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치료제구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주요 사실관계와 기술적 검증을 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유가족들은 조사 주체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등에 따르면 오는 12월 4∼5일 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한 공청회가 개최된다. 이번 절차는 사고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기술적 쟁점을 검증하는 자리다. 항철위 위원과 조사관, 외부 전문가, 유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청회는 주제별 세션으로 나뉜다. 첫날에는 조류 충돌 가능성과 방위각시설 운영을, 둘째 날에는 기체(엔진)와 운항 분석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발표 뒤에는 분야별 전문가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발표 자료에는 비행기록장치(FDR),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분석 내용 등 사고조사 핵심 근거가 포함된다. 항철위는 조사 결과를 체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공개해 조사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청회 전체 과정은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된다.
유가족들은 공청회가 유가족과의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가족과의 협의 없이 공청회를 독단적으로 강행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토부에서 독립할 때까지 이번 참사에 대한 모든 조사 활동을 잠정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항철위가 국토교통부 소속인 점을 근본적 한계로 지적하며 “조사 대상인 국토부 산하 기관이라는 태생적 구조에서는 독립성, 전문성, 공정성이 모두 확보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또 조사 과정에서 정보 비공개, 일방적 절차 진행, 비행기 잔해 방치, 현장 촬영 금지 등이 반복됐다며 “유가족들을 철저히 배제해 왔다”고 비판했다.
공청회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협의회는 공청회 일정과 내용, 참석자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는 12·29 특별법이 보장한 피해자의 정보 제공 권리와 자료제출 요구권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법 우선 적용 규정에도 불구하고 항철위가 ‘항공·철도 사고조사법’을 근거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협의회는 이번 공청회를 “부실하고 편향된 조사 결과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 절차”로 규정하고 모든 조사 활동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국토부 장관이 법령에 따라 공청회와 사고조사 절차를 잠정 중단시키고, 독립된 사고조사위원회가 설치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정부와 항철위가 신뢰 회복을 먼저 약속해야 한다”며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성남시장, 경기도지사직을 맡았다. 서울시장 출신의 대통령은 있었지만 기초자치단체장부터 광역단체장,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올라온 사람은 헌정 이래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걸어온 길만 본다면 행정 역량이 가장 뛰어난 대통령이다.
술꾼 가고 일꾼 왔다
단체장은 책임보다 말이 앞서는 국회와 달리 실무적인 역할을 요구받는다. 단체장은 개발사업들의 인허가와 지방재정의 기획과 운영, 복지부터 경제, 문화, 보건까지 각종 사업들을 진행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전임 시장 3명 모두가 비리로 구속되었던 성남시의 단체장이었다. 그 지경이었으니 시청의 행정이 얼마나 망가지고 썩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악조건에서 성남시의 많은 부채를 갚고 행정을 정상화할 수 있었던 요인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었다. 공무원을 다룰 줄 아는 행정가형 대통령의 등장은 권력의 효능감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지난 토론회나 기자회견,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했던 발언들을 유튜브로 주의 깊게 살펴봤다. 사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끌어내려 노력하고 민감한 쟁점도 피하지 않고 비교적 솔직하게 답했다. 책상머리가 아닌 현장에서, 기관장이 아닌 연구직들에게서 답을 찾으라는 말은 환호를 받았고, 술꾼 가고 일꾼 왔다는 댓글까지 등장했다. 전임 정부가 무능했고 노골적으로 사익을 추구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태도가 더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 그 무능과 사익 추구를 돕거나 묵인했던 관료들은 별로 교체되지 않았고 공무원들의 권위주의 문화와 관행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더 법정 드라마처럼 변해가는 내란 사태 정리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정쟁에 몰두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깔끔하게 정국을 주도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정부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실용주의를 표방했고 주요 공직자 임명이나 현안 해결에서도 그런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사람의 성향이나 이념보다 실무 능력을 보고, 국익을 중심에 놓고 유연하게 결정한다는 태도는 실용주의의 방향을 나타냈다. 관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외교나 민생 영역에선 조금씩 효과와 성과가 생기고 있다.
실용주의가 넘어야 할 산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이 남아 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지금의 극단적인 대치 상황이다. 혐오와 폭력이 힘을 쓰는 상황에서는 실용주의가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상대를 제거하려는 공격을 실용적으로 피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공격이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고 내부에서도 나올 수 있다. 이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위협했던 재판들에서 증언들은 공무원들에게서도 나왔고, 검찰이나 사법부의 태도도 여전히 위협적이다. 이념 없는 실용이 유연한 듯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실용주의는 필요하지만 그것만 고집하면 안 된다.
그리고 실용주의는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것인데, 시민들의 정치적인 열정은 빨리 타오르고 빨리 식어서 그런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실용주의가 성공하려면 기준을 잡고 이득을 판단할 주체의 범위를 넓혀서 시민들이 함께 공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대통령만 부각되고 그만 바라보게 만들면 승패의 책임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위험하다. 그런 점에서 리더십도 필요하지만 실용의 기준을 함께 만들고 책임질 공론장도 필요하다.
또한 실용주의로 접근하기 어려운 의제들도 있다. 생명안전과 관련된 규제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듯, 차별금지법처럼 기본적인 인권보장 없이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려운 의제들도 있다. 그리고 젠더와 지역, 기후위기처럼 실용적인 노선을 택할 만큼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진 못한 의제들도 있다. 기본이 없고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에 더 이로운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은 성과의 기준이 경제적인 이해관계로 치우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더 풍부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본적인 규칙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대에 실용주의가 필요하지만 같이 길을 찾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