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학교폭력변호사 성공, 성공, 성공. 염경엽 LG 감독(57)이 2025시즌을 치르며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일 테다. 일 년 내내 경험이 부족한 신인 선수의 ‘성공 체험’을, 팀의 바탕을 이루는 ‘성공 매뉴얼’을, 꾸준히 이기기 위한 ‘성공 경험’을 이야기했다.
성공에 대한 집요함의 기저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실패의 깊은 기억이 있다.
통합우승 사령탑으로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지난 17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염 감독은 ‘1할 타자’ ‘루저’ ‘한량’ 등의 자학적 성찰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LG 구단 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통합우승을 일궈내고, 프로야구 감독 사상 최초로 30억 계약의 주인공이 된 지금도 염 감독의 머릿속에는 밑바닥이 아른거린다.
염 감독의 선수 시절 기록은 바닥에 가깝다. 선수 염경엽은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다. 10시즌 통산 타율 0.195를 찍고 은퇴했다. KBO에서 15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최저 타율이다. 51타석 연속 무안타라는 불명예스러운 진기록도 썼다. 은퇴 직전인 1999년에는 프로 등록된 선수 중 최저 몸무게(64㎏)까지 찍었다. 염 감독은 “은퇴할 땐 아무도 내 이름을 몰랐다”고 말했다.
은퇴 후 자신의 패배한 야구 인생을 되돌아봤다. 그러자 비로소 야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선수 염경엽은 구단 프런트가 됐다. 현대 유니콘스 운영팀 말단 사원으로 들어갔다. 선수들의 로커와 신발 정리부터 시작했다. 2군 숙소 식당 직원 계약까지 도맡아 했다. ‘컴맹’ 상태에서 무작정 노트북을 사 하룻밤을 꼬박 새워 문서를 작성해놓고 저장을 안 해 다 날리기도 했다. 염 감독은 “야구팀에 무슨 일만 있으면 ‘경엽이 어디 있어?’라는 말부터 나오게끔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바닥을 찍어 충격을 받고 다시 살아나려면 쪽팔린 것, 자존심 상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참고 해야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지도자로서의 시야는 오히려 넓어졌다. 그는 “나와 함께하는 선수들은 아직 그 바닥을 안 겪지 않았나.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에게 ‘지금이 너희 전성기다. 여기서 만족할 거면 그만두고, 아니면 절실하게 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프런트와 코치를 거쳐 2013년 넥센 감독에 취임했다. 초짜 감독이 암흑기의 넥센을 단숨에 준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이듬해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야구 인생 처음으로 정상을 바라보다 고꾸라진 염 감독은 당시 삼성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준 뒤 취재진 앞에서 “정말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라며 펑펑 울었다.
패배에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실패의 원인을 되짚는 작업은 언제나 고통스러웠다. 염 감독은 “진 경기를 분석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며 “그때는 나름 내가 머리를 잘 쓰고 전략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돌아보면 참 바보 같더라”라고 말했다.
수 번의 오답노트를 쓰면서 ‘생각을 줄이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염 감독은 “SK 감독으로서 실패한 뒤 2년간 쉬면서 과거 포스트시즌 경기를 쭉 돌려봤다”며 “너무 많은 변수를 생각하다 보니 내 생각에 내가 꼬여들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장점을 극대화해서 단점을 커버하는 쪽으로 심플하게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2023년, LG에 부임할 때만 해도 염 감독은 팬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무관의 사령탑이 ‘우승 청부사’가 웬말이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염 감독은 LG 감독을 맡기로 한 뒤 “3년간 우승 못하면 넌 앞으로 감독 맡지 마라, 이 팀에서 우승 못하면 넌 우승 못 시키는 무능한 감독일 뿐이다”라고 되뇌었다. 그 후 3년, 염 감독은 LG와 함께 정상에 올랐다. 염 감독의 색깔을 입은 LG는 3년간 두 번의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단단해졌다.
‘이제는 성공한 감독이라 자평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염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밑바닥을 경험해본 사람은 성공해도 항상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다”며 “언제든지 다시 바닥에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에 성공에 대한 절실함은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다만 조금 더 멀리 보게 됐다. 절실히 노력해서 실패했다면,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를 향해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가짐이다.
잠도 밥도 줄이고 선수단을 지휘하는 지금, 염 감독은 ‘최경량 선수’였던 1999년보다 더 야위었다. 2025시즌을 치르는 동안에만 9㎏이 빠졌다. ‘최경량 감독’이다. 하지만 이제는 “가벼워서 선수들이 헹가래 칠 때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하는 여유가 생겼다.
강원 강릉시는 시민 건강 보호와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슬레이트 건축물 철거 지원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슬레이트는 인체에 해로운 석면을 10∼15%가량 포함하고 있어 2009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설치된 지 오래된 슬레이트가 야외에 그대로 방치되면서 석면 가루가 공기 중으로 퍼져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석면이 포함된 주택, 창고, 축사 등 슬레이트 건축물 6075동 가운데 45%인 2714동을 철거했다.
올해에만 주택 79동과 창고·축사 9동의 슬레이트를 철거해 처리했다.
또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거주하는 6동의 슬레이트를 철거한 후 지붕개량 공사를 마무리했다.
슬레이트로 지붕과 벽체가 이뤄진 건축물의 소유자는 건축물대장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건축물이라도 해당 건축물에 대한 슬레이트 철거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다.
올해부터 처리 지침이 개정돼 지원 대상이 노인·어린이 시설까지 확대됐다.
주택 철거는 동당 최대 400만 원, 창고·축사 등의 철거는 500만 원,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은 1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강릉시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를 비롯해 차상위계층, 다자녀 가구 등 기타 취약계층 순으로 우선 지원 가구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원 희망자는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청서를 작성·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강릉시청 누리집의 공고문을 참고하거나 관련 부서(033-640-4532)에 문의하면 된다.
김동관 강릉시 자원순환과장은 “슬레이트에 포함된 석면 섬유가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오는 2026년에도 4억4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슬레이트 처리 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