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구직 6년 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위 사진), 송언석 원내대표(아래) 등이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다만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지는 않아 판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장찬)는 20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나 의원 등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관계자 26명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벌금 2000만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는 징역형 이상이 선고된 경우, 국회법 위반은 벌금 500만원 이상이 선고된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벌금 1000만원과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150만원이 선고됐다. 김정재 의원에게는 두 혐의를 합해 벌금 1150만원, 이만희 의원과 윤한홍 의원에게는 각각 벌금 850만원과 750만원을 선고했다. 이철규 의원은 벌금 550만원을 선고받았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게는 두 혐의를 합해 벌금 19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대치하던 중 국회 의안 접수와 회의 개최를 방해하고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6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저항권 행사 등을 주장하며 공소사실을 부인했지만 이 같은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기 위해 만든 의사결정 방식을 국회의원들이 직접 어긴 첫 사례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린 사건임을 부인할 수 없다”며 “불법적 수단으로 동료 국회의원들의 업무를 방해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숙한 의사결정을 하는 문화를 갖추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계기로 각 특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쟁점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려 했고 피고인들은 이를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간 점”을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20대 국회는 ‘최악의 동물 국회’라고 비판받았다.
지구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기후 관련 국제회의인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은 ‘글로벌 무치랑(Mutirão)’ 정신을 내세웠다. ‘무치랑’은 브라질 토착 원주민 언어로, ‘공동의 노력’을 의미한다. 구호로서의 의미 뿐 아니라, 자연 보전에 있어 각국의 원주민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0일부터 아마존 관문 도시인 벨렝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연 브라질은 자국 원주민에서 유래한 단어인 ‘무치랑’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무치랑 정신으로 전 세계가 서로 연결돼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치랑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집단이 함께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나 토니 COP 사무총장은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2주만이 아니라 매일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 어떤 소비자·유권자·에너지 사용자로 살 것인지 선택하며 (기후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회의 의장인 앙드레 코레아 두 라고는 무치랑을 통해 “‘비라다(virada)’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비라다는 패배가 확실해 보이는 경기에서 역전승을 위해 싸우는 것을 의미의 포르투갈어로, 전환 또는 판이 뒤집히는 순간 등을 의미한다.
브라질은 원주민 언어를 내세운 것 외에 총회에서 원주민 역할을 확대했다. COP30에는 3000명가량의 원주민이 참여하면서 역대 기후 총회 중 가장 많은 원주민이 참여한다. 이들 중 수백명은 블루존에서 열리는 공식 협상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시민사회 참관단을 위해 마련된 그린존에 참석한다. 브라질 원주민부 장관인 소니아 과하하라 장관을 주축으로 전 세계 원주민 공동체를 대표하는 ‘피플스 서클(Circle of Peoples)’을 설립해 토착민 대표단을 구성했다.
일부 원주민들만이 협상 테이블에 접근할 수 있어, 지난 14일에는 원주민 시위대가 블루존 정문을 봉쇄하는 일도 벌어졌다. 아마존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원주민 영토를 위협하는 채굴 활동 종식 등을 요구했다.
90개국에 걸쳐 거주하는 5000개 이상 집단의 원주민은 전 세계 인구 6%에 불과하지만 자연을 보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5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원주민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이 생물 다양성을 수호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석유 및 가스 시추, 채굴, 벌목 등으로 인해 영토에 대한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원주민 단체는 자신들의 토지에 대한 권리를 기후 목표에 포함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과하하라 장관은 “원주민 없이는 미래가 없다”며 “원주민의 토지 권리 보장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적 행동 의제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은 이번 총회를 앞두고 열대우림영구기금(TFFF)을 출범하면서 기금의 20%를 원주민에게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치랑을 내세운 브라질은 이번 총회를 진행하면서 논쟁보다는 실행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브라질은 토착 개념인 ‘무치랑’을 활용해 기후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폭넓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누가 그 책임을 더 많이 질지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