부모님과 함께 거주한 캥거루족인 저자의 에세이. ‘미’독립이 아닌 ‘비’독립을 택한 캥거루족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캥거루족을 바라보는 인식을 다양화하고 좀 더 건강한 캥거루족이 되기 위한 자세를 생각하게 한다. 경기히든작가 프로젝트 당선작. 나목 지음. 싱긋. 1만5000원
디 에센셜 : 제인 오스틴
세계적인 작가의 대표 소설과 에세이를 한 권에 담은 디 에센셜 시리즈 열 번째 책. 대표작 ‘오만과 편견’을 포함해 팜 파탈 주인공이 등장하는 단편 ‘레이디 수전’과 1790~1817년 사이 작가가 쓴 편지들이 실렸다. 제인 오스틴 지음. 전승희 옮김. 교보문고·민음사.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