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그라구입 16일(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선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극우와 좌파 후보가 나란히 다음 달 결선에서 맞붙게 됐다.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당선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중남미 국가들의 우경화 현상인 ‘블루 타이드’에 칠레가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이날 치러진 칠레 대선 결과 히아네트 하라 칠레공산당 후보가 26.76%를 득표하고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가 23.97%를 득표했다고 보도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면서 축하를 전했다.
칠레는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결선 투표에서 당선인을 정하는 결선 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결선 투표일은 다음달 14일이다.
전문가들은 결선 투표에서는 극우 성향의 카스트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보수 성향인 3, 4위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결선에서 카스트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익 경제학자 프랑코 파리시 후보는 20%를 득표해 3위, 현직 하원의원 요한 카이세르 후보는 13.9%를 얻어 4위에 올랐다.
카스트 후보는 범죄와 이민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지지를 받고 있다. 칠레에서는 최근 수년간 50여만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이주하는 등 급증한 이민자 문제가 주요 사회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카스트 후보는 이민자를 막기 위해 칠레 북부 국경을 따라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자 정책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지지자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한 우익 포퓰리즘 운동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선거 유세에 참석했다.
좌익 하라 후보는 보리치 정부에서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을 지내면서 최저임금 인상, 연금 확대, 주당 근무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칠레의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국가 보조금과 최저 임금 인상을 통해 매달 약 800달러(약 120만원)의 ‘생계형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뉴욕타임스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는 두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맞붙게 된 것은 칠레의 심각한 양극화 상황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칠레가 2023년 도입한 의무투표제가 이번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권자들은 투표하지 않으면 100달러(약 15만원)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념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고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이 의무투표제에 따라 선거에 참여하게 되면서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남미 국가에서는 중도좌파 정부가 정권을 잡았던 현상인 ‘핑크 타이드’가 저물고 우파 정부가 득세하는 ‘블루 타이드’ 현상이 번지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파라과이 등에서도 우파 정당이 집권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큐멘터리 짜깁기 논란’과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맞서 싸우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미르 샤 BBC 회장은 1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금 등을 요구하는 법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샤 회장은 “우리는 우리 자금 조달의 특권적 성격과 수신료 납부자인 영국 국민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확실히 알고 있다”며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근거는 전혀 없으며, 우리는 이 문제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BBC는 영국 TV 시청 가구에 의무 부과되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사다.
앞서 샤 회장은 논란이 된 영상 편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편지를 보냈다. 다만 샤 회장은 BBC가 명예훼손 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에는 반대 입장을 전했다. BBC에서는 이미 고위직 2명이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BBC가 미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방영한 다큐멘터리 <트럼프: 두번째 기회?>에서 자신의 연설 일부를 짜깁기해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회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면서 명예훼손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4일엔 기자들에게 10억∼50억달러(약 1조4600억∼7조3200억원)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 명예훼손 소송 움직임은 상당히 구체화됐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사들은 BBC의 연설 편집으로 “대통령의 명성과 재정적 피해가 엄청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측은 명예훼손 소송을 영국이 아닌 플로리다주에서 제기할 방침이다. 영국 명예훼손 소송 제기 시한인 1년이 이미 지난 것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지역이자 트럼프 지지 성향이 강한 곳이다.
다만 미국은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이 힘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BBC는 해당 다큐멘터리가 미국에서 방송된 적이 없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지도 않아 플로리다 유권자들은 이를 시청할 수 없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